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 1 과정에서 날짜와 요일 말하는 부분을 배운 다음이었다. 한 학생이 교재에 있는 오늘은 5월 5일이에요, 오늘이 무슨 요일이에요? 라는 문장을 가리키며 오늘은, 오늘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었다. 초급 1 학생들에게 ‘이/가’는 주어에 붙는 주격조사이며, ‘은/는’은 주어나 목적어에 붙고 강조, 대조, 비교의 의미가 있는 보조사라는 것까지 설명할 수는 없었다. 한국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구별해서 쓰지만 외국인에게는 꽤 난감할 이/가, 은/는.
T: 오늘은 5월 5일이에요, 오늘이 5월 5일이에요. 둘 다 맞는 문장이에요. 그런데 문장에 담긴 의미가 조금 달라요. 오늘은 5월 5일에서는 5월 5일이라는 정보가 중요해요. 오늘이 5월 5일에서는 바로 오늘이 5월 5일이다. 오늘이라는 정보가 중요해요.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고 바로 오늘.
오늘은 무슨 요일이에요? 오늘이 무슨 요일이에요? 도 위와 같이 설명했다. 글씨에 동그라미도 치고 강세를 넣어가며 읽었지만 학생들 표정이 시원치 않았다. 아무래도 어려운가 보았다. 다른 예가 나을 것 같았다.
T: 우리 첫 수업에서 자기소개할 때, 저는 안젤라입니다, 라고 했어요, 아니면 제가 안젤라입니다, 라고 했어요?
S: 저는 안젤라입니다.
T: 맞아요. 이름이나 직업을 소개할 때 ‘은/는’을 쓴다고 배웠지요. 저는 안젤라입니다, 저는 후엔입니다. 여기에서는 안젤라, 후엔, 이라는 정보가 중요해요. 자기소개할 때 옥넨 님이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그러면 다들 옥넨 님을 쳐다봐요. 아, 저 사람 이름은 뭘까, 하고. 그때 옥넨 님이 말하지요. 저는 옥넨입니다.
이해한 듯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T: 이 중에 누가 안젤라예요? 하고 묻는다면 제가 안젤라입니다, 이렇게 대답해요. 누가 베트남 사람이에요? 제가 베트남 사람입니다. 누가? 제가. 그 정보가 중요해요. 칠판에 글씨를 잔뜩 써 놨어요. 누가 썼어요? 선생님이 썼어요. 선생님이.
비슷한 예를 몇 가지 더 들었다. 다 이해한 듯해 하나쯤 더 알려주고 싶었다.
T: 지금 설명한 것과는 조금 다른 건데요, 성격이 좋다, 성격은 좋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T: 내 친구는 성격이 좋다, 하면 다른 정보에 상관없이 성격이 좋다는 뜻이에요. 내 친구는 성격은 좋다, 하면 다른 뭔가는 별로 좋지 않다는 느낌이에요. 시끄럽지만 성격은 좋다, 게으르지만 성격은 좋다, 그런 식으로요.
학생들이 웃었다. 가끔은 이해해서 웃는 건지, 이해하게 하려고 온갖 동작을 하는 내 모습이 재밌어서 웃는 건지 알기 어려운데 아마도 후자 같았다. 괜히 하나 더 알려주려 했나 싶었다. 내가 빵은 먹을게, 처럼 목적어에 붙는 보조사 ‘은/는’도 말하려 했었는데 학생들이 질릴 듯해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앞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그런 차이도 서서히 익힐 수 있을 테니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어도 괜찮다고 말해줬다.
많이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설명하다가 아차, 싶을 때가 있다. 적정선을 지키는 건 언제나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