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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Kyu Jan 07. 2020

시작은 파리4

몽마르뜨언덕은 높다. 평지의 파리를 먼 곳까지 넓게 볼 수 있다. 

이 높은 곳에서 무슨 영감이라도 얻은 것인지, 불현듯 무언가 되고 싶었다. 

또. 직장인의 정체성이 사라진 게 어지간히 불안해서 뭐든 되어야만 했다. 

그래서 소설을 썼다. 

수취인불명의 엽서한장으로 시작된다. 파리에서 발송, 그리고 몇 년 전 몽마르뜨 기념품샵에서 엽서라는 게 유일한 단서이다. 이야기 속 화자에게 직업은 프라이드이면서 굴레였다. 그런 그려가 꼴랑 엽서 한 장에 직업을 포기하고 파리행을 택한다. 이 똑 같은 엽서를 파는 몽마르뜨 기념품 가게에 도착하고, 엽서를 보낸 사람을 찾는 추리물처럼 이야기는 전개된다. 

함부로 감히 소설을 시작했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지 길을 잃었다. 엽서를 보낸 사람을 찾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스스로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설은 흐지부지해졌고, 그저 ‘내 정체성’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끝이 났다. 창작의 고통이었다. 그리고 잘 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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