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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네 Oct 10. 2019

개성을 가진 용기 있는 삶을 꿈꿉니다.

싱가포르 10일 차, 아카펠라 체험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지키는
용기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싱가포르에 도착한 첫날, 갑작스레 밀려오는 부담감에 시간이 지나가지 않을 것처럼 두려웠었다. 그런데 벌써 싱가포르에서 생활한 지 10일째이다.


2017년 1월 9일 일요일,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아카펠라 수업을 들었다.


싱가포르 한달살기를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숙소를 결제해 버린 나의 미숙함 때문이지만,

낯선 곳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싶다고 꿈꿨던 이유는, 세상의 기준에 의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오롯이 아이들과 엄마로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웃는 순간을 봐줄 수 있는 여유,
저녁노을을 함께 바라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한달살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고, 또 우리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바랐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실제 문화를 접할 기회를 갖고 싶어서, 싱가포르 오기 전부터 근처 도서관 소식을 facebook을 통해 수시로 확인했었다. 그러다 아카펠라 무료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사전 참여 신청을 했다.


둘만의 놀이시간을 즐기는 도도자매

도서관에 가기 전 오늘도 아이들은 아파트 수영장에서 둘만의 놀이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아카펠라 체험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서관에 갔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들어서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재빠르게 서가를 돌아다닌다. 그리고 각자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골라온 책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살펴보고 탐색하며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같다. 책을 부담이 아니라 즐길거리로 여기고, 머뭇거림 없이 골라 갖고 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감사하다. 학습지 하나 시키지 않아 때로는 불안해 한 나 자신에게


 ‘조급해하지 마세요,
저희에게 맞게 잘 크고 있어요’


라고 조언을 해주는 것 같다.


아카펠라 수업 안내 방송이 나온다.
방송에 나온 수업이 있는 장소를 찾아 들어갔다.


도서관 지하에 있는 공연장에 들어서니, 낯설고 많이 어색하다. 학교 다닐 때 출석부를 부르기 시작하면 내 이름이 불릴 때쯤 내 심장소리에 놀랐던 소심함 많은 엄마인 나에게 넓은 공간은 참 많이 어색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새로운 곳을 좀 더 편안하게 탐색하고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에, 내 심장소리를 죽이고 태연한 척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이들도 아무 말 없이 내 옆으로 앉았다.

공연이 시작되자, 두 아이는 내 앞으로 자리를 옮겨 공연에 집중했다.


라이온 킹 등 아카펠라 공연을 보여줬다. 아카펠라가 좋아서 보여 함께 연습하고 공연한다는 본인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소 아카펠라 소리를 하나씩 나누어 들려줬다. 그리고 화음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줬다. 우리도 참여했다. 듣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소그룹으로 나누고, 그룹에서 다시 파트를 나누어 연습한 후 그룹별로 발표했다.


우리는 한 명 한 명의 다른 목소리들이 각자 다른 소리를 내어 하나의 화음을 만들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아카펠라를 듣고 불러봤다.

처음의 낯섦에 참 어색했는데, 끝날 때는 즐겁게 웃고 있었다.

내가 아카펠라 수업에 아이들과 한 번 왔다고 아카펠라를 잘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의 아카펠라 수업 참여로 아이들도 아카펠라에 푹 빠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해보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즐기는 것들을 접하게 해주고 싶었다. 세상은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넓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느꼈길 바란다.

스스로 선택하여 즐겁게 아카펠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도도자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길 바란다.

진짜 개성을 지닌 사람은 절대 다른 사람의 의혹과 비웃음을 신경 쓰며 자기 자신을 의심하거나 의기소침해하지 않는다.


자기 목소리에 집중하고 사람들과 따뜻한 눈길을 교환하며 공연을 하는 모습에, 공연을 보는 내내 우리는 더 집중해서 듣게 되었다.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정말 멋져 보였다.


성공한 삶은
자신만의 개성을 아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자신의 개성을 안다면,
행여 누군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더라도
겁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배척이
자신들만의 특별한 개성이라고 생각하고
즐길 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찾아내고, 용기를 내며 살아갔으면 한다.

엄마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집에 돌아와 저녁 먹으며 둘이 티격태격한다. 둘이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 속상하다. 내가 잘못 키운 것 같다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티격태격한다는 건... 각자의 생각을 키우고 있는 것이리라.

잠시 흐 아이들이 나에게 그림과 편지를 준다.

‘너희들 잘 크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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