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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S Apr 16. 2021

나의 호주 시드니 워홀 이야기 10

만남의 광장 커피학원

  선배 워홀러들은 후배들에게 워홀을 떠나기 전에 자신만의 목적을 정하라고 충고한다. 나는 워홀을 떠나기 전에 나의 목적을 새로운 경험과 영어실력 향상 구체적으로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오지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영어실력을 향상하는 것으로 세웠다. 목적 및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면 그것에 보다 집중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그것에 대한 집착으로 주변에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놓칠 수도 있다. 시드니에서 나의 바리스타에 대한 집착은 성취감을 주면서도 돌이켜보면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양날의 검이었다.




  첫 직장이었던 카페에서 2개월 정도 잡일을 하는 역할로 일을 하다 보니 마음속에서 슬슬 바리스타가 되고 싶은 욕망이 떠올랐다. 뭔가 잡일보다는 커피를 만드는 기술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혹시나 내가 호주에서 계속 살게 되면 바리스타가 되는 것이 임금이나 기분 측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호주에서 바리스타가 되려면 경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다. 신입으로 바리스타로 채용되려면 가장 중요한 기술은 라때 아트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바리스타 면접을 가면 무조건 라때를 만들어 보라고 시킨다(처음에는 손이 덜덜 떨린다). 그래서 본인이 커피 기술에 자신이 있으면 없는 경력을 만들어서 면접을 보기도 한다. 그런데 라때 아트를 적절하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이다. 약 3개월 정도는 꾸준히 연마해야 겨우 고객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실력에 도달하게 되는 것 같다(손재주 없는 내 기준이다).


  나는 지난 어학원에서 4주 동안 커피를 배웠지만 기간이 짧았고 손재주가 없는 편이라 바리스타 면접을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었다. 우리 카페 바리스타 리자가 가르쳐주겠다고 말했지만 일하느라 바빠서 따로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사설 커피학원에 가서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바리스타 되기 일일 코스'(8시간)를 300불 주고 등록하면 이후에 시간당 15불씩  내고 커피 머신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Jessie's coffee학원에 등록하였다. 어느 토요일에 처음으로 학원에 가니 커피 선생님 제시는 30대 초반의 중국 여성이었고 두 명의 보조 선생님은 중국 여자와 말레이시아 여성이었다. 나는 이미 모두 배운 것들이어서 그 반에서 나는 우등생이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두 명의 호주 여자들이 있었다. 그녀들은 재미 삼아 강의를 들으러 왔다고 한다(300불인데...ㄷㄷ). 한 친구는 키가 컸고 다른 한 친구는 키가 작았다. 둘은 고등학교 친구로 단짝이었다. 쾌활한 그녀들에게 짧은 시간 대화했지만 퍽 호감이 갔다.


  첫날 강의가 끝나고 나니 점심시간이었다. 학생들이 우르르 나간다. 건물 정문에 아까 대화를 나눈 그녀들이 서있었다. 다가가서 인사를 건넨다. "안녕, 뭐할 거야?" 그녀들은 점심을 먹으러 간다고 하면서 나에게 함께 가자고 한다(why not?(왜 안 되겠니?)). 나는 그녀들을 따라 걸어간다. 그중에 키 작은 친구 Nancy가 나에게 말을 건다. "What is your hobby?(취미가 뭐야?). 난 "운동하고 기타 치는 거 좋아해"라고 대답했더니 자기도 기타 칠 줄 안다고 한다(오 공통점이 있군). Nancy는 대학원에서 디자인 공부를 막 마치고 쉬고 있었고 키 큰 친구 레지나는 수의사였다. 밥 먹으면서 그녀의 직업에 관심을 가지니 자기 연봉이 얼마인지 근무환경은 어떤지 정말 상세하게도 알려준다. 나도 짧은 영어로 열심히 내 얘기를 해주었다. "난 경제학 석사까지 공부했고 나중에 해외에서 박사 공부하고 싶어(그땐 그랬지)".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역시 날씨가 끝내준다. 그녀들은 이제 쇼핑하러 갈 거라고 한다. 거기서 인사하고 나는 내 갈 길가고 있었다. 신호등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데 어디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댄~(나의 영어 이름)". 돌아보니 낸시가 서있다. 그녀는 나에게 전화번호를 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나는 당연히 번호를 주었다. 오히려 내가 묻고 싶었는데 용기를 못 낸 참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낸시랑은 연락을 해서 몇 번 만났다. 그녀에게 호감이 갔지만 역시 영어가 내 발목을 잡는다(다시 말하지만 워홀 가기 전에 영어공부 열심히 하자). 영어를 지금 정도만 했어도 그녀와 잘 되었을 것 같은데 많이 아쉬운 것 같다. 그래도 그녀에게 호주를 떠나기 전에 내 기타도 주고 굿바이 인사도 해서 덕분에 기분 좋게 호주를 떠날 수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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