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S Apr 08. 2021

나의 호주 시드니 워홀 이야기 3

쉐어하우스로 들어가다

    한국은 1인 가구에서 원룸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호주는 집 하나를 가지고 방을 빌려주고 나머지 거실 화장실은 함께 쓰는 쉐어하우스 형태가 일반적이다. 사실 원룸이 더 편하기는 하지만 쉐어하우스는 룸메이트와 함께 살면서 함께 대화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호주는 워낙에 다양한 국적과 인종이 살고 있는 나라기 때문에 쉐어하우스 역시 다양한 사람과 살아볼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곳에서 10개월 동안 5개의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남녀와 살아보았는데, 일단 각자 나라의 요리부터 시작해서 생활방식(유럽 애들은 청소를 안 한다)까지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었다. 매일 다른 남자를 집에 데려오는 이탈리아 여자, 집이 떠나가도록 사랑을 나누는 브라질 남자(물론 주의를 준 후에는 그러지 않았다), 방에서 안 나오고 매일 밤 혼자서 술을 마시는 호주 남자, 그리고 거의 남자 친구 집에서 지내느라 집에 안 들어오는 호주 여자까지 어디 가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겠는가.




  정들었던 일주일 간의 백패커스 생활을 마치고 나는 쉐어하우스로 이사를 했다. 위치는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인 본다이 비치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집이었다. 내가 이 위치에 집을 구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곧 개강하는 어학원이 본다이 정션(기차역 이름) 근처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호주의 구직 및 주거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검트리에서 쉐어하우스를 검색하였는데, 어학원과 가깝고 여가시간에 조용히 공부를 할 수 있는 독방을 찾다 보니 이 집을 선택하게 되었다. 렌트인과 먼저 연락을 한 후에 집을 보러 갔는데, 단발머리에 덩치 좋은 호주 남자가 환영해준다. 방 4개에 화장실이 하나 있는 오래된 연립주택이었다(아마도 70년은 된 것 같다). 남은 방은 하나였고 자신이 여자 친구와 사용하던 방이라고 한다. 그래서 방 크기는 혼자 쓰기에는 아주 넉넉한 크기였다. 버스 정류장도 근처에 있고 여기저기 돌아보는 것을 잘 못했던 나는 바로 계약을 했다(원래 최소한 5곳은 돌아보라고 했는데 나는 딱 한 곳만 보고 계약했다). 꼼꼼히 주변을 살펴보지 않고 계약한 집이지만 그 후로 7개월 반을 살 정도로 정이 뜸뿍 들게 되었다. 왜냐하면 평소에는 시골집처럼 고요하고 10분만 걸어가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 위치가 좋고 독방인 만큼 집 값이 매우 비쌌다. 한 달에 한화로 약 100만 원 정도가 되었는데(방하나에...ㄷㄷ), 이는 시드니에서도 비싼 축에 속한다. 나는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라 집에 돈을 좀 많이 쓰는 편이다.


  나의 룸메이트는 브라질 남자 케빈, 대만계 호주인 여자 린다, 그리고 호주인 남자 미추였다. 케빈은 많은 브라질 남자들이 그러하듯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고 미추는 조경사로 일하고 있었으며 린다는 언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었다. 모두 6개월 이상 장기거주자였다(호주 쉐어하우스는 일주일 단위로 렌트비를 내고 최소 거주기간이 엄격하지 않아서 쉽게 들어오고 나간다). 케빈은 성격이 쾌활했고 요리와 커피를 좋아했다. 그는 직접 요리를 해서 끼니를 해결하고 커피도 직접 내려서 마셨다. 그는 요리를 하고 나면 가끔씩 내게 나누어 주었는데, 맛도 좋았지만 그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에게는 예쁜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우리 집에 와서 지내곤 했다. 한 번은 그들이 브론테 비치(본다이 옆에 있는 바다)에 바비큐 파티를 하러 가는데, 나에게 함께 가자고 제안했는데,  나는 영어가 좀 부담스러워 거절했다(여전히 나에게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케빈은 내가 들어오고 약 한 달 후에 여자 친구와 함께 살게 돼서 나가게 되었고 그 자리는 역시 브라질 남자 라파엘로 채워졌다.


  나는 요즘도 새벽 6시에 기상을 하는데 호주에서도 새벽 5~6시면 기상하여 본다이 비치로 아침운동을 나갔다. 본다이 비치에는 정말 환상적인 러닝코스와 다양한 철봉들과 푹신한 우레탄 바닥이 조성돼있는 야외 짐(운동시설)이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일주일에 6번 아침운동을 하였는데, 본다이 비치는 마주할 때마다 매번 그 경치에 감탄하곤 했다. 늘 마음속으로 '이런 곳에 살고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행운이구나'하고 생각했다. 이른 새벽에 운동을 나가도 언제나 사람들이 5~10명 정도는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늘어났다. 여성들 중에도 꽤 고강도로 운동을 하고 몸이 좋은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호주 여성들의 주 패션은 아마도 레깅스에 운동화인 것 같다. 조깅을 할 때 보면 남녀 성비도 거의 비슷했던 것 같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나는 쉐어하우스에서 적응하면서 곧 시작될 어학원 입학을 기다렸다. 그때는 그곳에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상상도 못 한 채로 말이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이전 02화 나의 호주 시드니 워홀 이야기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