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갓 내린 아이의 서늘한 이마에
손을 대고 안도해 본 이라면 알 것이다.
잘 이겨내주어, 잘 자라주어 고맙다는 인사가
얼마나 많은 간절함을 담고 있는지.
진드기 공격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나의 삼총사 중 몬s는 잊을만하면
새잎을 돋아내며 주저앉는 내 마음을 위로하곤 했다.
이번에도 바로 전 새잎에서
다시 새로운 잎이 돋아나고 있다.
나도 어서 새잎을 내야하는데,
'보통사람 박춘수' 마무리한지도
벌써 한달하고도 반이 지났다.
다행인 것은 할 이야기들은 많다는 것이고,
그에 비해 내가 시동을 걸기까진
다소 굼뜬 사람이라는 것은
그닥 다행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서두르는 것보다 때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
돌아보면 그랬다. 서두르면 그르쳤다.
살펴보니 돋아나는 잎은 구멍이 두 개나 뚫려있다.
(처음에는 갉아먹은 형태의 잎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나는 '풋-'하고 작은 웃음을 터뜨렸었다)
어젯밤에 첫눈이 내렸다는데 나는 보질 못했다.
큰 아이는 도둑눈은 원래 그렇게 오는 것이라,
유치원에서 배웠다 했다.
분명 흔적을 남겼을 거라고도 했다.
작은 아이는 눈이 오질 않으니
도무지 겨울이 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날이 추워졌다고 겨울은 아니라는
아이들의 강한 확신 섞인 말과 눈동자에
나는 '그래'라는 말로 짧게 답했다.
아이들이 이제 겨울이라고 인정하면
그때는 나도 새잎을 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