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1 교재, 10과에 ~어 놓다, 16과에 ~어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교재에 적힌 각 문법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어 놓다: 어떤 행동을 끝내고 그 결과를 유지함을 나타낸다.
~어 있다: 어떤 일이 끝난 후에 그 상태가 지속됨을 나타낸다.
저것만 읽어서는 두 표현의 차이를 학생들에게 이해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어 놓다는 의도적 행동이며 결과가 필연적이지 않고, ~어 있다는 어떤 일과 지속되는 상태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설명해야 했다. 나는 예문을 많이 드는 편이다. 문법 설명에 필연, 의도, 지속, 밀접 이런 어려운 낱말이 들어갈 때는 특히나 그렇다.
아이를 의자에 앉혀 놓다. (아이가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의자에 앉힌 것과 아이가 돌아다니지 못하는 건 독립적 사실)
아이가 의자에 앉아 있다. (의자에 엉덩이 대고 앉아 있다)
비행기 표를 예약해 놓다. (여행을 가려는 의도. 예매와 여행은 독립적 사실)
이런 식으로 예문을 들다 잠시 멈추고 이해가 되는지 학생들에게 물었다.
S: 조금 알 것 같아요.
내가 가만히 눈을 끔뻑이자 학생들이 웃었다. 이해시킬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이라는 걸 눈치챘기 때문일 거였다. 선생님, 힘들어요? 하고 묻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가끔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여러분이 한국어는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하는 것처럼.
곧이어 이거면 되겠지, 싶은 예문이 떠올랐다.
T: 비가 와요. 선생님이 창문을 닫아 놓았어요. 왜? 빗물이 들어올까 봐. 지나가던 사람이 창문을 보면서 말해요. 창문이 닫혀 있어요.
학생들이 아, 하는 소리를 길게 냈다. 이제 이해했다는 말도 했다.
T: 비가 그쳤어요. 선생님이 시원한 바람 들어오라고 창문을……
S: 열어 놓아요.
T: 지나가던 사람이 열린 창문을 보고 말해요. 창문이……
S: 열려 있어요.
그리고 교실에 있는 시계, 가방, 책 등의 사물을 보며 ~어 있다를 더 연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