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수연 Nov 01. 2024

늙은 엄마라서 좋은 점이랄까

껌딱지 시기 무지하게 즐기는 법



7개월이 되자 아기는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혼자 잘 놀다가도 뒤를 돌아보고 엄마가 안 보이면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불안해한다. 아기 가드에 매달려서 꺼이꺼이 울질 않나. 누가 보면 때린 줄 알겠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굴러가는 공을 쫓느라 엄마가 옆에 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지금은 단 5초 만에 엄마의 부재를 깨닫는다.


젖병 씻어야 하는데. 쩝쩝. 입맛을 다시면서 싱크대를 쳐다보지만 아기는 좀처럼 엄마에게 틈을 주지 않는다.


낮잠을 잘 때도 비슷하다. 스멀스멀 기어 와서 엄마 몸에 닿아야 안심하고 잠을 이어나가는 탓에 오늘도 늙은 엄마는 인간 애착인형이 되어 잠자코 아기침대에 구겨져 있어싸.


화장실도 갈 수 없다. 난 오늘 오전에도 욕실문을 활짝 열고 아기에게 엄마의 사랑이 담긴 샤워쇼(?)를 보여줬다. 아기돼지 노래를 부리며 활기차게 물을 뿌리면서 격정적으로 샤워를 했더니 차마 눈뜨고 못 볼 광경을 잘도 눈뜨고 구경하느라 바빴던 아기는 묵묵히 아기의자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공포의 엄마껌딱지 시기를 40대 엄마는 무지 즐기고 있다. 계속 계속 실컷 안을 수 있고 여기저기 쓰다듬어도 아기는 그저 엄마가 옆에 있어 안심할 뿐이다.


아기의 볼에 실컷 뽀뽀하고 냄새 맡고 귀찮게 해도 아기는 스프링처럼 내게 돌아온다. 손을 뻗어 안아달라고 한다. 대체 그 누가 시종일관 안아달라고 손을 내밀까 오로지 우리 아기. 그리고 이 시기뿐이다.


아기 안아주면 손탄다고 만류하는데 난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걸. 그리고 언젠가 꼭 안아보고 싶어도 절대로 안을 수 없는 날이 올걸.


시간을 되돌려 딱 한 번만 품에 안아봤으면 사무치게 그리워해도 시간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


그러니 신이 내게 준 선물 같은 시기를 기쁘게 보내야지. 아기야. 천천히 커라. 엄마 껌딱지 시기도 천천히 지나가줘.



후아후아

일하고 애키우고 넘나 바쁩니다만

이토록 충만할 수가 있나 감탄하며 보내는 아름다운 애엄마 시절입니다


행복합시다

전국의 애엄마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