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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Flight Apr 29. 2020

항공사에 '꽂'히다

- 내가 대한항공에 꽂히게 된 사연 -

내가 항공사에 꽂히게 된 계기를 얘기하자면 군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나는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냉천리 전방 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다. 전방 부대 군바리에게 유일한 낙(樂)이란 가족이나 애인한테서 온 편지.... 그렇지만 나는 사회 있을 때 별 인기가 없어 여자 친구는커녕 여자 인간 친구도 없었으니 군 생활에 별 재미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초를 서고 부대로 복귀하는데 고참이 저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른다. "야! 이 일병. 편지 열 통 왔다". 잘 못 들었나? 내 귀를 의심했지만 내무반에 가보니 진짜 편지 열 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웬일인가 싶어 편지를 열어보니 '영어 펜팔 편지'다. 열 통의 편지가 강원도 최전방 산골 부대까지 도착한 사연은 이랬다.


군 입대 전 대학 시절, 나는 영어에 꽂혀 있었다. 나의 매일 아침은 영자 신문 Korea Times를 읽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새벽 5시 알람 소리에 일어나 그 시간에 대문 앞에 떨어져 있는 영자 신문을 주워 한 시간쯤 읽은 후 6시 정각에 당시 영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꽂혀봤을 '오성식의 굿모닝팝스'를 들으며 영어 공부를 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굿모닝팝스에 편지를 보냈다. 영어에 꽂히고, 굿모닝 팝스에 꽂혔는데 군대 가면 영어 공부도 못하고, 방송도 듣지 못할 것 같아 죽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오성식씨가 편지 내용을 방송에서 소개해 주면서 청취자들에게 "이덕영 씨가 군대에서 영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한 군인의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영어 편지를 보내주세요"라고 부탁했나 보다.


그때부터 편지가 쇄도해서 나에게 꽂힌 펜팔 여인들이 (모두 다 여자였다) 30명쯤 되었다. 그 중에 한 여고생이 있었다. 김천여고에 다닌다고 했다. 어느 날 그녀로부터 핑크 빛 봉투에 알록달록한 편지가 도착했는데 그녀의 사진도 들어 있었다. 사진 속 그녀는 보조개가 움푹 파여 이쁘고, 귀엽고, 애교 스러워 보였다.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 지금 고등학교 1학년, 내가 제대할 즈음에는 여대생이 되어 있겠군

- 복학하면 그녀를 내 여자 친구 삼으면 어떨까? (꿈도 야무졌다)


나는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는 더욱 정성을 들여, 멋진 표현을 가득 담아 답장을 보냈다. 그렇게 이년 정도 수십 통의 편지가 오가며 우리의 감정도 (사실 나만) 깊어갔다. 제대가 가까워졌음 무렵 그녀가 대학 합격 소식을 전해왔다.


그녀는 장래 희망을 이루기 위해 인천에 있는 모대학의 항공 운항과에 입학한다고 했다. 그 과를 나오면 스튜어디스 (객실 승무원)가 된다고 했다. '스튜어디스, 승무원?' 그때까지 나는 내 직업과 장래에 대해서 별생각 없이 그냥 그냥 살아왔는데, 그녀 메일을 받고 나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곧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고, 졸업을 하고 그리고 취업을 해야 하는데....


-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그 생각에 꽂혀 며칠을 고민하다가 나도 결국 항공사를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 나도 여행 좋아하는데...

- 나도 사람 좋아하는데..

- 나도 영어 좋아하는데...

- 그리고 너를 좋아하고 싶은데...


"좋아! 나도 항공사에 들어가는 거야. 이왕 들어갈 거면 세계 최고의 항공사(누가 뭐래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대한항공에 들어가자. 대한항공에 들어가서 그녀를 만나자" 그렇게 해서 나는 군 시절 펜팔을 통해 항공사에, 그 중 에서도 세계 최고의 항공사 대.한.항.공에 꽂히게 되었다. 확~


세계 최강, 울트라 캡숑 대한항공 승무원들. 나도 사진 속에 있다. 누군지는 찾지 말자.       <출처 : 구글>


군생활 시절 나. 주황색 체육복을 입고 있다. 지금 봐도 스마일이 좋다.





* 그래서 그녀와 어떻게 됐냐고? 음.... 만났을까? 만나서 핑크빛 사랑을 이루었을까? 엄청 재미있다고 소문난 영화, 누군가 '스포'하면 김 빠지듯이, 그녀와의 '그 후' 이야기를 드라마 첫 편에 알려주는 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나중으로 미룬다. (궁금하시면 정주행!. 글은 띄엄띄엄)


* 브런치 북 <비행에 꽂히다>에는 13편의 글만 실었습니다. 나머지 글을 읽기 위해서는 저의 브런치 매거진으로 '환승 (Transit)'하셔야 합니다. 13편을 다 읽으신 후 환승을 위해서는 상단 혹은 하단의 제 브런치 아이디 happy flight 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13편까지 다 읽고 환승해 주세요. 순항중에는 환승이 불가하오니 양해해 주시기 바라며 벨트매시고, 이륙합니다. 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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