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여느 서양 국가처럼 외식비가 비싸다. 그래서 호주에서는 지인들과 모임을 가질 때 홈 파티나 야외 바비큐 파티장(무료)을 자주 이용한다. 그들에게는 파티는 한국처럼 생일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지인들을 모으고 싶을 때 호스트로서 파티를 열곤 한다. 내가 4주 동안 어학원에 있을 때 친구들은 반별로 파티를 열어서 다른 반 친구들을 초대했고 또 각자 자신들의 집에서 소규모로 파티를 열었다. 파티에 참석할 때는 호스트의 요구나 각자의 센스에 따라 음식을 조금씩 가져가서 함께 나눠 먹는다. 야외에서 모이면 함께 운동이나 준비한 놀이 등을 하고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나는 개인적으로 파티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때는 책 읽고 글 쓰는 정적인 활동을 가장 좋아했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리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학원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초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 번은 같은 반이었던 일본인 친구 료가 자신의 생일파티를 한다고 야외 바베큐장에 친구들을 초대했다. 위치는 어학원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에 브론테 비치였다. 나는 가는 길에 와인 한 병을 사서 오후 1시쯤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하니 이미 20명 남짓 친구들이 바비큐 장에 모여 있었다. 대부분 일본인 친구들이었고 간혹 유럽이나 한국인 친구들이 있었다. 주최자 료가 파티를 좋아하고 성격이 쾌활해서인지 그곳에 모인 친구들도 꽤나 터프하고 활력이 넘쳤다. 몇몇 일본인 남자들은 내게 다가와서 자신이 한국말을 할 줄 안다면서 몇 마디 건넨다. 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욕이었다(쉐어하우스에서 한국인 룸메이트에게 배웠다고 한다).잠시 후에 주최자 료가 여자 친구들과 함께 두 손 가득 장을 봐서 파티장으로 왔다. 장바구니 안에는 고기와 술 그리고 기타 구울 수 있는 소시지, 마늘빵 등이 가득했다. 한국에서 고기 좀 구워본 나는 자연스럽게 요리사가 되었다. 친구들에게 고기를 구워줄 수 있어서 좋았고 일본인 여자 친구들이 옆을 지켜줘서 고마웠다.
그녀들은 K-pop에 정말 관심이 많았다. 그녀들은 스마트폰으로 한국 노래를 틀어놓고 떼창을 하고 춤을 추었다. 파티가 무르익으면서 우리는 술과 고기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고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한 무리는 끊임없이 담배를 피우면서 술을 마셨고 조금 건전한 무리는 월드컵 얘기를 하면서 놀았다(당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시즌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쯤 놀다가 여자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달큰하게 취한 료에게 인사를 하고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나는 그렇게 파티 문화를 배워가기 시작한 것 같다.
한 번은 내가 친구들을 우리 집에 초대했다. 어학원이 끝난 후에 우리 반 친구들을 보고 싶어서 내가 파티를 주최했다. 그리고 내 여자 친구와 몇몇 일본인 친구들도 초대했다. 내가 일했던 카페에서는 매주 금요일에 남은 음식을 모두 가져갈 수 있었다. 다들 일한 지 꽤 오래돼서 그런지 아무도 가져가지 않아서 내가 늘 모두 가져갔다. 음식량이 꽤 많아서 10명이 한 끼를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나는 금요일에 맞춰서 파티를 열었고 술도 내가 준비해서 친구들에게 빈손으로 오라고 했다(근데 진짜 빈손으로 왔다). 약 8명의 친구들이 왔는데, 한국 여자 동생 라희를 빼면 모두 일본인이었다. 내 일본인 절친 쿠니가 오는 길에 좋은 위스키(잭 다니엘) 한 병을 사 와줘서 모두 즐겁게 마실 수 있었다. 나는 친구들을 일일이 맞이하고 카페에서 가져온 음식들을 서빙했다. 노트북으로는 한국 음악을 틀어서 흥을 돋우었다(일본 여자들 한국 노래 가사도 외우고 있었다). 미리 같이 사는 쉐어하우스 친구들에게 파티를 할 거라고 양해를 구해둔 상태여서 우리는 거실까지 편하게 썼다.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내 여자 친구를 친구들에게 소개하려고 계획했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눈치가 있던 친구들이 "둘이 사귀지?"하고 먼저 물어본다. 여자 친구가 기겁을 하면서 "아니"라고 대답한다. 난 그 모습을 보고 친구들 앞에서 우리 관계를 공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나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친구들하고 잘 놀다가 10시가 넘어서 여자 친구를 제외하고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남아서 함께 방을 치우는데 뭔가 여자 친구가 화난 것 같다. 자초지종을 묻다 보니 내가 다른 여자애들을 자신보다 더 챙겨서 화가 났다고 한다. 나는 친구들 앞에서 너를 소개하려고 했던 계획이 네가 "아니"라고 해서 못했다고 화를 냈다. 그렇게 30분 정도 싸우다가 결국 내가 먼저 사과하고 화해한 후에 버스 정류장까지 대려다 주었다.
아무튼 스스로 파티를 개최하고 잘 마무리까지 해서 정말 뿌듯했다. 가끔씩은 한국에서도 친구들을 초대해서 홈 파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