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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코숲 Mar 21. 2019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려 한다면?

채권자 취소권(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행사하기 위한 요건과 범위 및 적용

상대방에 대하여 대여금 청구 등 채권적인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무자력이라면, 강제적으로 집행할 시 집행할 재산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채권의 만족을 바로 받을 수 없다. 이에 채무자가 사해의사, 즉 재산을 빼돌릴 목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채권자는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이를 '채권자 취소권'이라고 하며, 소로써 제기하여햐 하는 것으로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라고도 한다.  

 

채권자취소권

채권자 취소권에 관하여는 민법 제406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제406조(채권자취소권)
①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항의 소는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법률행위있은 날로부터 5년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위와 같이 민법 제406조 제1항에 의한 채권자 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① 피보전채권이 존재하고 있어야 하고

②사해행위, 즉 채권자를 해하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가 있어야 하며

③주관적 요건으로, 채무자 및 수익자(혹은 전득자)에게 사해의사가 있어야 한다.

제소기간은 동조 제2항과 같다.

위 ①, ②, ③의 요건은 소송법상 본안에서 심리하고 판단하는 요건으로서, 위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청구기각판결을 한다.


피보전채권의 존재 

채권자 취소는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행사하는 채권자 고유의 채권 행사로, 특정채권(ex.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행사할 수 없다.

제407조(채권자취소의 효력)
전조의 규정에 의한 취소와 원상회복은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그 효력이 있다.

또한 피보전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있기 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채권이어야 한다. 채무자의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가 있은 후에 생긴 채무자에 대한 채권은 이미 채무자의 자력상태를 알고 계약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해 줄 필요가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1)사해행위 당시 이미 채권 성립에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2)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기하여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3)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사해행위 이후에 성립한 채권이라 하더라도 채권자 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判)


사해행위의 존재

일반적으로 사해행위라 함은, 채무자의 재산행위로 그의 일반재산이 감소하여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게 되는 것, 즉 채무초과상태에 이르거나 이미 이른 채무초과상태가 심화된 경우를 말한다(채무자의 무자력).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判)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채권자 중 1인에게 '변제' 한 행위는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과 통모하여 다른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있었다면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단순 변제가 아닌 '대물변제'의 경우 특정채권자와의 변제에 관한 계약을 새로이 체결한 것이므로 통모가 있었다고 보아 사해행위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채권자 중 1인에게 '물적 담보를 제공'한 경우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로 보고 있다. 이는 부동산에 제공한 물적 담보가치만큼 채무자의 일반 채권자들을 위한 책임재산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적 담보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확정일자 있는) 임차권을 설정해 준 행위', '우선변제권 있는 전세권을 설정해 준 행위'도 포함된다.


사해의사의 존재

사해의사는 적극적인 의욕이 아니라 소극적인 인식으로도 충분하다. 따라서 특정의 채권자를 해하게 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는 없고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긴다는 것에 관하여 인식하면 충분하다(判). 이러한 사해의사에 대한 입증책임은 채권자에게 있으나,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행위는 사해행위가 됨과 동시에 사해의사도 추정된다(判).


사해행위 취소의 효과

채무자와 제3자(수익자)간의 사해행위는 취소되고 채권자는 피고(채무자 혹은 수익자, 전득자)에 대하여 원상회복을 명할 수 있다. 원상회복의 방법은 원칙적으로 원물반환이나 예외적으로 가액반환을 명할 수 있다.


사례 적용

A와 B는 X건물을 1/2 지분씩 공유하고 있는데, 2017.6.5. X건물의 각 지분에 관하여 근저당권자 a은행, 채무자 A, B, 채권최고액 2억원으로 하여 근저당권을 각 설정하였고, 2017.8.5. b에게 X건물을 보증금 4천만원, 월차임 140만원에 임대하였다. b는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후 2017.9. 초부터 X건물에서 제과점 영업을 시작하였다. 또한 2017.10. X건물에 관한 A의 지분에, A의 채권자 c 명의의 청구금액 5천만원의 가압류 등기가 경료되었다.
한편 채무초과 상태였던 A는 2018.3.11. B의 남편인 d에게 유일한 재산인 X건물의 1/2 지분을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18.3.17. d앞으로 지분이전등기를 마쳤다. 매매계약 당시 X건물 1/2지분의 시가는 1억 7천만원이었다. d는 위 매매계약 후인 2018.3.12.에 근저당채무 잔액인 1억 5천만원을 모두 변제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였다.
한편 e는 A에 대해 2018.1.10.을 변제기로 하는 1억원의 대여금 채권을 가지고 있다. e는 A가 d에게 X건물의 지분을 매도한 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d를 피고로 하여 2018.4.16. 매매계약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e의 청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d가 매수한 지분의 변론종결시 시가는 1억 7천만원)

사해행위 취소 요건 해당 여부

피보전채권(e의 A에 대한 1억원의 대여금 채권)은 사해행위가 있었던 2018.3.11. 이전인 2018.1.10(대여금 채권의 변제기)에 존재하였던 것으로 채권자 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된다.


사해행위와 사해의사가 있어야 하는바, 채무초과 상태였던 채무자A가 그의 유일한 재산인 X건물의 1/2지분을 d에게 매도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꾼 행위는 사해행위가 되며, 사해의사도 추정된다(判).

다만, 사해행위 당시 담보 목적물과 관련하여 유효하게 성립한 담보물 채권 등 피담보채무에 전부 충당되는 것이라면, 일반채권자에게 애초에 돌아갈 몫이 없었기 때문에 사해해위가 될 수 없다(判). 따라서 일반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채권이 무엇이 있는지 검토하고, 당시 A의 지분의 가액과 비교하여 일반채권자가 애초 변제받을 수 있었던 범위에서 사해행위가 되고 취소할 수 있다.

X건물의 사해행위 당시 시가(1억 7천만원)에서 우선변제로 인해 공제해야 할 담보범위는

1) a은행에 대한 근저당권 피담보채무는 사해행위(매매계약) 당시 1억 5천만원이었고, X건물을 A와 B가 각 1/2지분씩 공유하고 있으므로, 1억 5천만원의 1/2인 7,500만원의 채무

2) b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 4,000만원 (공유자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공유자간 불가분채무에 해당, 判)

3) 가압류채권(5,000만원)의 경우, 채권자 평등의 원칙상 채권자의 공동담보에 해당하므로 부동산 가치에 영향이 없다.

따라서, 1억 7천만원-(7,500만원+4,000만원)= 5,500만원이 된다.


③ 그 밖에 피고적격(피고d는 수익자로서, 채무자의 악의가 인정됨에 따라 수익자의 악의도 추정된다) 및 제소기간도 충족되었다.


매매계약의 취소 및 원상회복의 방법과 범위 

사안의 경우, 수익자(피고)d가 X건물을 매수한 뒤 이미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1억 5천만원을 모두 변제하여 근저당권을 말소하였다. 사해행위 당시 일반채권자들에 대한 공동담보의 범위는 당시 X건물의 시가에서 선행하는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등 우선변제권이 있는 권리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d의 변제로 근저당권이 말소되었다. 이를 원물반환을 명하게 되면 당초 공동담보되어 있지 않았던 부분까지 회복을 명하게 되는 것이 되어 공평에 반하게 된다. 따라서 가액반환으로 원상회복을 명해야 한다.

 

피보전채권은 대여금 채권 1억원에 사실심변론종결당시까지의 이자와 지연손해금이 되나, 당초 공동담보되어 가액반환 할 수 있는 범위는 사실심변론종결당시 X건물의 시가인 1억 7천만원에서 앞서 살펴본 1억 1,500만원을 뺀 5,500만원이 된다.


결론

따라서, 법원은 A와 d 사이에 체결된 X건물 1/2 지분에 대한 매매계약을 5,500만원 범위 내에서 취소하고, 피고 d는 원고 e에게 5,500만원 및 이에 대한 판결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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