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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위험하다는 신호

그 위험에서 벗어나는 방법


< 눈여겨 보아야 할 위험신호 >

1. 입맛이 없다.
2. 계속 잠을 잔다.
3. 자꾸 멍을 때린다.
4.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5. 자기 & 주변 관리가 안 된다.
6. 희망이 없다는 무망감이 든다.
7.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8. 뭐든 다 내 탓인 것 같다.
9. 사회적 관계를 끊어낸다. 
10.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


삶에서 나타나는 많은 단서들이

자꾸만 위험하단 신호를 보낸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정과 함께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지금 당장 미칠 것 같은 문제는 없지만

오랜 시간 삶에 들러붙어있던 어려움

나를 지그시 눌러내리는 듯 무력하다.


지금껏 삶을 이겨내려고 애를 썼다면

이젠 지쳐서 더는 싸우고 싶지도 않다.

그냥 백기를 들고 삶이 주는 고통에 묻혀 

'그래 내가 졌다'라고 말하고 싶다.



몇 달 만에 집에 온 남편을 앞에 두

웃음이 나지 않았다. 계속 눈물이 났고

걷잡을 수 없이 몰려오는 먹구름을 갇혔다.


상태가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남편은 각한 것보다 훨씬 어두워진

내 모습에 사뭇 놀라고 걱정스러워했다.


이런 아내가 있으면 남편도 짐스럽겠지?

이젠 나 없이도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이혼보다는 그래도 사별이 낫지 않나?

따위의 나쁜 생각이 툭툭 올라다.



사람들의 연락을 피해 혼자 숨어들었다.

누구에게도 이런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사람들에게 짐이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남편을 보내고 오며 몇몇에게 락을 했다.

이런 내 모습조차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오랜 인연들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모두 각자의 삶으로 살기 바빴고

아무도 못 본 체로 아쉽게 안녕을 고했다.

만약 이것이 내 마지막 연락이었다면

그 또한 남은 이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럼 그들도 내 힘듦을 알게되겠지 생각하다

이기적이고 못난 나의 마음을 질책했다.



문득문득 마음에 찾아오는 생각들이

건강하지 않다 못해 위험하단 걸 느꼈다.

이대로 놔둬서는 정말 큰 사단이 날 것 같았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건지 

뭐가 그렇게 계속 슬프고 아프고 힘든지

닦달하며 구박하는 건 잠시 미루기로 했다.


그래 뭐가 됐든 우선은 살려내고 보기로

일단은 덮어놓고 정성껏 보살펴주기로 했다.

그렇게 나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해주기

나를 살아나게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필요했다.


돈이 아까워서 못 먹던 음식을 먹이고

좋아할 만한 책과 영화를 보여주었다.

절망을 딛고 일어선, 고난을 이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돌보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남들에게 해주던 것들을

나에게 해주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왜 나에겐 단 한 번도 해주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렇게 박하고 가혹했을까 싶다.



집을 나서 세상 밖으로 나오기

혼자 방안에 처박혀 있으니 계속해서

부정적인 생각들이 내 마음을 좀먹었다.

어둑해질 무렵 무작정 집밖으로 나와

냇가 근처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그곳을 거닐고 있었다.

운동하는 사람들, 산책 나온 강아지들

길가에 두꺼비와 물가의 수달까지.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곳에 있으니

이 모든 이들과 함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혼자 있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사회적 지지 얻기

내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굳이 좋은 모습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내 이야기를 듣고 다독여 줄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은 힘없이 앉아있는 내 곁에 머무르며

나의 슬픔과 우울, 눈물과 분노를 받아줬다.


'그럴 수 있지. 그럴만하다. 오죽하면 그럴까'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공감과 위로가 담긴 말은 아주 힘이 셌다.


나는 그들의 지지에 힘입어 나를 이해했다.

어쩌면 내 힘듦을 이해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긍정적 증거 찾기

7년 전 대학원생이었던 그 시절에도 

밑바닥을 치며 무너졌던 적이 있다.

아무 보잘것없고 쓸모없이 느껴지는

나를 일으키기 위해 4년 치 대학서류를

몽땅 뽑아 펼쳐놓고 글을 적었었다.


'4년 내내 성적우수 장학생을 놓친 적 없고

과탑과 총대는 물론, 학비와 생활비를 벌며

가족들을 돌본 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삶의 기록들 속에서 내가 해낸 것들 찾고

그 속에서 존재가치를 확인하며 칭찬했다.


이번엔 내 삶의 기록이 담긴 상자를 열었다.

그 속에는 지금껏 내가 걸어온 삶의 흔적과

20년 간 받아온 편지뭉치가 가득 들어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편지를 눈으로 좇아 읽어가며

종이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마음을 느꼈다.

나는 참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아 왔구나 

또 참 많은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왔구나 하고.


마치 죽으려 벼랑 끝에 홀로 올라서 있는데

나를 사랑하는 수백 명이 그곳을 찾아와

우리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지금껏 살면서 여러 번 위험신호들을 느꼈다.

가끔은 지인들이었고, 대부분은 내담자였는데

이번에는 내가 나에게 신호를 보내왔다.


늘 남을 살리고 돌보는 일을 해왔으면서

정작 나 자신은 돌보지 못했다니 슬프다.

한편으론 그 신호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겨우 벼랑 끝에서 뒷걸음질 쳐 

한 발자국 아래로 내려왔을 뿐이다.

아직은 안심하고 내버려 둘 수 없다.


고개를 돌려 그 앞의 생을 바라보고

삶을 향해 발걸음을 힘껏 내딛기까지

계속해서 나를 지켜보고 돌봐야겠다.


이렇게 그냥 나를 잃어버릴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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