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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Oct 04. 2024

집 없는 40대, 아기와 이사하기

집 없는 설움 그런 얘기 아닙니다. 




딩크 부부는 자기 집이 없어도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비록 40대여도 말이다. 우리는 자유를 중시하고 새로운 경험을 사랑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새로운 보금자리, 그곳이 어디라도 좋았다. 때로는 도시에 때로는 시골에 살았다. 다음에는 제주도로 이사해 1년 정도 살아볼 생각이었다. 


친구가 말했다. "나도 너희 집 같은 시골로 이사하고 싶어. 그러나 현실은 가능하지 않아. 난 아이들이 있다고...." 


그런 점에서 자식이 없어 후련했었다. 


언제든 프리랜서로 전향할 수 있는 어른 둘. 삶이 지루해지면 전셋집을 청산하고 어디론가 떠나면 그만이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벌면 되지. 어른 둘 갈 곳 없겠는가?




아기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집 문제가 걸렸다. 우리야 괜찮지만 아기는 안정된 주거 시설이 필요하다. 아기는 어느새 자라 어린이집에 갈 테지. 그러니 아기가 있는 집은 응당 어린이집 차가 방문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걸어서 갈 수 있으면 더 좋을 테고. 어쨌든 지금과 같은 시골에서는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이다. 


시골집에 이사오기 전, 도시의 집주인은 자신의 딸이 결혼해서 들어오기로 했다며 우리에게 전출을 요구했었다. 뭐- 우리도 그 집에서 2년 이상 살 생각 같은 건 없었으므로 흔쾌히 수락하고 별말 없이 이사했다. 그러나 아기와 함께 하는 삶에서 그런 퇴출 요구는 좀 곤란하다. 어른은 어딜 가도 쉽게 적응하겠으나 아기는 어떨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에 아기를 낳고 우리는 이사를 결정했다. 부모님이 있는 도시로 가기로 했다. 따스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4월이 되자 3개 층에 널려있던 딩크 부부의 잔해를 포장이사 트럭에 바리바리 실어 지금의 집으로 이사했다.  


이사한 날 밤, 이삿짐 폭탄 한가운데 아기 침대가 마치 코 묻은 것 같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 안에 4개월 된 아기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그 옆에 대충 펼쳐진 이불 위에 남편이 곯아떨어져 있었다.


그날, 나는 어쩐지 잠이 오질 않았다. 결혼하고 이사를 벌써 네 번째 하고 있지만 남편과 둘이서 그저 좋을 데로 다녔다.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이곳은 우리 부부가 죽었다 깨어나도 선택하지 않았을 집이다. 어쩌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는가?  


거실에서 차 한잔하고 있으면 산에서 고라니가 내려온다는 말에 홀랑 반해서 계약했던 지난 집. 그곳에서 2년을 살다가 덜컥 아기가 생겼다. 자연이 무섭다. 좋은 공기를 마시면 마흔이 넘은 여자의 몸속에도 생명이 싹튼다. (난임 부부들이여 자연으로 회귀하실 것을 제안드리는 바입니다.)




잠들었던 아기가 갑자기 깨어나 익룡소리를 내며 울었다. 아파트라 그런지 울음소리가 광광 울려 초보 엄마 아빠는 당황스러웠다. 아기와 함께 이사한 적이 없어서 대체 이런 곳에서 어떻게 아기를 진정시켜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나 우리 집 4개월 아기는 나이 든 엄마를 배려해 맘마 한병 얻어드시고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사랑스러운 너. 사랑한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자주 하면 내 마음이 만족스러울까? 그런 날이 과연 올 것인가! 


자. 이제 이사한 집에서 아기와 잘 지내보는 일만 남았다. 


내 인생이 어떻게 되건 한 가지 확실 한 건, 너와 함께 라면 어디든 천국이지. 엄마와 함께 이사와 주어서 고마워- 내 사랑 아가야. 




안녕하세요! 


몇 달 만에 쓰는데도 종종 들러봐 주시고 읽어주시고 흔적 남겨주시는 구독자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지금 아기가 유모차에서 코코 낸내 자주는 덕에 이렇게 오래된 글감을 꺼내봅니다.


모두 끝장나게 행복하시길 바라요! 

언제까지나.

항상.


줄기차게 자유만을 위해 살아온 송수연 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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