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 1, 14과에서 ~어야 표현을 배우는 중이었다. 예문을 몇 문장 읽으며 학생들 사이를 걷는데, 한 학생이 슬그머니 ~으면……,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으면과 ~어야의 차이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꼭 필요한, 필수적인 조건일 때는 ~어야, 일반적인 보통의 조건일 때는 ~으면. 나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이번 수업에서는 어떤 질문을 받을지 기대가 되면서도 아주 가끔은 어떤 예문이 적당할지 머리를 굴리기 귀찮다. 내가 가르친 표현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그걸 용케 기억하고 있다가 묻는 걸까. 그래도 얼른 마음을 다잡는다.
T: 배고프면 밥을 먹어요. 일반적으로 보통 그렇다는 뜻이에요. 배고파야 밥을 먹어요. 배고프기 전에는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의미까지 들어가요. 그러니까 꼭 필요한 조건을 말해요. 반드시, 꼭, ~어야만, 이라는 표현까지 붙여서 필수라는 걸 더 강조하기도 해요. 반드시 배가 고파야 밥을 먹어요, 배가 고파야만 밥을 먹어요, 이런 식으로.
S: 필수가 뭐예요?
T: 필수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뜻해요. 예를 들어 필수품은 우리가 생활하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하는 물건이에요. 우리가 잠을 잘 때 이불을 덮고 자지요? 특히 추울 때 이불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해요. 이불은 필수품이에요.
~으면과 ~어야를 넣어 몇 가지 예문을 더 들었다. 살짝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쉽게 알아 들어줘서 다행이었다. 마침 쉬는 시간이 삼 분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T: 다음 시간에 어떤 일을 할 때 꼭 필요한 방법에 대해 말하기 할 거예요. 한국어를 잘하는 방법, 사진을 잘 찍는 방법, 처음 가는 장소를 빨리 찾는 방법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문장을 써 보세요. 한 문장 써야 쉴 수 있어요. 써야. 그러니까 꼭, 반드시! 문장 쓰고 쉬세요.
그렇게 말하고 나니 ~으면은 명령문에 쓸 수 있지만 ~아야/어야의 경우는 어색하다는 설명도 하고 싶었다. 쉬는 시간을 앞두고 설명하면 귀담아듣지 않으니 꾹 참았다.
이어진 수업 시간에 다음과 같은 내용도 알려줬다.
다 쓰면 쉬세요. 다 쓰면 쉽시다.
다 써야 쉬세요. 다 써야 쉽시다. (명령이나 청유에 ~아야/어야 어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