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자유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빽언니 May 20. 2024

해피가 온다

다시 행복이 오는 거다

중국은 지자체가 나서서 동물보호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처럼 강아지 입양을 도와주고 예방주사도 중성화도 도와주는 곳이 없다. 한국이라면 동물보호하는 기관에 신청해서 안락사 직전의 강아지를 입양해 올 수 있다지만, 중국은 강아지를 기르고 싶으면 펫샵이나 동물병원에 가서 비싸게 사 오거나, 길에서 "엄마개가 4마리나 낳아서 3마리 팔러 나왔어요~"하는 사람의 강아지를 사 오거나, 타오바오에서 실시간으로 강아지를 파는 영상을 보고 골라야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타오바오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 강아지 판매영상을 보고 사는 방법이다. 펫샵이나 동물병원은 혈통이 다르다는 둥 하면서 푸들도 3000원 이상을 당연하다는 듯이 부른다. 멍멍이의 혈통이 나에게 뭐가 중요할까? 나랑 즐겁게 건강하게 잘 지내주면 그만인 것을.. 길에서 파는 강아지는 가끔 보이기도 하지만 하염없이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일이라 길로 나가기만 하면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오프라인 재래시장에 개시장이 열리는 날이 있다고 하지만 그게 언제 열리는지 명확하지 않아서 나는 그냥 타오바오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골라 샀다.


강아지는 너무 희고 예쁜 푸들처럼 보이는 믹스견이었다. 화면 안에서 얌전한 모습이 의아했지만, 우리 집에 택배로 도착한 강아지는 첫날부터 고개를 못 들고 누워만 있었다. 오후 1시쯤에 온 강아지에게 물을 먹여도 잘 먹지 못했다. 강아지용 작은 주사기에 바늘을 빼고 강제로 물을 먹이고 바로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강아지는 파보장염에 강아지코로나에 뭔가가 또 감염이 된 엄청난 상태의 강아지였다. 의사는 생존확률이 40프로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말하며, 그런 곳에서 사지 말고 자신들에게 부탁들 하면 건강한 강아지를 팔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내게 강아지를 판 업자는 주사를 놨다고 감염이 안 됐다는 키트 사진을 보여주며 주사비용까지 추가로 내라고 했었기 때문에 나는 믿었던 거다. 


감염이 안된 걸로 보이는 그 키트의 사진이 이 강아지를 검사한 거라는 증거가 어디 있냐? 고 의사의 지적을 들으니 내가 순간 멍청한 짓을 한 것을 깨달았다. 


강아지를 기르고 싶은 욕망에 판단력이 흐렸었다. 

남편과 둘이 무료하게 밥이나 먹고 논문이나 읽는 시간이 적적하고, 심장병으로 고생한 후 직업을 잃고 쓸쓸해 보이는 남편의 일상에 귀여운 강아지 녀석을 선물해 주고 싶었던 거다.


병든 강아지는 나흘이 되는 날 밤에, 수액을 맞으면서도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 

나에게 와서 딱 한 시간 정도 함께 있다가 입원하고 며칠 후에 죽은 강아지. 

너무 불쌍한 강아지...나는 나를 속인 업자에게 당장 따졌다. 


"니들이 병든 강아지를 보내는 바람에 나는 돈은 돈대로 왕창 쓰고 강아지만 잃었다. 책임져라" 

중국 놈들은 우리가 보낼 때는 건강했다고 발뺌을 하고 시치미를 뗐다. 배상은커녕 문자도 씹었다.

나는 위쳇에도 고발하고 타오바오에도 투서를 했지만, 나와 그들의 대화를 캡처한 것 만으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나를 도울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참 그지 같다


놈들은 한동안 실시간방송을 안 하는 가 싶더니 어제부터 다시 등장해서 강아지를 팔기 시작했다. 

화가 난 나는 내 방식대로 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2회 실시간 촬영 하면서 강아지를 계속 팔고 있는 대화방에 들어가서 난 깽판을 치기 시작했다.


"니들이 판  강아지 3가지 병에 감염된 거라 나에게 오자마자 병원에 입원하고 나흘 만에 죽었다. 나는 배송비를 440원(8만원)이나 쓰고 병원비를 2000원(약40만원)도 넘게 썼지만 강아지는 바로 죽었다. 니들이 병든 강아지를 속이고 팔아서 그런거다. 난 억울하다. 돈은 돈대로 쓰고도 강아지만 죽었다. 여기 손님들 여러분들~! 여기서 강아지 사지 마세요. 나처럼 당합니다" 


你们送来的小狗一到我家就住进了医院,第4天就死了。 我已经交了440元的配送费,浪费了2000元的医疗费。  因为你们把生病的狗送走了。 我太冤枉了。 虽然我花了很多钱,但可怜的小狗还是死了。

你们,如果不想像我这样,就不要在这里买小狗了。


난 같은 문장을 계속 올렸다. 

그들의 장사를 계속 방해하고 사람들의 대화 사이사이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계속 올렸다. 

강퇴시키는 시스템이 없는 건지 그들은 나를 그냥 두더니...얼마지나지 않아 개인위쳇으로 답장이 왔다


" 알았어. 그만 좀 해, 우리 사장님이 너에게 새로운 강아지 하나 보내 주래. 몇 번 강아지가 좋은 지 골라 봐" 

" 야 새로 강아지 보내줘도 또 병든 거 오면 더 골치 아프다. 돈으로 배상해. 안 하면 나 매일 너네 방송에 들어간다"

" 이번에도 그러면 우리가 다 배상할게. 우리가 보낸 강아지가 죽은 건 네가 처음이야"


난 그들의 말을 믿고 싶었다. 

그리고 새 강아지를 보내준다는 꼬임을 사과로 받아들였다.

 

곱슬곱슬한 털의 흰둥이 포메라니안 새끼 강아지 한 마리가 128번이라는 파란색 번호표를 목에 걸고 활달하게 움직이는 게 눈에 밟혀 나 그만 고르고 말았다. 난 다시 강아지를 기르게 된다. 


이번에는 건강한 녀석이기를 기원해 본다. 만약 병이 들었다고 해도 내가 손을 쓰는 한도 내에서 다시 살아날 정도의 에너지가 있는 강아지면 좋겠다. 


3일 후에 도착예정이라는 강아지의 이름은 '해피'로 미리 지어뒀다.  

나랑 하루도 살지 못했기에 이름도 지어주지 못했던 푸들 녀석은 죽었지만, 녀석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했었던 방석과 강아지집이랑 사료와 개껌, 목줄 등을 사용할 해피가 온다. 

행복이 다시 오는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 죽쒀서 개 주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