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더 굉장하고 덜 위험한 남미 여행기 (1)

첫 시작은 여권부터 잃어버려야지

by 채현

"오빠 나 지금 큰일났어"


"왜 무슨 일이야, 다 괜찮을꺼야, 진정하구"


"여권을 잃어버렸어"


"...여행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가장 최악의 상황이네.."





미국 존 에프 케네디 공항

인천공항에서 출발한지 24시간, 뉴욕시간 8:30pm, 한국시간 아침 9:30am.


미국 존 에프 캐네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생긴 일이었다. 미국은 영국에서 경유할 때와 다르게 짐을 찾고 다시 맡겨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주머니에서 여권을 떨어뜨린 것 같다.


너무 당황해서 한국에 있는 오빠한테 전화를 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단 한번도 사고를 낸 적도, 물건을 잃어버린 적도 없는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근데 그게 심지어 그것도 여권 분실이라니.


페루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남은 시간은 2시간. 누가 훔쳐간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여권을 잃어버린걸 인지하면 별 생각이 다 든다. ‘누군가 내 주머니에서 가져갔나? 설마 짐 찾을 때 옆에 앉아있던 그 남자가 범인인가?'. 한국 여권은 전세계에서 사고 팔 정도로 매우 인기있는 물건이기에 (한국 여권은 세계 여권 파워2위로 실제로 사고 파는게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누군가 훔쳐갔을 가능성도 컸다.


여권을 잃어버렸다는 걸 인지한 장소는 짐 보관소에서 나와 다음 항공기로 가기 전 에스컬레이터였다. 짐 보관소는 한번 나오면 다시 들어갈 수 없기에 문 앞에 있는 보안관에게 내 다음 행동에 대해서 물어봐야했다.


"저기, 안쪽에서 여권을 잃어버린 것 같은데 한번만 확인해줄 수 있을까?"


경비는 안쪽을 흝어보고 오더니 떨어져있는 여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분실물센터에 들어온 여권이 따로 있는지 무전기로 통신을 시도한다.


"미안한데, 따로 찾은 여권은 없대"


충격이다.


"그럼 혹시 이걸 해결할 곳을 알 수 있을까?"


"너가 탔던 항공선에 가서 물어봐.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서 던킨 도넛 옆이야"


맙소사, 첫 날부터 여권을 잃어버리다니. 그것도 무법지대의 대륙 남미가 아니라 미국 경유지에서 !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빠르게 내가 탔던 비행기 데스크로 넘어갔다. 문의 데스크에는 여성 두 분이 앉아있었고, 내가 당황하는 것을 보자 신속하게 도움을 주었다.


첫 번째는 항공사 관련 페이지에 분실물 신고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 내 직원들에게 연락해 분실물을 찾자마자 연락을 주는 것이다.

두 가지를 모두 완료했지만 여전히 분실물을 찾았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설령 몇 시간 후에 여권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아도,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리마행으로 떠나지 못한다.

난 이미 모든 걸 포기하고, 항공사 내에서 와이파이가 되는 것을 감사히 여기며 지윤이이게 카톡을 했다.


"지윤 미안, 나 여권을 잃어버렸어, 이것저것 알아보고 비행기 시간을 옮기면 빠르면 내일이 되어야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아"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 밤 비행기를 타서 아침에 페루에 도착해, 지윤이랑 서핑을 가야한다. 리마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 이내로 매우 짧았기 때문에, 비행기를 연착한다면 분명히 서핑의 기회도 잃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뭐 어떡하겠어. 여권을 잃어버렸지만 생각보다 마음이 차분했다. 국제 미아가 될 수 도 있지만, 공항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받아 임시 종이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무슨 더 큰일이 있을 수 있나 싶기도 했다.


사실상 사고를 당한 것도, 어디가 아픈 것도, 소매치기를 당한 것은 아니니 현재 닥친 일에 침착하게 행동하는 수 밖에 길이 없었다.


여권을 찾았다는 연락을 기다리기 위해 앉아있으니, 안내 데스크 언니들이 말을 건다.


" 어디서 왔어? 페루는 왜 가는거야? 페루말고 멋있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 너 미국에 살아? "


잡담을 해도 여권을 찾았다는 실말같은 연락은 오지 않았고 나는 예매해 놓은 비행기 시간을 바꾸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는 진즉에 타야 할 Lan Airline 으로 가서 시간표를 바꾼다고 하니, 직원이 나에게 이름을 묻는다.


"현정 채? 너 현정 채니? 너 여권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어. 탑승시간이 20분 밖에 남지 않았으니 어서 준비해"


여권을 찾았다니 ! 역시 마음속에 뭔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더라 !

직원분은 나에게 여권을 건네주고 어디선가 등장한 보안관이 내가 빠르게 비행기에 탑승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그 순간이 얼마나 영화같고 듬직하더니, 뭐든 직원들이 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그 분들 덕분에 나는 문제없이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고마워요. 항공사 관계자분들, 당신들 덕분에 무사히 리마에 도착해서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어요.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면, 그들에게 이 고마움을 꼭 전할께요.


감사한 마음으로 뒤늦게 무사히 비행기에 오르는데, 텅텅 비어있던 미국행 비행기와 다르게 리마행 비행기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내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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