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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느껴보는 기분

일주일 간의 변화

약을 먹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약기운 때문인지 우울감 때문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착 가라앉아 있다.


말이 많고 빠르고 목소리도 우렁찬 내가

말이 줄고 느려지더니 톤마저 낮아졌다.


집 안에서 조차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항상 분주하게 발발거리며 돌아다는데

이제 가만히 누워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쉬라쉬라 성화를 해도 쉬지 않더니

이제서야 이렇게 몸이 쉬는가 보다.



3시까지 잠들지 못했는데 10시만 되도 졸리다.

약에 취해 잠이 들고 소스라치듯 놀라며 깬다.


자도 자도 몽롱하게 온 종일 홍야홍야거린다.

가끔은 이유 없이 가슴이 막 두근거리고

그러다가 숨이 막혀서 가슴을 내리친다.


여전히 이전의 과각성 상태에서 못 벗어난 건지

아직 이완된 몸을 못 받아들이는 건 몰라도

몸이 적응하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늘 머릿속이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차서

가만히 있어도 와글와글 시끌거렸는데,

머리가 텅 빈 듯 조용하고 잠잠하다.


생각이 많아 잠시도 쉬지 못하던 뇌가

이젠 작동을 멈춘듯 멍을 때리한다.


멍하게 초점을 잃고 생각에 잠긴 내 모습.

사뭇 낯선 모습에 사람들은 걱정을 하지만

나는  모습이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차분한 기분이 좋고

이제서야 내 몸과 마음이 쉬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항상 분주하고 정신없이 살았다.

어디에 가서든 늘 노트북을 꺼내들고 뭔가를 했고

길을 걸으면서조차 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다 1시간이 흘렀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 게 얼마만이지?

하늘도 보고, 바람에 날리는 풀과 나무도 보고,

멀리서 조그맣게 걸어가는 사람도 한참을 봤다.


이제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할 힘이 없어져서인지

걸을 때는 걷는 것에만, 먹을 때는 먹는 것에만

모든 감각을 모아 하나의 행위에 집중한다.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어찌 보면 당연하고 무엇보다 쉬운 일인데

왜 지금까지는 그게 그리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써준다.

남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안부를 묻고

무얼 하든 잘했다 애썼다 기특하다 해준다.


하루 종일 끼니로 수박 반통을 퍼먹은 날에도

오후 3시에 일어나 겨우 집 밖을 나선 날에도

내가 뭘 하든 안 하든 다 잘했다고 칭찬한다.


누군가는 케이크를 만들어 건넸고, 누군가는

집밥을 만들어 먹였으며, 누군가는 함께 울어줬다.

예전처럼 밝게 웃으며 마구 좋아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참 많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다.



말 수가 줄고 자주 혼자만의 세상에 갇히는 나를

아무렇지 않게 변함없이 맞아주는 친구네가 있다.


혼자 있기 버거운 날, 아무것도 할 수 없 그런 날

아무 말 없이 그들의 집에 찾아가 온종일 머문다.


각자가 할 일을 하다가 떠오르는 이야기를 나누고

밥때가 되면 밥을 먹고 잘 때가 되면 잠을 잔다.


종일 거실 한켠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그 옆 소파에 누워 잠을 자는 게 전부지만

누군가 나와 함께 존재한다는 것에 안심이 된다.



아무도 없다 생각했는데 혼자아닌 거 같다.

희망이 없다 생각했는데 작은 희망보인다.


작은 약 2알이 내 몸 전체를 뒤흔들고 바꾸듯

작은 희망이 내 마음과 삶을 끌어 당기고 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이미 하루의 반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몸을 일으켜 또 나아가고픈 맘이 든다.


다행이다.

다행스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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