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이렇게 좋을 땐 누군가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미역국이 먹고 싶어서 미역국거리를 사러 마트에 다녀오는데 가는 길, 오는 길 바람도 햇빛도 너무 좋아서 혼자서도 어머, 어머 감탄했다. 여름을 정말 좋아하게 되어서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여름이 가는 게 너무 아쉬웠는데 올해는 가을이 오는 방식이 너무 기분 좋아서 마음을 뺏겨버렸다. 기분 좋게 와 주다니 가을.
또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했다. 왜 매일 술이 마시고 싶은 거지? 그 마음은 야금야금 올라오는데 그렇다고 폭주를 하는 건 아니지만 매일 꼭 한 잔, 아니면 두 잔, 어쩌면 세 잔 정도가 매일 마시고 싶다. 이건 나쁜 걸까, 안 좋은 걸까 자주 곰곰이 생각하는데 약간의 노란불이 번쩍번쩍 경고를 보내는 것 같은데 길을 가다가 나뭇잎 위에 빗물이 고여 있는 걸 유심히 바라보다가 뭐든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에 빗물이 들어와, 비 온 뒤의 공기가 좋아서 숨을 몇 번이나 크게 들이마셔, 저녁에 본 노을이 잊히지 않아, 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 바람이나 노을이나 나뭇잎처럼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 사이에 술도 귀엽게 앉아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 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오늘의 바람이 너무 반가워서 약간 뛸 듯이 기쁜 마음을 안고 안부를 전한다.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오고 마음은 계절 사이사이에 멈추지 않고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