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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S Apr 10. 2021

나의 호주 시드니 워홀 이야기 5

일본인 여자 친구

  호주는 미국처럼 이민자의 나라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워홀 비자나 학생비자를 가지고 호주로 들어오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서 보면 어떤 인종이 이 땅의 주인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호주에서는 인종차별이란 것이 무의미하다(물론 종종 그렇게 하는 백인들이 있긴 하다). 내가 시드니에서 10개월 살면서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을 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지인들이 나에게 호주에 대해서 물어볼 때, 제일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인종차별 심해요?"인데, 나는 언제나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해준다(호주 사람들 정말 친절하다). 나는 시드니에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너무 좋았다. 왜냐하면 그들과 어울리며 쉽게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이사를 하기 위해서 우버를 이용했는데, 기사님이 레바논 출신 이민자였다. 그는 호주에 이민 온 후에 레바논에서 여자를 데려와서 결혼을 하였고 아이 네 명을 연년생으로 낳아서 키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레바논 문화에 따라 결혼하고 아이를 많이 낳았는데, 막상 그러고 난 후에 보니 키우는데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그는 투잡을 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경솔했다면서 자책을 했다.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듣기만 했다.




  내가 4주 동안 다녔던 본다이 SELC 어학원에는 유독 일본인들이 많았다. 반면에 중국인은 한 명도 없었고 한국인도 거의 없었다(남자는 나 혼자였다). 그 덕분에 나는 일본 여자들에게 관심을 꽤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수강했던 반은 학원 중앙 홀에 통유리로 된 6평 남짓되는 공간에서 커피 만들기와 고객응대를 가르쳐주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각자 반에서 수업을 듣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우리 반으로 와서 커피를 주문했다(우리는 한잔에 1달러에 커피를 팔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많은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할 기회를 가졌다. 주문을 받으면서 커피 뚜껑에 그들의 이름을 적었는데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그리고 일본 등 각국의 이름을 영어로 적느라고 애를 먹었다.


  커피를 배우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었다. 우리 반에는 수강생이 열 명 정도 있었다. 절반은 일본인이었고 브라질 여자 바우, 칠레 보디빌더 출신 디에고, 그리고 한국 여자가 두 명 있었다. 우리는 함께 커피를 배우고 쉬는 시간에는 직접 만든 커피를 팔면서 팀워크를 다졌다. 어학원 인맥은 오래 안 간다고 하지만 나는 호주에 있는 동안 일본인 쿠니와 칠레인 디에고와 종종 어울렸다. 어학원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친구를 사귄 것이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함께 어울릴 친구가 필요하다고 믿는데, 그것을 위해서는 적절한 장소가 필요하다. 어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모두 호주에서 이방인이고 여행자로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서로가 그렇기 때문에 친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반대로 나는 어학원을 나온 이후에는 meetup어플을 통한 영어모임에 자주 나가는 등 친구를 사귀기 위해 노력을 해보았지만, 어학원처럼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어학원이었지만 운 좋게도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었다.


  나는 호주로 떠나기 전에 스스로에게 워홀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 싶은 지 질문을 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새로운 경험, 영어 실력 향상, 그리고 외국인 여자 친구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운 좋게도 어학원에서 유일한 한국인 남성이라서 일본인 여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관심을 숨기지 않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중에 내 눈길을 끄는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시오리였다. 웃는 모습이 예쁜 여리한 스타일의 여성이었다. 나는 그녀가 홀 테이블에 앉아있을 때 커피를 만들어서 가져다주었고 그녀는 나중에 내 번호를 물어보았다. 그 후에 나는 그녀에게 연락을 했고 우리는 주말에 카페에서 만났다(커피가 지겹지도 않은가). 그녀와 대화를 나누어보니 딱 잘 맞았다. 마침 영어실력도 비슷해서 대화하는 데 서로 불편하지 않았고 성격들이 쾌활해서 농담도 하고 재밌게 대화할 수 있었다.


  첫 데이트를 한 후에 나는 시오리와 사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녀는 그 후에 나에 대한 자신의 호감을 숨기지 않았고 나는 고백하면 바로 받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일주일 후에 우리는 타운홀 역에 근처에 있는 바에서 만났다. 우리는 와인을 마시면서 약 두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한 참을 대화를 하다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I want to be your boyfriend"(나 너의 남자 친구가 되고 싶어)라는 구글에서 검색해서 알게 된 멘트를 날렸다. 그랬더니 그녀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너무 이르다고 말한다. 그 후에 그녀가 내 진짜 의중이 궁금한지 이것저것 물어본다. "내가 진짜 좋아?", "원래 이렇게 고백을 빨리해?" 등이다. 나는 그만큼 내 마음에 확신이 있으니 이렇게 고백을 빨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대화가 돌고 돌다가 그녀의 "며칠 생각할 시간을 달라"라는 말을 끝으로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날 자고 일어났는데 왠지 그녀가 나의 고백을 거절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이벤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취미로 기타를 치고 있었고 300불짜리 저렴한 기타도 사 두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기타를 쳐주기로 마음먹었고 영상을 찍었다. 30초 정도 짧은 영어로 내 마음이 진심임을 어필했고 기타 연주곡을 한 곡 쳐주었다. 그렇게 찍은 영상은 대성공이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것을 좋아했다. 며칠 후에 나는 그녀를 내 방으로 초대했고 직접 요리를 해주었다. 그 자리에서 그녀는 손을 내밀더니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일본인답다). 그렇게 나는 생애 처음으로 외국인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그녀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는데, 덕분에 데이트하면서 좋은 사진을 정말 많이 남길 수 있었다. 그녀와 오래 만나지는 못했지만 함께 하는 동안 새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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