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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Oct 25. 2019

가는 길에 정답이 있나요? 우리가 선택한 길

우리가 센토사 섬으로 가는 방법

센토사 섬에 어떻게 가지?

우리는 걸어가기로 선택했다.



센토사 섬에 가기 위해 하버프런트 역에 왔다. 쇼핑몰 비보시티에서 여행자에게 쇼핑 지원 바우처를 준다는 내용을 싱가포르 관광청에서 발행한 안내 책자에서 봤다. 비보시티에 굳이 시간 내 찾아갈 생각은 없었지만, 하버프런트 역에 내리니 바로 쇼핑몰 비보시티가 보였다. 비보시티 안내 데스크로 가서 여권을 보여주니, 캔디리셔스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줬다.


아이들에게 사탕을 잘 사주지 않는 엄마지만, 무료 상품권이 있으니 아이들에게 선심 썼다.


너희 마음대로 사 오렴.


아이들은 상품권을 받아 들고 신나서 사탕 가게, 캔디리셔스 안으로 들어갔다. 몇 바퀴를 돌고 돌던 아이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 가게 안으로 들어가 물어봤다.


“사고 싶은 것을 사기에 돈이 부족해.”


아이들에게 그 돈에 꼭 맞춰 사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둘이 갖고 있는 상품권 금액에 맞춰 사탕을 고르고 있었다. “조금 넘는 것은 엄마가 보태주겠다”고 하니, 표정이 밝아진다. 두 아이는 본인들이 선택한 사탕을 계산대에 들이밀고,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점원이 찍는 금액을 유심히 지켜봤다. 아이들은 상품권 금액을 거의 맞춰 골라왔다. 부족한 0.6 싱가포르 달러를 내게 받아가 계산을 마쳤다.

본인들이 고른 사탕을 계산하고 있는 도도자매

본인들이 ‘스스로 골랐다’, ‘금액을 거의 맞췄다’, ‘계산을 스스로 해냈다’ 등 아이들 표정에서 다양한 ‘뿌듯함’이 느껴진다.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봉지를 손에 들고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탕인 듯, 아이들은 사탕을 물고 미소 가득하다.


센토사섬에 들어가는 방법을 직원에게 물어봤다. 트램을 타고 가야 한다며 트램 표를 사는 곳을 알려줬다. 알려준 곳을 찾아가니, 많은 사람들이 트램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방법밖에 없나?


사람들이 많아서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안내소 직원에게 센터사 섬에 들어가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물어봤다. 걸어갈 수 있단다.


우리는 급하게 갈 이유가 굳이 없었다. 하지만 가만히 기다리기보다는 구경하며 걸어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하니 아이들도 걸어가는 것에 동의한다. 우리 셋은 걸어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그곳을 떠나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자신들이 고른 사탕을 먹으며 센터사 섬에 걸어 가는 아이들

걸어가는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걸어가면서 우리는 조각품과 바다 풍경을 구경했다.

아이들과 걸어가기로 했지만, 사실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센토사 섬 가는 방법으로 트램을 선택했다. 우리가 걸어가겠다 했을 때 안내 직원이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였다. 그래서 걸어가는 길이 꽤 멀까 봐, 쉽지 않을 까 봐 걱정됐다. 다만 나 혼자가 아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길이기에 멀더라도, 쉽지 않더라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풍경을 보고 경험하게 되는 그 길이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 가보니 멀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가는 길이 무빙워크로 되어 있어 급할 것이 없다면 그냥 서서 풍경 구경을 하고 있어도 입구까지 데려다준다. 빠르게 지나가는 꽉 찬 트램이 부럽지 않다.


무빙 워크 끝에 입장권을 파는 곳이 있다. 센토사 섬에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사야 하는지 물어봤다. 아니란다. 센토사 섬 안에서 할 수 있는 어트랙션들 이용권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10년 전에 케이블카를 타고 센토사 섬에 들어왔었다. 1년 반전에 관광버스를 타고 센토사 섬에 들어왔었다. 걸어서 들어오니, 센토사 섬, 와본 곳이 아니다. 처음 보는 풍경이다.


걸어서 들어간 입구 쪽에는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우리 셋은 우리의 눈과 감각을 믿고, 방향을 결정해 걷고 걸었다. 드디어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 셋이 낯 선 길을 찾아 걸어오는 동안 재미있기도 했지만, 긴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아빠 멀라이언 상 앞에 가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안심이 된다. 기념 촬영을 했다. 이제 어디로 가지? 여기도 여러 갈림길이 있다.


어디로 갈까?


아이들 마음이 끌리는 대로 걷기로 했다.

아이들이 가자는 곳으로 구경하며 걷다 보니, 루지 타는 곳까지 왔다. 아빠가 싱가포르에 갔으니, 루지를 타보는 것을 권했다. 하지만 티켓을 사면 또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길 것 같아 망설였다. 일단, 아이들 반응을 보기로 했다. 루지를 보고, 첫째가 타보고 싶어 한다. 둘째는 타고 싶지 않아 한다. 둘째만 놓고 탈 수는 없어서, 둘째에게 딱 한 번만 도전해 보자고 설득했다. 진짜 못 타겠다면 타라고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둘째가 타보겠다고 결정했다.

우리나라 소셜커머스에 올라온 6회권 티켓을 구매했다. 차례가 되자, 둘째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출발 전 페달이 안 밟힌다며 걱정하던 둘째, 결국 출발했다. 바로 내려가는 첫째와 달리 둘째의 출발은 순조롭지 않았다. 둘째가 페달을 조정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뒤에서 기다려줬다. 둘째를 지켜보며 ‘7살 아이가 타기에 무리인가?’, ‘혼자 내려갈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나랑 같이 타게 할까?’ 생각했다. 둘째가 갑자기 내 앞으로 지나간다. 그리고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내려갔다.

내가 도착하니 겁먹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빨리 또 타러 가자”고 한다. 스카이 라인을 타고 올라와 또다시 루지를 탔다. 그리고 다시 스카이라인을 타고 올라왔다. 또 타자고 한다. 오늘 티켓을 다 사용했다고 하니, “엄마가 안 탔다면 우리가 한 번씩 더 탈 수 있었다”며  많이 아쉬워한다. 7살 둘째가 시도해 보겠다고 결정하고, 용기 내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즐거움을 경험했다.  


다음에 다시 오기로 약속하고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포트 실로소에는 세계 대전 때의 기록이 전시되어 있었다. 엄마는 전쟁기록을 더 보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전쟁 기록을 보는 것을 무서워했다. 엄마는 유리로 된 전망대를 걷는 것을 무서워했지만, 아이들은 재미있어한다. 무서워 난간을 잡고 천천히 걷는 엄마 옆으로 아이들은 뛰어다녔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실로서 비치에 갔다.

실로서 비치에 설치되어 있는 워터파크에서 아이들은 놀고 싶어 했다. 수영복이 없어 들어갈 수 없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팔라완 비치에 갔다. 팔라완 비치에 있는 출렁다리를 건너니 “아시아 대륙의 최남단”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아이들은 이 섬을 발견한 탐험가 놀이를 하며 한 참을 놀았다.

센토사 섬 입구로 데려다주는 셔틀버스 안에서 아이들은 탄중 비치에서 주은 돌로 꽃을 만들고 나를 부른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묻지 않고, 스스로 놀이를 만드며 잘 놀았다. 스스로 하는 모습에 대견해 보이고,  ‘아이들이 벌써 이렇게 컸구나’라는 생각에 아이가 더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발목을 잡지 않는 엄마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아이들이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해 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품에 조금 더 머물게 하고 싶은 마음에 서운함, 아쉬움 감정도 들었다.


아이들이 이끈 센토사 섬 여행의 감동을 기념하고 싶었다. 그 동안 엄마가 이끈대로 묵묵히 따라와준 아이들에게 여유로운 저녁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싱가포르 와서 잘 안 사주는 엄마가 싱가포르 대표 음식, 크랩을 제안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제대로 된 요리를 사준다는 말에 너무나 좋아한다. 그런데 어떤 크랩을 먹어야 할까? 보통 많이 먹는 칠리 크랩과 블랙페퍼 크랩은 다소 매울 것 같다. 식당 주인이 아이들과 먹기 좋은 음식으로 salted egg yolk crab을 제안한다. Salted egg yolk crab? 내가 먹어본 적이 없는 맛이기에 망설여졌다. 그런 내게 아이들이 먹어보자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너희 선택이니, 맛없어도 엄마 원망하지 말자”

는 다짐을 받고 주문했다.

식당 주인은 연신 내게 "맛있다, 진짜 맛있을 거다"라며 나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한 입 먹기 전까지 '맛있을까?' 걱정됐다.


달달하니 맛있다!


식당주인은 나의 반응을 보고 안심한다. 아이들은 포크를 내려놓고 손가락까지 빨아 가며 잘 먹는다. 다행이다.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때 걱정하고, 당황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갔어도 내 길이 아닐 수 있다.

처음 해보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 중 나에게 가장 큰 재미를 줄 수 있다. 처음 시도한 맛이 정말 맛있을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하고, 시도하는 것이 주는 기쁨을 경험한 날이다. 우리를 속박하는 경험,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에게 맞은 길을 선택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주인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딸들아, 남들과 다른 길일지라도
우리가 선택한, 우리의 인생을 살자.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계산해 사온 사탕을 소중하게 들고 다녔다. 덕분에 한달살기가 끝날 때까지, 아이들 팔뚝에는 보라색 봉지 물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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