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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irut Mar 19. 2019

지속가능한 덕질을 위하여

며칠 동안 옆구리 아래쪽이 더부룩했다. 특히나 운전을 하고 있으면 답답해서 몇 번이나 허리를 뒤로 젖히곤 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걱정은 그날 저녁부터 시작되었다. 잠도 잘 오질 않아 남몰래 인터넷으로 증상에 대해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증상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배에 가득 차 있던 가스가 뿡뿡 나오고, 며칠 동안 소식이 없던 대변이 나오면서부터다. 생각해보니 변비 증상이었음에 분명했다. 


그 후로도 같은 증상이 찾아올 때가 있었지만, 선물 받은 유산균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건강한 장을 회복했다. 놀랄 것도 없었다.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15년 내내 자주 겪은 일이었다. 혹여나 커피 과다 복용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돼 내시경 검사도 했지만, 건강한 위장을 자랑하고 병원을 나온 적도 있었다.


몸이 아프면 커피를 끊어야 한다
그리하여 세워둔 두 가지 규칙이 있다


하지만 근심이 기우였다는 사실을 깨닫고도 마음을 놓지 않는다. 가능한 한 오랫동안 커피를 마셔야 하는데, 몸이 아프면 가장 먼저 끊어야 하는 것이 커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세워둔 두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커피를 빈속에 마시지 않는 것이다. 커피는 위장의 운동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빈속에 마실 경우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 가령, 모닝커피는 아침밥을 챙겨 먹은 후에 마신다는 규칙을 세워두었다. 


둘째, 하루 두 잔을 초과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다. 물론 카페에서 일을 할 때, 외국에 카페 투어를 가거나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경우는 이 규칙을 못 지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하루에 마실 커피를 계획하고, 예정에 없는 카페 방문을 했다면 카페인이 없는 음료를 시키는 기지(?)를 발휘하곤 한다. 



하지만 이 방법 또한 완벽하지 못해 부작용이 일어날 때가 있다. 일본에서 커피 여행을 할 때의 일이다. 2박 3일이라는 한정된 기간에 열다섯 곳이 넘는 카페를 가야 했기에(가고 싶었기에) 규칙을 지키지 못할 듯했다. 가고 싶은 카페를 포기할 수 없으니, 대신 카페를 가는 사이사이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도 네다섯 끼를 먹게 되었고, 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과하게 살이 쪄 있었다. 커피 한 잔에 밥값을 더하여 지불하니 지갑이 빠른 속도로 가벼워지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이었다.


커피를 잘 못 마십니다


“커피를 잘 못 마십니다.” 

업무상 미팅이 있거나 낯선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야 할 때면 카페인이라면 질색하는 사람이 되곤 한다. 아침에도 커피 한 잔을 마셨고, 저녁에는 새로 문을 연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계획된 커피가 아니라면 단호히 거절하고, 또 심한 경우에는 카페인이라면 질색하는 연기를 하기도 한다. 

한번은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나 카페에 갔는데, 모두 커피를 마시는데 나만 다른 메뉴를 주문한 적이 있었다. 식품회사에 다니더니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에 질렸냐는 놀림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체로 나는 용기와 결단력이 부족한 삶을 살아왔지만, 지속가능한 커피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누구보다도 용기를 냈으며 나폴레옹이 울고 갈 만큼 결단력 있게 행동했다. 최근에는 매일 아침 양배추즙을 마시기 시작했다. 더 건강한 위장을 갖기 위해서다. 매일 두 잔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해 웬만하면 식사를 거르지도 않는다. 

타고나기를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건강하지 않으면 커피도 없다는 생각에 운동도 꾸준히 한다. 지속가능한 덕질은 이렇게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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