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상 천국 - 인도
의복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얼굴입니다. 사리, 살와르카미즈, 도티, 룽기 등 인도의 전통 의상을 보면 인도의 또 다른 다양성이 보입니다. 지역이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추운 지방의 북인도에서 적도 부근의 남인도에 이르고 있고,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28개의 주로 나뉘어져 있어 주 별로 상징을 나타나는 각기 다른 전통 의상들이 있습니다. ‘옷이 날개다.’ 라는 말처럼 인도 여자들이 사리를 입은 모습을 보면 참 아름답습니다. 3~8m의 다양한 길이를 가진 사리(saree)는 하나의 천으로 온 몸을 감싸는 형태로 인도 여성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옷입니다. 입은 기록은 기원전 3200년에서 기원전 2000년 사이 인더스 문명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시대를 걸쳐 꾸준하게 진화를 했고 특히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20세기 초에 많은 발전을 하여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사리에서 인도의 순수 문화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바느질로 손을 탄 옷은 부정한 것이고, 바느질 하지 않은 옷은 깨끗하고 순수한 옷이라고 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 손으로 먹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제 3자의 손이 닿은 포크나 수저보다 자기 손을 더 깨끗하게 본다고 합니다. 심지어 길을 걸을 때 낮은 계급의 사람과 눈길을 마주치는 것 만으로도 부정을 탄다고 하여 얼굴을 가리고 다니게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사리를 몸에 바로 입지 않습니다. 속치마와 촐리라는 상의를 입고 그 위에 사리를 둘러 입는다고 합니다. 천 한 장으로 허리를 감싸고 주름을 잡아 어깨까지 올리는데 입는 절차가 복잡해 보이고 도우미도 필요해 보입니다. 사리를 입고 생활하는게 불편하지 않을까? 하여 현지 직원에게 알아보니 오랜 기간 입어서 습관이 되어 큰 불편은 없다고 합니다. 공식석상에 의무적으로 사리를 입어야 하고, 부모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주 입혀 큰 거부감은 없다고 합니다. 개교기념일, 스승의 날, 졸업식 등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사리 착용이 당연한 것이 되고 더불어 많은 이들이 사리가 캐주얼 복장보다 편하다고 합니다. 사리 복장은 등과 배가 훤하게 드러나는 반면, 몸에 밀착된 바지를 발목을 덮는 길이로 입은 것을 보게 됩니다. 발목이 보이면 천한 여자라는 관습 때문이라고 하는데 노출에 대한 기준이 우리나라와 사뭇 다릅니다. 사리의 변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색상은 물론 다양한 문양을 더해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하는 등 현재의 기준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를 하고 있습니다.
사리 다음으로 인도 여성들이 즐겨 입는 옷은 살와르 카미즈(salwar kameez)입니다. 사리가 하나의 천으로 된 원피스로 격식을 갖춘 옷이라면, 살와르 카미즈는 투피스로 만든 일상복입니다. 살와르 카미즈는 인도 서북부에 위치한 펀잡(pun jab)지방에서 시작되어 ‘펀자비(punjabi)’라고도 부릅니다. 윗 옷은 ‘카메즈’, 바지는 ‘살와르’라고 합니다. 여기에 ‘두파타’( Dupatta)라는 큰 스카프를 둘러 뜨거운 햇빛도 가리고 패션의 완성도도 높입니다. 다채로운 색상을 바탕으로 상의와 바지를 여러 형태로 만들어 다양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어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쌈 지역에서 유행하는 메칼라 차도르(Mekhela Chador), 구자라트와 라자스탄에서 많이 입는 가그라 촐리(Ghagra Choli)도 있지만 대표적인 여성의 의상으로는 사리와 살와르 카미즈를 들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화려한 옷에 어울리게 남성들의 전통 의상도 아주 멋집니다. 주로 더위를 피하기 위해 실용적으로 발전한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남자의 고유 의상으로는 도티(Dhoti)와 룽기(Lungi), 아즈칸(Achkan) 세르와니즈(Shewani) 등이 있습니다. 도티(Dhoti)와 룽기는 바지이고, 아즈칸과 세르와니는 상의 자켓입니다. 도티는 동부와 남부지방에서 많이 입는 옷으로 언뜻 보면 바지처럼 보이지만 사리와 마찬가지로 하나로 천으로 돌려서 입는 것이라고 합니다. 입는 방법은 천을 아래로 늘어뜨린 후 다시 허리춤으로 올려 동여서 입는다고 합니다. 허리 둘레에 장식용 벨트 또는 평평하고 평범한 벨트를 사용하여 제자리에 유지합니다. 도티는 인도 전역에서 인기가 높고 지역마다 이름도 다르다고 합니다. 마라티어(남인도 마하라 슈트라주 공식언어)는 도타르(dhotar), 구자라트 어로는 도티유(Dhotiyu), 텔루구어로는 판차(Pancha)라고 부릅니다. 입는 방식은 비슷하나 각 지역별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상, 문양은 다릅니다. 룽기(Lungi)는 도티와 비슷하지만 룽기는 패턴이 있고 도티는 흰색이거나 줄무늬가 있는 단색입니다. 일부 룽기에는 주머니와 벨트가 있어 더욱 편리하다고 합니다. 보통 남자들의 전통의상을 보면 바지로 도티나 룽기를 입고 상의는 쿠르타라고 하여 옆이 터진 상의를 입습니다.
네루(Nehru) 전 총리가 즐겨 입었던 목이 올라온 제복 스타일의 옷은 아즈칸(Achkan)입니다. 네팔과 인도 북동부에서는 다우라(Daura), 인도 남부에서는 안기(Angi),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촐라(Chola) 또는 촐루(Cholu)라고 합니다. 지역별로 다양하게 변형되어 인도 전역에서 착용되는 인기 아이템입니다. 아즈칸과 비슷한 옷인 세르와니(Sherewani)라는 옷도 있는데, 원래 몽고의 복식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신랑들이 결혼예복으로도 즐겨 입습니다. 또 네루자켓이라고 하는 아즈칸의 조끼 형태로 발전된 옷이 있습니다. 모디 총리가 주로 입는다고 하여 모디자켓이라고도 불리는데 입기 편해서 저도 두 벌 구입해 입고 있습니다.
인도의 다양한 전통 의상을 보면서 비즈니스 발달에 따른 서양식 복제와 전통 의상에 대한 영역이 서로 어우러짐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복이 결혼식에나 입는 특별한 옷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개량 한복이 판매되고는 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일상복으로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뉴델리 시내의 대부분 남자들은 청바지에 와이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회사원들은 주로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이고 전통의상을 입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사리나 쿠르타를 입기도 합니다. 사리를 입은 학생들의 모습도 좋아 보였습니다. 국경일 때 사리를 입은 고위 공무원들의 기품 있는 모습을 보니 전통의 아름다움으로 어우러짐도 좋았습니다.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서 사회적 규범이 만들어져도 개인이 따라주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집니다.
인도살이에서 가장 의구심을 갖는 부분이 바로 사회적 규율에서 개인들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종교 윤회나 내세설, 종교적 행사에 참여와 관심이 높은 점을 볼 때 개인주의 보다는 전체주의가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 규범이나 관습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세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역사와 시간 속에서 아름다움과 자기다움을 지키고 이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전통들이 역사가 흐르면서 더욱 더 고귀함으로 발전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한복의 동북 공정이라는 단어를 쓰며 한복도 중국에서 만든 것이라는 황당무계한 헛소리를 했었습니다. 우리나라 한복도 관광지에서 외국인들이 입고 사진 찍는 일회성 관광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유지해 나가는 방편으로 되살아나기를 기원합니다.
2023년 4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