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가능 시점부터 치료 기간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겠다 결심하기 전, 전문의의 도움은 받고 싶지만 정신과 치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치료가 시작되면 임신은 언제부터 가능한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약을 먹어야 한다면 부작용은 없는지, 주변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이런 환자들의 마음을 아시는지 주치의 선생님은 약 처방을 해주기 전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라 하셨고, 그 덕에 남편과 함께 갔던 첫 진료 자리에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임신 언제부터 해도 될까요?
걱정이 많았던 나는 정신과 예약을 잡기 전부터 정신과 약을 복용받다가 아이를 가진 분들의 이야기를 검색했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거나 오랜 기간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었다가 아이를 가진 분들의 글과 댓글은 많았는데, 결국 '임신 중, 그리고 임신 시도 기간에는 약 복용이 안 된다'는 것이 공통 의견이었다. 다만 언제부터 약 복용을 중단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각자의 주치의가 말해준 내용이 다르기도 했을 테고, 본인의 생각이 더해지다 보니 여러 의견들이 혼재되어 오히려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어쨌든 약을 끊은 후, 나 또한 아이를 가지고 싶었기 때문에 언제부터 임신시도가 가능할지를 여쭤봤다. 내 주치의 선생님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처방해주고 있는 약은 대부분 하루이틀이면 몸에서 빠져나가니 약 복용이 끝나고 하루 이틀 후면 이론적으로 괜찮으나, 본인 의견을 더해 조금 더 보수적인 제안을 하자면 한 차례 생리 기간을 거친 뒤 임신 시도를 추천해 주셨다.
나는 다른 누구보다도 내 주치의가 전해주는 의견에 가장 신뢰가 갔던 것 같다. 사람마다 쓰이는 약이 다르고 상태가 다를 테니 인터넷 검색보다는 꼭 병원에서 담당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결정하시기를 바란다.
치료, 얼마나 걸릴까요?
남편이 가장 궁금했던 것은 바로 치료 기간이었다. 정신과 약을 먹는다는 경험이 흔하지 않다 보니 우리는 치료 기간이 얼마나 필요할 지도 전혀 가늠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는 6개월을 잡지만, 환자의 의지가 강하고 약효가 잘 들 경우 3개월 안에 끝나기도 한다는 답변에 왠지 희망을 느꼈다.
나는 개인적으로 양약보다 한약 처방이 몸에 잘 받는 편인데, 한약 치료도 보통은 3개월은 유지해야 그 효과가 제대로 일어나고 몸이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다. 정신과라고 특별히 더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안도했다. 물론 내과 약을 먹고 1주일 안에 낫는 경험이 익숙하신 분에게는 긴 기간이라고 느껴지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평소에도 소화기나 여성 기관의 문제 등으로 한의원을 3개월가량 꾸준히 다닌 경험이 있어 그리 부담스러운 기간은 아니었다.
약은 어떤가요? 부작용은 없나요?
나의 경우, 청소년에게도 처방 가능한 수준의 약 위주로 담아주셔서 부작용이나 약의 강도에 대한 걱정도 조금 덜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약들이 참 작고 귀여웠다. 알록달록한 색과 바닷가에서 모래가 되기 전의 조약돌을 주운 것 같은 미니한 사이즈. 얼마나 작은 지 보여주고 싶어 500ml 생수통의 뚜껑에 올려 찍어보았다.
사람들 앞에서 약을 먹을 때 뭐라고 말하나요?
약을 먹는 시간도 아침 식후 30분과 취침 전, 2번으로 나누어주셨는데 둘 다 외부 활동이 적은 시간대라 사람들이 나의 약 복용 모습을 볼 일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점심, 저녁 식후 30분이 익숙했던 나에게 조금 낯선 시간대이기는 했지만 오히려 정신과 의원에서 환자에게 해주는 배려처럼 느껴졌다.
최근에 정신과를 다니면서, 그리고 정신과의 치료에 대해 많이 검색해 보면서 유튜브 채널 내 관련 전문의들의 영상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그때 발견한 한 마디가 나를 더 안심하게 도와주었다. 닥터프렌즈에 출연하고 있는 오진승 선생님의 한 마디였는데, 정신과 약의 안정성에 대해 환자들이 물어보면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코로나 백신 다 맞으셨죠? 그것보다 10배는 안전해요" 팬데믹이라는 위급한 상황에서 fast track으로 약의 안전성을 검증한 코로나 백신 대비 정신과 처방약들은 정석의 검증 단계를 모두 거쳤기 때문이다.
정신과라는 전문 의원이 개원해서 환자를 맞이하고 약을 처방하는 것부터가 다른 병원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검증되었을 거라는 사실을 왜 인식하지 못했을까. 그저 우리가 익숙하지 않고 경험이 적기 때문에 더 위험한 것으로, 혹은 불안정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배가 아플 때, 머리가 아플 때, 이가 아플 때 찾아갈 곳이 있는 것처럼 마음이 힘들 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우리 가까이에 보험 적용까지 받으면서 다닐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