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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비 Dec 21. 2019

스웨덴 취업의 빛과 그림자 -
무급 인턴십

무급 인턴십, 왜 이리 많나요? 

복지국가, 높은 임금, 육아휴직, 높은 노동생산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같이 지키는 퇴근시간. 


한국의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던 스웨덴의 화려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저를 가장 당황시켰던 것은 

스웨덴에 존재하는 수많은 무급 인턴십들이었습니다. 

여기도 무급, 저기도 무급, job description 아래에 "Unpaid"라고 크게 쓰여 있는 문장. 


다른 나라에 비해 사람을 쉽게 해고할 수 없다 보니 스웨덴은 구직에 있어서 사람을 구하는데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파트타임 써머 잡 같은 아르바이트 하나를 하려고 하더라도 거의 '인맥'에 의해 이루어지는 채용이 많습니다. 


이는 곧 아무런 연고 없이 떨어진 외국인들에게 취업 시 가장 큰 벽이 됩니다. 


저는 교환학생이었지만 제가 당시 공부했던 전공이 디자인이 아니어서 디자인 취업을 같이 준비할 학생이나 도움 주실 교수님이 전혀 없었고 학교도 대부분 공과대학 위주라서 무턱대고 찾아갈 어떠한 커넥션도 없었어요. 내세울 만한 해외경력이 없는 상태에서 Paid 인턴십보다는 Unpaid 인턴십이 현실적으로 구하기가 쉽긴 합니다. 


물론 모든 노동에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스웨덴어를 못하는 외국인이 취직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스웨덴의 구직 상황을 정말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을 보시는 이들 중에 혹여나, 정말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겐 이런 무급 인턴십 오퍼밖에 오지 않았다! 하는 분께. 

작은 팁을 드립니다.  




1. 존버 하지 말 것 

이 자본주의 세상에 어떤 회사도 공짜로 일해주는 직원에게 알아서 연봉 올려주고 높은 직급 제의해주는 착한 회사는 없습니다. 무급 인턴십은 내가 정말 네트워크가 전혀 없을 때, CV에 적을만한 그럴듯한 경력 단 하나도 없을 때. 그걸 만드는 기회로 '이용'해야 합니다. CV에 몇 줄이라도 쓸 말이 생기고 링크드인에 네트워크가 하나둘 생길 즈음, 한 두 달이라도 치고 바로 나가세요. 현지 회사 경력이 한 줄이라도 있는 것은 구직시장에서 충분히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2. 내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 것

적게 효율적으로 일하라는 겁니다. 무급인 만큼 어느 누구도 내게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하라 강제하고 야근시킬 이유가 없습니다. 어쨌든 '무급'이고, 그 후에 정규직이 걸려있더라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회사에게 나 또한 내 노동력을 공짜로 제공할 '공식적인'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만약 다른 회사에 일했다면 그 3개월은 경력이고, 돈이고, 그 시간에 인터뷰 하나라도 더 가고 지원서 한 장이라도 더 쓸지 모르는 금 같은 시간입니다. 



3. 무급 인턴 들어간 첫날부터 구직을 시작할 것. 

무급인턴 퍼포먼스에 따라 정규직이 걸려있을 수도 있지만, 우선 내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만든 네트워크를 내가 이직 시 'Reference check'에 응할 수 있는 인맥으로 만들어놔야 합니다. 다행히 유럽은 적게 일하든 많이 일하든 그것에 대해서 상사가 보복심으로 레퍼런스를 안 좋게 써준다거나 하는 일이 드뭅니다. 



지금은 CV에서 모두 지워버린 경력이지만 저도 유급 디자인 인턴십에 합격 전, 무급 인턴십을 한 적이 있습니다. 스웨덴 왕립 공과대학 (KTH) 이노베이션 센터에 있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인턴을 선택한 것은 


- 기간이 3주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짧았고 

- 라인 매니저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어서 많은 시간 working from home으로 

  출근을 할 필요가 거의 없었으며 

-제가 유급 인턴십을 합격했을 때, CEO가 정말 최선을 다해 온갖 이메일과 전화로 

  절 추천해줬기 때문입니다.



당시 스톡홀름에 아는 사람이 없었고, 교환학생 비자 연장 문제로 다른 나라에 놀러 가지도 못하고 

모든 스웨덴 친구들과 유럽 친구들이 각자의 집으로 가버린 당시의 저로서는 무급이라기보다는 

그냥 친구 만들고 재밌게 놀고^^;; 스웨덴 디자인 포트폴리오 만드는데 그냥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매니저가 도와준다는 느낌으로 일했기 때문에 재밌고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무급 인턴은 안 하는 게 가장 좋고, 만약 해야 한다면,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곳을 가거나 

정규직을 꼭 해내서, 우리 모두 노동의 대가는 받아 내야 한다는 거, 잊지 말자고요. 




*스웨덴에서 회사 인턴을 하며 thesis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보면 학교 수업의 한 과정으로서 진행하는 거라 무급 유급이 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취업을 목표로 외국에 혼자 뚝 떨어져 인턴을 시작하게 된 경우,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생계에 큰 위협과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이 경우, 아무리 정규직 가능성이 있더라도 무급 인턴십에 올인하시지 말고, 거기서 쌓은 네트워크나 인맥을 이용해 현명히 최대한 빠른 탈출을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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