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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방랑전문 상담사 덕규언니
Sep 15. 2023
처음 느껴보는 기분
일주일 간의 변화
약을 먹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약기운 때문인지 우울감 때문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착 가라앉아 있다.
말이 많고 빠르고 목소리도 우렁찬 내가
말이 줄고 느려지더니 톤마저 낮아졌다.
집 안에서 조차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항상 분주하게
발
발거리며
돌아다
녔
는데
이제 가만히 누워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쉬라쉬라 성화를 해도 쉬지 않더니
이제서야 이렇게
몸이 쉬는
가 보
다.
3시까지 잠들지 못했는데 10시만 되도 졸리다.
약에 취해 잠이 들고 소스라치듯 놀라며 깬다.
자도 자도 몽롱하게 온 종일 홍야홍야거린다.
가끔은 이유 없이 가슴이 막 두근거리고
그러다가
숨이 막혀서 가슴을 내리친다.
여전히
이전의 과각성 상태에서 못 벗어난 건지
아직
이완된 몸을 못 받아들이는 건
진
몰라도
몸이 적응하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늘 머릿속이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차서
가만히 있어도 와글와글 시끌거렸
는데,
머리가
텅 빈
듯 조용하고 잠잠하다.
생각이 많아 잠시도 쉬지 못하던 뇌가
이젠
작동을 멈춘듯
멍을 때리
곤
한다.
멍하게 초점을 잃고 생각에 잠긴
내 모습.
사뭇 낯선 모습에 사람들은 걱정을 하지만
나는
이
모습이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차분한 기분이 좋고
이제서야
내 몸과 마음이 쉬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항상 분주하고 정신없이 살았다.
어디에 가서든 늘 노트북을
꺼내들고 뭔가를
했고
길을 걸으면서조차 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다 1시간이 흘렀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
본
게 얼마만이지?
하늘도 보고, 바람에 날리는 풀과 나무도 보고,
멀리서 조그맣게 걸어가는 사람도 한참을 봤다.
이제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할 힘이 없어져서인지
걸을 때는 걷는 것에만, 먹을 때는 먹는 것에만
모든 감각을 모아
하나의 행위
에 집중한다.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어찌 보면 당연하고 무엇보다 쉬운 일인데
왜 지금까지는 그게 그리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써준다.
남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안부를 묻고
무얼 하든 잘했다 애썼다 기특하다 해준다.
하루 종일 끼니로 수박 반통을 퍼먹은 날에도
오후 3시에 일어나 겨우 집 밖을 나선 날에도
내가 뭘 하든 안 하든 다 잘했다고 칭찬한다.
누군가는 케이크를 만들어 건넸고, 누군가는
집밥을 만들어 먹였으며, 누군가는 함께 울
어줬
다.
예전처럼 밝게 웃으며
마구
좋아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참 많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
낀
다.
말 수가 줄고 자주 혼자만의 세상에 갇히는 나를
아무렇지 않게 변함없이 맞아주는 친구네가 있다.
혼자 있기 버거운 날, 아무것도 할 수 없
는
그런 날
아무 말 없이 그들의 집에 찾아가 온종일 머문다.
각자가 할 일을 하다가 떠오르는 이야기를 나누고
밥때가 되면 밥을 먹고 잘 때가 되면 잠을 잔다.
종일 거실 한켠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그 옆 소파에 누워 잠을 자는 게 전부지만
누군가 나와 함께 존재한다는 것에 안심이 된다.
아무도 없다
생각했는데 혼자
가
아닌 거 같다.
희망이 없다 생각했는데 작은 희망
도
보인다.
작은 약 2알이 내 몸 전체를 뒤흔들고 바꾸듯
작은 희망이 내 마음과 삶을 끌어 당기고 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이미 하루의 반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몸을 일으켜 또 나아가고픈 맘이 든다.
다행이다.
참
다행스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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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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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걸린 상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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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느껴보는 기분
05
나를 대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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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잠을 자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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