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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비 Dec 21. 2019

"나와 너는 다르다"

해외에 '정착'을 목표로 할 때 가지면 좋을 마음가짐.

"힘들 텐데…”

“내가 살아봤는데아니  다들 그러더라고 "


스웨덴과 영국, 연고도 없는 이 나라들로 떠나기 전,

디자이너로 취직하고 싶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저는 이 말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곧, "나와 너는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유독 비교를 많이 하고 누가 나보다 연봉이 높거나 좋은 학교에 들어가면 갑자기 불안해지는 것도, "나는 그 사람과 다른 사람이다."라는 기본 전제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해가 잘 안 됩니다. 한국에도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지 않나요?

연예인도 있고 그냥 일반인도 있고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있고 부모님 말을 잘 들어온 사람, 뭐 평소에 운이 매우 좋은 사람, 외모가 정말 뛰어난 사람, 평생을 열심히 노력해온 사람, 그냥 평범한 사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


우리가 한국에 있었다면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나와 똑같다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의 삶에 무한한 공감과 동질감을 느끼나요?

아닙니다.  


그런데 이 다양한 개개인의 사람들이 갑자기 외국에만 오면 같은 "한국인"으로 묶여서 내 경험이 곧

저 사람의 경험이 되고 내가 안되면 저 사람도 안될 거라 생각합니다.






스웨덴에 살고 있을 때 제 친구가 사는 작은 마을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한국어로 말을 걸어서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스웨덴에서 이십몇 년을 넘게 산 마을의 유일한

한국인이라고 하시길래 궁금하기도 하고 그분이 워낙 반갑고 친절히 대해주셔서 같이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는 동안, 저는 그렇게 고통에 찌들고 괴로워하는, 그냥 가만히 있는데도 울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은 인생에서 전 처음 봤습니다…


"외롭다… 스웨덴에서 사는 건 너무 힘들고 외롭고 고통스럽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웬만하면 다른 나라에 사는 걸 추천한다, 스웨덴은 웬만하면 오지 마라,

사람들이 너무 차갑다, 한국에 좋은 교육받았는데 왜 굳이 여기서 고생하러 오냐, 자기 나라에서 대접받으면서 살아라.


저도 사람인지라 그 고통에 찌든 얼굴을 보고 겁이 나기도 하고 갑자기 제 미래가 두려워져서 스웨덴 친구한테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오늘 이 사람을 만났는데이런 이야기를 했어. 그래서 나 너무너무 걱정돼… 나는 꼭 디자이너로 취업을 하고 싶은데"


그런데 걔가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OO야, 너는 그 사람과 다른 사람이잖아."



헉. 너무 맞는 말입니다.



실제로 저는 저 일 있고 나서 두 달 이후에 스웨덴인들 번듯이 잘만 다니는 현지 회사 디자인 인턴십 합격해서 같은 직장인끼리 연애도 잘하고 잘 살다 왔습니다. 물론 스웨덴에서 삶이 무조건 행복하고 환상적이진 않지만 (어디 가나 삶은 다 그렇지 않던가요?)

그렇다고 스웨덴이 지옥과 죽음의 땅인 것 마냥 꼭 고통스럽기만 한 건 아니더라고요.



영국 런던에 와서 잡 오퍼를 받기 전, 제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현지 회사 구직을 하고 있을 때도 그랬습니다. 물론 모든 한국인 분들이 그러시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분들이 저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제가 왜 영국에 왔는지 물어보시고는 제 목표와 계획을 듣고는  "힘들다, 안된다." 하시더라고요.



그분들 대부분 제 경력도 모르고 웹사이트나 포트폴리오도 안 봤습니다. 제가 영어 하는 것도 안 봤습니다.


나와 같은 국적을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분들은 영국인이라면 나에게 감히 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너무 쉽게 하십니다

오히려 구직 과정에서 저에게 힘을 준 건 영국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저에 대해서 모른다면 이 사람들이 더 모르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 영국인들이 저에게 "한국인들은 안돼. 힘들어."라고 말했으면 영국 고용 차별금지법에 위반되어 직장에서 해고당했을 겁니다….



그네들 속마음은 어떨지 모른다고요? 그런 걸 일일이 알아서 뭐합니까. 당장 우리 엄마 아빠 속마음도 다 모르는데 (ㅎㅎ)


그러니까, "나는 너와 다릅니다." 그러기에 당신이 떨어졌어도 누군가는 붙을 수 있고, 내가 경험해봤다고 해서 그 경험이 꼭 그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나의 역량, 경험, 삶의 태도, 가치, 매일의 노력, 경력, 나의 포트폴리오, 생각, 다짐, 내가 일하는 분야, 전문성, 논리력, 말하기 능력, 성격, 호감도, 위험에 대처하는 자세, 전략, 끈기


이 모든 건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쉽게 응원은 못해주더라도 "안된다"는 말은 남에게 함부로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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