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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숲 Jan 21. 2019

[스타트업 퇴사기]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필요한 것

스타트업 환상 깨기1

환상의 시작

 작년 여름 너무도 관심 있어했던 산업분야, 그리고 매력적인 브랜드를 가진 스타트업에 취업을 했다. 경력직 채용 공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패기 넘치게 신입으로 지원했고, 운이 좋게 입사를 했다. 늦은 나이에 일을 시작하게 된 점, 해당 업무와 다른 이력을 갖고 있었던 점이라는 취업시장에서 굉장히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었는데 내가 왜 진로를 변경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성장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봐줄 곳은 스타트업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환상을 이루었고, 계속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스타트업에 가고 싶은 이유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 모두 비슷하겠지만, 나를 포함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1. 수평적인 조직문화

2. 활발한 소통과 피드백 수용

3. 자기 성장에 대한 욕심, 그리고 그만큼 열려있는 기회

4.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감 있게 일하며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조직. 내가 생각했던 스타트업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환상은 하나씩 깨지기 시작했다. 이번 글에서는 1번에 대한 환상을 깨보려고 한다.



수평적인 조직문화, 구성원 모두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피터, 확인 부탁드립니다.

보통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대변하는 요소로 꼽는 것이 바로 '영문이름'이다. 급격하게 성장한 스타트업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 중 하나가 영문이름을 사용하여 사내 지위에서 오는 위화감을 없애고, 활발한 소통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는 듯하다. 조직구조가 완전히 수평적이지 않은 이상, 저분은 대표님, 저분은 팀장님이다. 절대 "피터, 그 내용 확인했어??"라고 할 수 없다.
 입사할 당시 얼마 있지 않아 퇴사를 하신 주니어 분이 계셨는데, 회사에 대한 불만 중에 하나가 호칭에 대한 것이었다. 이름만 수평적이고 그 뒤로는 극존칭을 붙여야 하니 영문이름이 대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영문이름을 없애고 차라리 OO님으로 부르자고 했지만 어색함에 아무도 서로를 부르지 않아 다시 영문이름으로 돌아온 웃픈 에피소드도 있었다.)

 어쨌든, '영문이름 호칭→수평적인 조직구조'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수평적인 조직구조→영문이름 호칭' 도 성립한다고 말할 수 없다. 결국 구성원 모두가 얼마나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애자일(Agile)한 업무 프로세스

 그렇다면 수평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수평적인 조직문화에 필수조건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다. 업무 프로세스 방법론은 말 그대로 업무를 효율적이고 기민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퇴사한 곳에 사업총괄 및 기획을 담당하셨던 분은 플랫폼 기획, 마케팅, 운영 등 모든 업무를 하나하나 다 확인하길 원했고, 이에 실무 담당자부터 업무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진다는 피드백을 받아 애자일 방법론을 조직구조에 도입했다. (사실 업무 프로세스 방법론의 도입이었지만, 10명 남짓한 스타트업에서의 애자일 방법론 도입은 조직구조 개편이나 다름없었다.)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운영하며 마케팅, 플랫폼 기획, UIUX, 디자인, 운영 등 맡고 있는 각자의 영역에서 모두가 PM이라 생각하고 책임감있게 업무를 진행하며 서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자는 취지였다.
 

여기에서 잠시, '애자일'에 대해 살펴보자.

애자일 방법론은 IT업계에서 나온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다. 즉 고객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정에 대한 리소스를 줄이기 위한 방법론으로, 최종 목적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부 방법론이 아닌 외부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으로 시작되었다. 현재는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애자일 방법론을 제품개발, 마케팅, HR 등 기업 내부 분야에 확장 적용하고 있다.


고객의 정의

그렇다면 여기에서 '고객'은 누가 될까? 여전히 기업의 제품이나 가치를 소비하는 소비자다. 여기에서 혼동해서는 안될 것이 애자일팀을 리드하는 리더가 고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놀라운 성공을 거둔 멀티미디어 온라인게임(League of Legends) 회사의 사업계획 제품수장을 맡고 있는 브랜든 슝(Brandon Hsiung)은 말한다. "그들의 고객은 부서의 보스나 CEO가 아닙니다. 심지어 이사회도 아닙니다. 그들의 고객은 개발팀이고, 개발팀의 고객은 결국 게임 플레이어들이지요." (앤디노블,제프 서덜랜드, 대럴K.닉비「애자일을 확장하라」)


권한과 책임

애자일팀은 위계적인 명령 체계와는 다르게 움직인다. 고객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손에 혁신의 권한과 책임을 맡기고 스스로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그리고 애자일팀의 리더는 관리자 및 조력자로서 움직인다. 애자일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리더들은 하향식 계획이나 지시를 통해서 애자일팀을 이끌어 나가려 한다.   

  반쪽자리 애자일 방식의 운영은 모두가 PM이라는 명분 아래 결정 권한없는 책임만을 안겨주게 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국내에 애자일 방식의 프로세스 도입에 대한 이렇다 할 성공사례는 보지 못했다. 그만큼 많은 시도와 실패를 겪으며 각 기업문화 및 구성원에 맞는 수정과 개선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적인 과정에서 나오는 점진적인 프로세스를 점진적인 사고와 혼동해서는 안된다.(앤디노블,제프 서덜랜드, 대럴K.닉비「애자일을 확장하라」) 기업이 갖고 있는 최종적인 목표와 도달점인 비전은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를 거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중의 하나가 애자일이다.

핵심적인 요소가 없는 방법론의 변형은 커뮤니케이션의 낭비와 혼동만 낳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마인드셋의 변화

 몸담고 있던 스타트업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힘썼던 요소들은 위와 같이 크게 2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그럴듯한 방법론의 도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지위를 막론하고 업무적인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마인드를 모두가 갖고 있어야 한다. 다소 식상한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피드백,  2번 환상을 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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