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세상에 태어난 지 이제 열 달이 되었다. 열 달이 되자 뭔가 알겠다는 듯이 잠들기를 거부하고 있다. 억지로라도 재우려고 자는 척해본다. 어림도 없지 머리를 쥐 뜯고 얼굴을 때리며 깨우려고 난리다.
이쯤 되면 오기가 생겨 더욱 집중하여 메소드 연기로 자는 척을 시도한다. 그러다 눈뜨면 아침 6시. 덕분에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중년이 되었다.
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키고서야 슬슬 자볼까 했던 나다.
야밤이 알찼던 중년 부인은 이제야 그토록 평생 소망하던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예전에는 주말에 맥모닝이라도 먹으려면 기를 쓰고 일어나 폭주족처럼 달려야 했었은데 지금은 다르다. 여유롭게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슬슬 나가볼까 해도 여전히 이르다.
정말이지 원했었기 때문에 잠들기 전 다음날 일찍 상쾌하게 일어나는 상상을 하며 잠을 청하곤 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쩐지 스스로를 채근하여 죽죽 늘어져있는 몸을 억지로 일으킨대도 하루가 영 개운하지 않았다.
일찍 일어난 날은 하루종일 좀비같이 빌빌대고서야 이대론 안 되겠어하고 다음날은 푹 자고야 마는 것이다. 도로아미타불을 몇 번 겪고 나서 진절머리가 났다.
결국 억지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에라이 이렇게 살다 죽자!!! 아침에 일찍 일어난 벌레가 새한테 잡아먹히는 법이다.
그런데 평생의 염원이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다니?.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사라더니 그것이 바로 이런 걸 보고 말하는 게 아닐까?
아침에 일어나 뜨끈한 잉글리시 블랙퍼스트에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를 곁들여 우아하게 먹고 마시며... 는 결코 할 수 없는 노비형 아침형 인간이지만....
그래도 엄연히 나도 이제 아침형 인간이다.
야호.
아기는 늦잠 자는 늙은 엄마를 좀처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아직 삼강오륜을 못 배워서 엄마의 얼굴을 찹찹 때리거나 눈알을 푹푹 찌르며 즐거워한다.
오늘 아침에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조금이라도 더 자보려고 애를 써 보았다. 분명 몇 분은 효과가 있었다. 아주 괜찮은 방법이었지만 아기가 국민 문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래면서 깨서.... 나의 건강에는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래. 인정하자.
여유로운 밤은 이제 없다.
사실 지금 이 시각, 밤 11시에 깨어 있는 것이 기적이다. 실은 해야 할 교재 작업이 있어서 일하는 김에 글도 써본다. 하! 이랬었지 그래. 이게 내가 보냈던 밤이었다.
여유롭다.
뜨끈하게 차나 한잔 끓여 마실까?
.....
그러나 지금 나의 마음은 아기가 자고 있는 침대에 가있다. 잠든 아기를 혼자 내버려 두고 여유 만만하게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80%는 빈 껍데기의 나로서.....
아가야 엄마가 이렇게나 너를 사랑한단다. 알겠지?
노비지만 행복합니다.
공노비보다는 사노비가 낫군요.
껄껄.
60살쯤 되어야 비로소 자유로운 몸이 되겠지만
지금의 삶을 주셔서
엄마가 될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이번주말도 행복하세요! 뿅!
강동구 이대감네 사노비 송수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