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온 엄마의 분리불안 양가감정 이야기
난 프리랜서 엄마이다. 자유롭게 일하는 게 좋아서 평생 딩크로 살려고 했었다.
20년 전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야후코리아에서 일하면서도 자유를 찾아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이 되었고 스케줄 근무가 갑갑해서 뛰쳐나와 프리랜서가 되었다. 산너머 물너머 전국을 누비며 일했다. 그게 좋았다.
나이 43에 폐경 상담하러 갔다가 아기집을 발견한 뒤 37주 4일의 임신 시절을 보내고 출산한 지 100일 만에 복귀하고, 이제 막 8개월이 지난, 일하는 게 좋은 평범한(?) 대한민국 애엄마다.
남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진 이곳은 H사 연수원 근처 브런치 카페이고, 현재 나는 브런치로 먹을 샌드위치를 떡하니 시켜놓고 앉아 기다리며 상념에 빠져있다.
난 안 그럴 줄 알았다.
아기가 보고 싶어서 출장을 후회할 줄.
난 안 그럴 줄 알았다.
아기를 집에 남겨놓고 호텔 방에서 12시간을 기절하듯 자고 기어 나와 브런치를 시켜놓고 은근한 행복감을 느낄 줄.
이렇게나 모순적이라니.
애엄마가 집에 안 가고 호텔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면 사연은 구구절절하다. 누가 들어도 그럴만하다 할 것이다. 마치 천재지변처럼 나는 경상북도 경주 양남면에 묶여 있다. 어제 5시에 일이 마무리될 즘 후회했다. 그냥 집에 갈걸. 입맛이 없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고 두통약을 삼키며. '아기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했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
이거 좀 자유롭네?
그러고 보니 실컷 잔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기억의 오류일지 모르지만 하루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지난번에도 근처 숙소를 예약할까 하다가 꾸역꾸역 밤 운전을 해서 집에 왔었지.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몇 시간을 운전하는 한이 있어도 용수철처럼 집으로 돌아갔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
그래. 이게 내가 좋아하던 아침이지.
객실승무원 시절, 아침에 비몽사몽간에 여기가 어디지 곱씹어 보는 아침이 좋았다. '아- 나 어제 발리에 왔지. 아- 여기는 방콕이지.' 하면서.
지금은?
동이 트면 비몽사몽간에 분유를 탄다.
분유를 허겁지겁 빨아먹는 아기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찹쌀떡 같이 흘러내리는 볼따구를 콕콕 찌르고 단풍잎 같은 오동통한 손을 싹싹 쓰다듬는다.
출장 온 엄마는 아기 사진을 들여다보며 아기에 관한 글을 쓴다. 삶이 이렇게도 달라지다니.
아기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나 몽글해진다.
혼자만의 자유로움, 은근히 미소 짓게 되는 지금의 평화로움이 황당하리만큼 좋지만,
그래도 난.
터질 것 같은 기쁨을 이제는 알아버려서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다시.
그때는 조금 더 일찍 만나서 여기저기 같이 다니고 싶다.
사랑하는 우리 아기야.
엄마 내일 일 끝나고 얼른 가서 꼭 안아줄게.
안녕하세요!
일하느라 육아하느라 게으름 피우느라 사부작 글쓰는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운이 좋으면 예정대로 금요일에 발행되는 날도 있습니다만
읽어주셔서,
기다려주셔서,
송구하고 감사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하!
줄기차게 자유만을 위해 살아온 송수연 코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