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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Flight Apr 29. 2020

첫 번째 위기, 욜로(YOLO)로 극복하다.

- You Only Live Once! -

인재개발원에서 처음 배정받은 팀은 '외국어 교육팀'. 직원들의 외국어 교육 (주로, 영어, 일본어)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다. 나는 일본인 강사 2명과 함께 일본어 교육을 맡았다. 강의는 일본인 강사 두 분이 진행하시고, 나는 부서별 수요를 파악하고, 교육을 계획하고, 보고하는 업무를 맡았다.


사무실 분위기는 현장과 달랐다. 현장이 몸으로 뛰는 일이라면, 사무실은 머리를 써야 했다. 현장에서는 '짐'과 함께 뒹굴었는데, 사무실에서는 하루 종일 컴퓨터를 붙잡고 문서 작성하고, 보고하고, 회의하는 업무의 연속이었다. 퇴근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다음 주, 다음 달, 내년 교육 계획들로 가득 차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월요병'이란 것도 느껴봤다.


어느 날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버스로 10분 거리인 회사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기사 옆 의자에 타자마자 의자를 180도로 눕히고 누웠다. 운전사 아저씨가 어디 아프냐고 묻는다. 회사 도착하면 알려 달라고 하고 속으로 빌었다. '이대로 가다가 어디 확~ 부딪치면 좋겠다'라고...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현장이 너무 그리웠다. 머리보다 몸을 쓰고 싶었다. 나를 이곳에 보내신 수하물 팀장님도 "너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 와도 돼"라고 하셨다. 인사부에 면담을 요청했다. 인사부 담당 과장님께서는 내 사연을 들으시고, 최대한 내 요구를 들어주시겠단다. 대신, 지금 팀장님께 내 사정을 얘기해 보겠단다. 며칠 뒤, 팀장님께서 커피나 한잔 하자며 나를 부르신다.


"야! 그렇게 힘들었어? 진작 말하지. 난 네가 조용히 있어 그렇게 힘든지 몰랐다. 좋아. 3개월만 더 해보자.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 도 있어. 3개월 후에도 지금처럼 힘들면 네가 원하는 부서로 보내줄게".


3개월이다. 3개월만 참으면 수하물로 다시 갈 수 있다. 좋아! 죽었다 생각하고 참아보자. 그런데, 나에게 3개월 후를 약속했던 팀장님께서 두 달 뒤 해외 근무 발령을 받고 시드니로 가셨다. 아니! 3개월 뒤에 수하물로 보내주신다면서요!. 소리치고 싶었지만 "넌 잘 해낼 거야" 내 어깨를 쳐주며 그분은 그렇게 떠나셨다.


야속하게 떠나신 팀장님이셨지만, 떠나기 전까지, 나를 잡아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다. 업무면 업무, 인간관계면 인간관계, 회사 생활에 필요한 A~Z까지 모든 것을 알려주셨다. 인간적으로도 좋은 분이셨다. 내가 산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이번 주말에 북한산 갈 거지? 같이 가자"며 나의 산행에 동행하셨고, 하산 후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셨다. 어느 날은 꽁꽁 얼린 막걸리를 가져오셨는데 너무 맛있어서 과음을 했나 보다. 나무 그늘에서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그분의 무릎을 베고 자고 있었다.


그분이 떠나시고, 3개월이 지났지만, 더 이상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할 수도, 할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3개월이 지나니, 그렇게 힘들다고 느꼈던 일이 할 만 해졌다. 업무는 똑같은데 더 이상 어렵다고 느껴지지가 않았다. 익숙해져서 이기도 했지만, 더 이상 거기에 내 감정을 퍼붓고 싶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하되, 나머지 시간은 나를 위해 쓰자.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바로 욜로 (You Live Only Once!) 였던 것 같다. 한번 죽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며 즐겁게 살자. 내 욜로 (Yolo) 인생이 시작되었다.




* 승무원이 된 후 시드니 첫 비행을 갔을 때 그분을 만났다. 우리는 시드니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달링하버'에 가서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마시며 킹크랩을 뜯었다. 그분에게 "저를 잡아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오히려 본인이 고맙다고 하신다. 무슨 의미냐고 물으니 내 덕분에 등산도 하고, 마라톤도 (우리는 마라톤도 함께 했다. 그분은 나중에 풀코스까지 뛰었다고 한다) 해서 몸이 건강해지셨단다. 그리고 속 썩이는 후배 때문에 다이나믹(Dynamic)한 시간을 보냈다며, 저녁은 본인이 쏘겠단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 그분이 저녁 사는 것을 말리지는 않았다.


* 그분은 이후 승승장구하여 전무까지 올라가셨다. 작년 말에 회사 소식에 그분의 은퇴 소식이 떴다. 나는 감사/작별 메일이라도 보내려고 이메일을 작성했지만, 발송 버튼은 누르지 못했다.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고 미안해서였다. 아직도 <보낼 예정> 메일함에는 그때 보내지 못한 메일이 '작성 중'이다.


시드니 '달링하버'. 야경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오른쪽 1시 방향, 노란빛이 새어 나오는 건물에 내가 앉아있다. 잘 찾아봐라. <사진 출처 : https://livewell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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