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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살이-마흔 두달차(25.2월)

인도경제 이야기

by 소전 India Mar 01. 2025

[코끼리와 인도경제]

인도의 길지 않은 겨울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큰 추위도 없었고, 작년보다 훨씬 적은 스모그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서 더위와 마찬가지로 그냥 버티기와 꾸준한 운동이 필수입니다. "버티기"와 "꾸준함"이 인도살이를 대표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이러한 버티기와 꾸준함을 느낄수 있습니다. 흔히 인도 경제를 비유할 때 흔히 "코끼리"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느리지만 힘센 코끼리(Slow but Strong Elephant)"라 불렸고 멈추지 않는 꾸준한 성장을 빗대었습니다. 2010년대에는 "달리는 코끼리(Galloping Elephant)"로 불렸고, 해마다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는 말로 표현되었습니다. 2020년 이후에는 디지털화된 경제를 강조하며 "디지털 코끼리(Digital Elephant)"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최근 글로벌 기업의 대표들이 인도를 주목하고, 많은 외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방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라닐 살가도(Ranil Salgado) 부국장은 인도 경제를 "오랫동안 준비해 온 마라토너"라고 표현하며, 앞으로 꾸준하고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인도 경제는 어떻게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인도의 경제성장 현황(출처 : FORBES INDIA)

[인도 경제의 눈부신 성장]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경제국 중 하나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6.5%를 기록하여 주요 경제 대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2025년에도 인도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IMF는 2025/26 회계연도에 인도의 경제 성장률을 6.5%로 전망하고 있고, 인도 재무부는 6.3%에서 6.8% 사이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25년 인도의 성장률을 7.0%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991년 경제 개혁 이후, 인도의 GDP는 꾸준히 성장하여 2023년 명목 GDP 기준 세계 5위(약 3.7조 달러)에 올라섰습니다.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수출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인도의 전체 무역 규모는 1.2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특히 IT 서비스와 자동차, 의약품, 철강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리더십 아래, 'Make in India', 'Digital India', 'Startup India' 등 다양한 경제정책이 추진되었으며,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여러 요인들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더욱이,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인도의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GDP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전망은 인도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 그리고 적극적인 경제 정책의 결과로 분석됩니다. 이처럼 인도는 향후 몇 년간 세계 경제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도 경제 성장의 이유]

인도의 경제 성장은 몇 가지 주요 요인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우선, 리더십과 경제 관료들의 노력입니다. 1991년 만모한 싱 당시 재무장관이 추진한 시장 개방 정책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인도 경제가 글로벌 무대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모디 정부는 ‘Digital India’와 같은 정책을 통해 핀테크, 전자상거래, IT 서비스 등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며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의 UPI(통합 결제 인터페이스) 시스템은 디지털 결제 혁명을 이끌며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둘째, 젊은 인구와 거대한 소비시장입니다. 인도의 평균 연령은 28세로, 중국(38세)이나 한국(44세)보다 훨씬 젊습니다. 이는 노동력 확보뿐만 아니라 소비 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플립카트(Flipkart)와 같은 인도 기업들이 아마존과 경쟁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파르시(Parsi) 공동체의 영향력입니다. 이슬람 지배 이후 인도에서 상업 활동을 주도한 파르시 공동체는 타타(Tata), 고드레지(Godrej) 등 인도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을 탄생시켰습니다. 타타 그룹은 자동차, 철강, IT 등 다양한 산업에서 인도 경제를 견인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도식 경제 발전 모델입니다. 인도는 제조업 중심의 중국과 달리 IT 및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독특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전기차 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제조업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이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을 확대하는 것은 인도의 제조업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국과 인도의 경제발달 과정]

한국의 경제 성장도 인도와 유사한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경제 관료들의 계획, 그리고 기업인들의 실행력이 결합하여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한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압축 성장을 이루었으며, 중공업 육성과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정주영, 김우중과 같은 기업인들이 국가 경제 발전을 주도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여기에 국민들의 잘살아보자는 의욕과 발전에 따른 토지 수용 등 국가정책에 적극 협조한 부분도 성장의 원인으로 들 수 있습니다. 여성들의 경제 참여도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반면, 인도는 보다 자유시장 경제를 유지하며 점진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훨씬 큰 내수시장과 다양한 문화,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는 개방적인 투자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IT와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디지털 인프라 확충과 스타트업 육성이 인도 경제 성장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발달 과정]     

인도에 와서 놀란 것중 하나가 바로 화교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편 전쟁이후 인도에서 중국사람에 대한 반감이 많아졌고, 국경분쟁 등의 원인으로 진출기회가 적었습니다. 인도정부의 비자도 철저히 제한을 하고 있습니다. 델리 시내에 중국집은 볼 수 있지만 외교활동 등은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인도와 중국의 경제를 비교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볼때 중국과 인도를 비교한 것도 큰 흐름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로 강력한 중앙집권적 경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정부주도의 계획경제를 기반으로 강력한 인프라 투자와 보조금 등을 지원하며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비하여 인도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는 정책 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어, 개혁 속도는 느리지만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업과 IT 중심의 성장 전략을 채택하며 점진적으로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인도 정부는 제조업 강화를 위해 'Make in India' 정책을 추진하며 생산 기반 확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다르게 인도의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와 창업 정신이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과 기업가 정신이 활발하게 발현되고 있으며, 젊은 세대가 창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인도가 우리나라, 중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입니다. 한국, 중국의 경우 여성들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인도는 여성들의 참여가 매우 저조한 편입니다. 

 


일본은 있다 vs 일본은 없다 (출처 : YES24)

[인도는 있다  VS 인도는 없다.]

2010년경에 우리나라에서 ‘일본은 있다’와 '일본은 없다'라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긍정론자들이 '일본은 있다'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반면 일본의 장기 침체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일본은 없다’고 주장하는 부정론자들도 있었습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무용론에 가깝다고 봅니다. 현재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인도의 경제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인도는 있다’고 보는 분들은 풍부한 노동력, IT 산업 성장,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확대 등을 근거로 인도의 미래를 낙관합니다. 반면, ‘인도는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복잡한 행정 절차, 인프라 부족, 빈부격차, 신분제 등의 문제를 들어 인도의 경제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는 오히려 인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것 같습니다. 인도는 단순히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배워야 할 경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의 경제는 서구식 모델과도, 한국식 모델과도 다릅니다. 따라서 인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관념적 논쟁에서 벗어나, 실제로 인도에 와서 투자하고 인도식 경제 구조를 체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관절차, 조세, 노무, 환경 등 규제가 심하다고 하지만, 관점을 바꿔서 보면 그만큼 틈이 많고 진출의 기회가 있는 곳이 바로 인도가 아닌가 합니다.   


[인도식 경제 배우기]  

인도살이에 어려운 점은 바로 인도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인도가 아닌 곳에서 인도를 바라보는 선입견입니다. 인도를 한 번도 와보지 않고 유튜브나 뉴스를 보고 판단하기에는, 인도는 정말 다양하고 넓은 나라입니다. 마흔두 달이 지나가지만 아직도 인도는 어렵기만 합니다. 인도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관찰하는 것이라고 보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 3대 상인 중 하나가 인도 상인이라는 것은, 그만큼 단순한 사고파는 기술을 넘어 바다와 육로를 통해 동서양을 오가며 발달한 유능한 상술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인터넷, 유튜브, 전자상거래의 발달이 더해지면서 인도 상인들에게는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었습니다. 인도는 우리나라에게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투자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기술을 인도 기업들과 접목하여 제조업 발전을 이루려는 것이 인도의 목표입니다. 특히, 인도의 반도체 산업은 제가 인도에 오기 전부터 계속 유치를 추진해 왔으며,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이제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오는 3월 5일, 모디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에서 구자라트 세미 컨덕터 컨퍼런스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인도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타타 그룹,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의 기업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인도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첨단 산업 중 하나이며,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과 협력 모델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구자라트 반도체 컨러펀스 2025 안내(출처 : gsem.gujarat.gov.in)

인도살이가 쉽지 않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살거나 여행하는 사람은 선택할 수 있어도, 기업가들에게는 반드시 진출해야 할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도 상인 못지않게 우리나라도 무수한 경영 신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식 경영을 배우고, 현지의 문제를 극복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고(故) 정주영 회장님은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선박 계약을 따냈고, 김우중 대우 회장님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며 글로벌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했지만, 최근에는 인도를 ‘너무 힘든 시장’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는 디지털화된 "달리는 코끼리"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불편하고 복잡한 환경이지만, 그 안에서 기회를 찾는다면 한국 기업들은 인도에서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인도 경제를 배우고 직접 진출하여 인도가 또 하나의 기회와 축복의 땅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2025.2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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