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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와 까까머리

by 괜찮은 작가 imkylim

아들은 입대 하루 전, 규정에 따라 머리를 잘랐다. 일명 까까머리. 논산훈련소에 다녀온 오늘, 문득 수업 시간에 ‘까까’ 이야기를 했던 게 떠올랐다.


남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어떤 선물을 가져가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티엔 씨가 과자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는지 머뭇거리다 까까라는 낱말을 썼다. 아기를 키우는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민자였다. 교실에는 웃음이 번졌다. 나는 까까가 어린아이의 말로 과자를 뜻한다고, 어른끼리 있을 때 그런 말을 쓰면 어색하다고 말했다. 밥을 맘마, 더러운 걸 만지지 말라고 할 때 지지라고 하는 예도 들어줬다. 아기를 키워본 이민자들은 들어본 적이 있으나 그게 어린아이와 하는 말이라는 건 미처 몰랐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재미있어했다.


그리고 잔나툴 씨가,

아기, 아가, 애기, 아이는 무엇이 다른지 물었다.


아기가 표준어인데 아가라는 말도 많이 쓰며 애기는 표준어는 아니지만 같은 뜻이라고,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부터 나이가 어린 사람, 남에게 나의 자식을 말할 때까지 넓게 사용되는 낱말이라고 알려줬다.


몇 학생이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지안 씨는 시부모님이 자신을 아가라고 부른다 했고, 탐티니 씨는 시장에서 물건을 산 뒤 깜빡하고 지갑을 둔 채 돌아서는데 가게 주인 할머니가 자신을 아가라고 불렀다고 했다. 나는 시부모가 며느리를 다정하게 부르려고 아가라 하기도 하며, 가게의 할머니는 탐티니 씨가 새색시처럼 보여서 그렇게 불렀을 거라고 일러줬다. 내 답변에 배시시 미소 짓는 그들을 보며 이십 대 초반의 나이에 결혼해 타국에서 씩씩하게 사는 그들을 아가라 부르며 아껴주는 어른의 마음결이 참 곱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까를 먹으며 자란 나의 까까머리 둘째 아이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입대 첫날, 잠은 잘 자려나. 내 아들 곁에도 잘 이끌어주는 어른다운 어른이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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