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더 굉장하고 덜 위험한 남미 여행기 (7)

삼봉은 못 갔지만 불타는 고구마는 봤다 이 말이야

by 채현

칠레의 최남단에 있는 칠레 나탈레스에서 우리는 아르헨티나로 건너가기로 했다. 나탈레스에서 7시간 정도 버스를 타면 아르헨티나 최 남단부 도시인 엘 칼라파테로 바로 건너갈 수 있다. 우리는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쉬면서 갔다. 버스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데 사실 햇빛이 너무 짱짱해서 조금 화가 났다. 여기는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하필 삼봉을 오르려 할 때 그렇게 비가 오다니! 여행은 날씨가 다다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아르헨티나로 넘어갈 때는 드넓은 대지를 거쳐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버스로 국경을 넘어가는 거다 보니 중간에 내려서 짐 수색도 했다. 페루에서 볼리비아로 넘어갈 때보다는 손쉽게 넘어간 것 같다.


국경을 넘기 위해 버스에 내려 대기하다가



스머프 마을, 엘 칼라파테에 오다


처음 도착한 엘 칼라파테 버스 터미널은 사실 정말 적막했다. 일정보다 미리 엘 칼라파테에 도착했기 때문에, 우리는 역 근처에 있는 숙소(에어비앤비)를 급하게 예약했다. 분명 위치는 역 바로 옆인데, 아무래도 캐리어를 들고 가자니 생각보다 멀었다. (그리고 힘들었다.) 25분 정도 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급하게 예약해놓은 숙소는 우리가 정해놓은 금액보단 많이 비쌌지만, 정말 예뻤고, 무엇보다 엄청나게 깨끗했다. 사각형 구조로 중간에는 작은 정원이 있었다. 숙소 바로 옆에 햄 가게가 있어서 장을 좀 보고 왔다. 숙소로 돌아오니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우중을 바라보았다.


점심을 해 먹고, 여기까지 온 거 뭐라도 해보자! 하는 심정에 엘 칼라파테 중심가로 갔다. 막상 중심가에 도착하니 이곳은 너무너무 귀여운 곳이었다. 마치 스머프 마을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이쯤에는 2월 봄 시기라 관광객도 많아서 마을이 더 활기차다고 한다. 비성수기에 오면 마을 주민들도 거의 없다고 해서 놀랐다.


우리는 이 날 무계획이었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줄 힐링이 필요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자전거를 발견해서 자전거를 빌리고 돌아다니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최고였다.


1555554249488.jpg 자전거를 빌리고 마을을 산책했다.


호수를 돌며 도착한 이곳은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마치 아름다운 마을을 낀 에멜라드 호수를 바라본 느낌이었다. 자전거를 타며 아르헨티노 호수를 보는데 저 멀리 홍학들이 보였다. 지윤이는 홍학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호수에 들어가자고 했다. 나는 원래 다양한 행동을 하는 걸 정말 좋아해서 그 말에 동의했다. 그보다도 호수는 엄청나게 깨끗하고, 생각보다 낮았기 때문이었다. (얕은 곳은 발목 정도만 담겼다. 그리고 홍학은 멀리 있지 않았다)


호수에 들어가다가 칠레인 외국인 사진작가를 만났다. 그도 사진을 찍기 위해 호수 얕은 곳에 들어가 있었다. 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선물이라며 우리 사진을 찍어주고 What's App으로 보내줬다.

IMG-20190218-WA0002.jpg 외국인 관광객이 찍어 준 우리. 호수에 발목을 담기 전
IMG-20190416-WA0000.jpg 날씨가 너무 좋았다.

결국 물이 점점 깊어져 홍학을 포기하고 다시 올라왔다. 더 돌다 보니, 마치 마을에서 축제를 하고 있었기에, 다양한 제품들을 구경하면서 마을을 구경했다. 여기서 직접 목걸이에 이름을 새겨주는 곳도 있어서, 친구들 생일 선물을 조금 챙겼다.


마지막으로 남미 사랑에서 양고기 먹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합류해서 네 명에서 풍경 좋은 곳에서 양고기를 먹으며 우리 마음을 위로하며 하루를 보냈다.



불타는 고구마를 보러, 피츠로이로


우리는 이제 불타는 고구마로 유명한 피츠로이 트래킹을 간다. 불타는 고구마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는 날씨가 좋은 날, 피츠로이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리면, 정상 봉우리가 햇빛에 반사돼 마치 불타고 있는 고구마 같아지기 때문이다. 이 날 트레킹 성공 여부는 불타는 고구마를 봤냐, 보지 못했냐로 나눠진다는 말이다.


피츠로이는 토레스 델 파이네와 동일하게, 파타고니아 산맥에 속해있다. 칠레에는 토레스 델 파이네라면, 아르헨티나는 피츠로이다 이 말이다. 그리고 가파르고 미끄러운 돌산으로 아무도 정상을 깨지 못한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이다. 일단 파타고니아 산맥 자체가 엄청나게 커서, 한 바퀴를 다 돌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서 캠핑을 하며 트래킹을 하는 2박 3일 트래킹부터, 새벽에 출발하는 당일치기 야간산행까지 다양한다. 우리는 캠핑을 따로 할 필요 없는 당일치기 야간산행을 선택했다.


엘 찰튼 -> 카프리 호수 -> Lago de los (정상)에서 일출 보기 -> 카프리 호수 -> 엘 찰튼


피츠로이로 트래킹을 위해 엘 찰튼으로 간다. 엘 칼라파테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도착한다. 엘 칼라파테도 정말 나탈레스 뺨칠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관광지 마을이었다. 여기도 숙소가 대부분 터미널 근처에 있지만, 캐리어를 들고 걸어가는 거다 보니 조금 지칠 수 있다.


터덜터덜 사람이 많이 없는 숙소에 도착했다. 아마 다들 트래킹을 위해 잠만 자다 보니 숙소 자체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숙소에 도착한 후 지윤이와 장을 보면서 산에서 먹을 햄버거를 하나씩 만들었다.


오늘은 피츠로이 산에 있는 카프리 호수까지만 가보고, 내일 정상까지 가는 새벽 산행을 탈 예정이다. 카프리 호수에서 먹을 햄버거를 하나씩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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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행길


여기는 입장료가 따로 없기 때문에 앞 산 산행 가듯이 나왔다. 1시간 정도 산을 오르다 보니 카프리 호수에 도착했다. 여기서도 보이는 피츠로이의 봉우리, 그리고 트레킹 하는 외국인들이 보였다. 여기서는 지나가는 트레킹 관광객들에게 모두 인사한다. 반가움과 함께 트래킹 잘하라는 응원의 의미도 함께 있는 것 같다.


"Hola"


카프리 호수를 가는 산행길


카프리 호수에 도착했다. 저 멀리 정상이 보인다.



왕복 25.4km 트래킹, 야간산행을 가다


저녁에 들어가 일찍 잠에 들고, 야간산행을 위해 남미 사랑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새벽 2시에 모였다. 밤에 출발한 예정이라 다들 핸드폰 불빛을 하나씩 챙겼다. 우리는 정상을 보기 위해 카프리 호수를 지나 정상 봉우리가 있는 Lago de los로 갈 것이다.


산이라 보니, 핸드폰 무선데이터도 잘 안되고 올라가는 사람 자체도 많지 않아서 사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6명이나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길까 해서 달려갔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달빛만으로도 앞이 보였다. 어떻게 이 깊은 산속에, 달빛만으로도 모든 게 보이지? 정말 라이온 킹이 생각나는 여행지였다. 내 카메라로는 별이 보이지 않을지 알았는데 보인다! 역시 갤럭시는 최고다. 이곳의 분위기를 담을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이 별 사진을 보며 그날의 기분을 다시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사진)

1560579697439.jpg 라이온 킹이 생각나는 피츠로이의 야간산행


산을 계속 걷다 보니, 두 갈래 길이 나왔다. 오른쪽도 왼쪽도 사람 한 명 없이 쭉쭉 뻗어있는 산속 평야였다. 어디로 가지? 구글 맵도 통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어디인지 모르게 되었다.


"오른쪽, 오른쪽으로 가자."


우리는 임의로 오른쪽으로 택하고 오른쪽으로 갔다. 오른쪽도 왼쪽도 둘 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산속 평야였지만, 오른쪽을 가다 보니 오른쪽이 아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부부분들이 다시 두 갈래 길로 가자고 외쳤다.

20190221_044110.jpg 두 갈래 길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표지판, 둘 다 Lag. Torre가 적혀 있다.



"우리는 다시 돌아가 왼쪽으로 가보았다. 이 길이 아니면 어쩔 수 없죠. 이것도 추억이고 여행이겠죠. 괜찮아요."


계속 걷다 보니, 저 멀리 산을 오르는 불빛들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마의 구간에 도착해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왼쪽 길이 맞았던 것이다. 다행이다, 운이 좋았다.


너무 무서웠던 것은 나무가 많아져서 그런지 송충이가 정말 너무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바닥을 보면서 걷지 않으면, 송충이를 10마리도 넘게 밟았을 것 같다. 이미 밟았을 것 같기도 하고.


피츠로이는 마의 1/9구간으로 유명한데, 8/9까지는 포근한 숲과 길로 무난하게 트래킹 할 만 하나, 마지막 1/9에서 엄청나게 수직적인 산이 있어서, 오르기 정말 힘들다 하여 붙여진 별명이다.


주구장창 밤이었던 이곳에 해가 조금씩 뜨기 시작했다.

1560579694823.jpg 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마의 구간에 도착한 우리는 이제 해가 다 오르기 전에 정상에 올라야 한다. 그래야 산 봉우리가 햇빛에 반사되어 마치 불타는 고구마 같은 장면을 눈앞에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마의 구간에 다 왔을 땐, 반지의 제왕에서 주인공이 반지를 용암에 녹이기 위해 산을 오르는 모습이 생각났다.

아 나는 프로도구나,. 나는 지금 반지를 녹이러 가는 거구나, 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있지도 않는 사명감이 생겨났다. 마치 태양이 뜨기 전에 정상에 올라가야 할 것 같았다. (너무 힘들어서 별 생각이 다 든 것 같다.)


정상에 다 도착했다. 정상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풍경


무릎이 부서질 것 같은 아픔을 견디고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이제는 눈도 내리기 시작한다. 정신이 아찔하다. 정상에 오기 전까지는 정말 땀도 많이 나고 더웠는데, 해발 3,375m 정상에 도착하니 너무 추워서 조금도 있지 못할 것 같았다. 정상에 도착했지만 해가 완전히 뜨려면 30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갑자기 너무 추워지면서 다른 외국인들은 준비해놓은 담요 또는 침낭을 꺼내 몸을 녹였다. 어떻게 저렇게 치밀하게 준비해왔지? 내 가방에는 숙소에서 함께 데려온 알파카 인형 귀필이와 지윤이 같이 만든 햄버거밖에 없었다. 지윤이도 마찬가지였다.

1550836743866.jpg 정상에 도착했다. 해가 떠오른다. 아쉽게도 구름이 져서 불타는 고구마는 보지 못했다.



덜덜 떨면서 기다리며 결국 해를 맞이했다. 구름이 끼면서 완전한 불타는 고구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1550836752637.jpg 정상에서의 귀필이와 나


정상에 도착했으니, 포장해온 도시락도 먹어야지.

1560579692722.jpg 정상에 물이 고여있어서 호수가 되었다. 정상에서의 아침식사


사진 촬영을 위해 더 남아있겠다는 부부에게 너무 추워서 이제 내려가 보겠다고 말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7시였고, 지윤이와 나는 여기서 하나의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지금 빠르게 내려가면, 10시 버스를 타고 엘 칼라파테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었고, 그러지 못하면 오후나 저녁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좋아 빠르게 내려가자. 반지의 제왕 뺨치는 곳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맙소사. 내려가는 길인데 고산 지대라 그런지 눈이 내렸다.

마의 1/9 구간이자 눈이 내리는 피츠로이 정상. 기어서 가는 게 더 빠릅니다.

우리는 4시간 30분을 걸어 올라간 곳을 뛰어서 40분 만에 내려왔다. 이렇게 빨리 내려오는 사람은 아마 우리밖에 없을 거다. 다만 무릎에 영향이 갈 수 있으므로 빠르게 내려가는 일은 위험하다.


하산한다.


내려오는 길에 태양이 떠서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1550836730504.jpg 내려가는 길에 사진 한 컷


지나가는 많은 트래킹 관광객에게 "Hola"를 외치며 그렇게 빠르게 내려갔고, 정상에서 못 먹은 햄버거를 내려오는 카프리 호수에서 먹으며 피츠로이를 마무리했다. 숙소로 돌아가 누구보다 빠르게 짐을 정리했고, 지친 몸을 이끌고 이곳을 떠났다.


KakaoTalk_20210926_134452139.jpg 하산 중에 찍은 귀필이 라이언킹 컷




돌아가며,


엘 찰튼에서 다시 3시간을 달려서 엘 칼라파테로 간다! 이제 모레노 빙하 트래킹을 하러 간다. 기다려라 빙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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