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헤어짐, 두 번째 만남
우중으로 인해 결국, 아타카마를 포기했다. 볼리비아 남부에 있는 우유니에서 칠레 아타카마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인데,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아타카마로 가는 길이 모두 막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타카마는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원래는 아타카마 사막에 2일 정도 머무를 생각이었기에,
미리 예매해두었던 아타카마 버스표를 취소할 수 있으면 취소하고 산티아고로 좀 더 빨리 이동하고,
버스표를 취소하지 못하면 원래 일정대로 아타카마로 가기로 했다.
다행히 아타카마 버스표를 취소할 수 있어서, 우리는 산티아고로 향하는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칼마라로 향했다. 훈, 민호, 봉, 명이 모두 산티아고로 가기 때문에 우리는 칼라마로 다 같이 이동했다. 에어비앤비로 숙소나 빌리고, 슈퍼에 가서 장을 보고, 와인 샵에서 와인을 사 왔다. 지윤이랑 명이가 요리를 잘해서 찜닭을 해 먹을 수 있었다.
아래 알파카 사진은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서 데려온 귀필이다. 앞으로 나와의 여행을 함께 책임질 친구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고, 사막에서의 노을을 맞이하는 느낌이란!
명이가 우리들 그림을 그려주었다. 여행을 갈 때마다 친해진 사람들에게 그림을 그려준다고 한다. 감동이었다.
지금이야 일정이 겹쳐서 함께 칼라마로 갔지만, 원래 여행자들은 각자 일정이 모두 다르다. 우리도 우리의 일정이 있고, 저들도 저들의 일정이 있다. 당연히 비행기 시간표도 다르다. 지훈, 봉, 민호, 명이는 남미 맨 아래에서부터 올라왔고, 명이는 페루에서부터 내려갔지만 산티아고 아웃이기에, 여기서 안녕이다. 또 보자 어딘가에서!
와인을 마신 다음 날, 깨질 것 같은 머리 상태와 함께 지윤이와 털레털레 짐을 챙기고 방을 나섰다. 공항으로 가자. 이제는 남미 아래로 간다. 가자 산티아고로.
사실 나도 몰랐는데, 남미 하단부에 위치한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선진국이다. 외국인 비율도 훨씬 많고, 아르헨티나 같은 경우에는 유럽인 혼혈이 90% 넘게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페루나 볼리비아는 동남아시아 느낌이 났다면,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어디선가 유럽풍 냄새도 났다. 물론 그만큼 도시 정비도 잘 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칠레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는 토레스 델 파이네라는 유명한 트레킹 산 중 하나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는데, 그전에 산티아고를 좀 더 즐기기로 했다.
칠레가 무엇으로 유명하냐, 바로 와인, 그리고 나는 와인 러버다.
칠레는 몬테스,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 등 다양한 와인 브랜드를 낸 곳으로 유명하다. 산티아고와 거리가 가까우면서, 글로벌 top 3에 드는 까시에로 델 디아블로 와인의 생산지인 콘차이 토로 와이너리에 방문하기로 했다.
콘차이 토로에는 다양한 투어를 신청할 수 있는데, 우리는 트래디셔널 투어를 신청했다. 콘차이 토로 포도장에서는 어떻게 포도를 생산하고,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알 수 있고, 마지막엔 직접 와인 시음도 가능하고, 원하는 사은품도 구매할 수 있다.
투어를 통해 델 디아블로 브랜드의 탄생 실화를 들을 수 있었다. 콘차이 토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멜초 부부는 창고에서 와인이 없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도둑을 잡기 위해 ''와인 저장고에 악마가 산다"는 소문을 퍼뜨렸다고 한다. 실제로 와이너리에는 임의의 악마 모양의 판넬도 만들었다고 한다.
투어 과정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재배하고 있는 포도 품종을 직접 따서 먹어 볼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포도 느낌이 달라지는 줄 알았는데, 포도 품종 자체가 다르다는 걸 처음 알았다. 포도는 2~5월 사이에 생산되어, 포도가 나오지 않는 달에 방문하면 직접 먹어볼 기회는 없다. 실제로 까베르네 쇼비뇽 포도와 피노누아 포도 등이 맛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여담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 품종을 까미에르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칠레는, 칠레만의 태양, 토지, 물 등에 의해 프랑스와는 다른 종류의 와인이 생산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남미 와인 품종이 바로 "까미에르" 이다. 까미에르는 바디감이 많고, 조금은 거친 맛이 난다. 깔끌깔끌한 맛이 나서, 라면이랑도 조합이 엄청 잘 맞는다. 여기서부터 내 최애는 까미에르가 되었다. 특히나, 디아블로 까미에르는 내 인생 와인 중 하나이다.
와이너리 투어를 통해 직접 역사를 듣고 포도 시음도 좋았지만, 콘차이 트로 가문의 정원과 별장을 구경하는 것도 정말 좋았다. 마치 유럽 어느 별장에 와있는 느낌이랄까.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달성하다 보니, 진짜 너무 짜릿하고 행복했다.
지윤이와 칠레에서 예약해놓은 작은 에어비앤비에 돌아와 와인 한잔 기울였다. 칠레에서 보는 노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크게 생각했던 여행지는 총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마추픽추
두 번째, 우유니 사막
세 번째, 토레스 델파이네 트래킹
첫 번째는 페루에서, 두 번째는 볼리비아에서 여행을 마무리했다. 이제 우리가 그토록 고대했던 토레스 델파이네 트래킹을 가야 한다. 토레스 델파이네는 세계 가장 유명한 트래킹 명소 중 하나로 칠레 지도 상 맨 하단부에 있다.
맨 하단부인 나탈레스로 가기 위해서는 산티아고에서 푼타 아레나스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비행기를 3시간 정도 지났는데, 바람이 너무 강해서 비행기가 착륙을 못했다.
공항 위를 뱅글뱅글 돌다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었다. 멀미가 났다) 무사히 착륙했다. 우리보다 며칠 늦게 출발했던 혁이네는 아예 푼타 공항에 착륙을 못하고 아르헨티나에서 임시 착륙하기도 했다.
푼타는 펭귄 투어로도 유명한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머물기도 하는데, 우리는 펭귄 투어는 금액 상 일정에서 뺏기 때문에 바로 나탈레스행 버스를 타러 갔다. 지윤이와 와 노을 정말 아름다워!라고 말하며 아쉬운 마음에 떠난 게 기억이 남는다.
토델파 (토레스 델 파이네의 줄임말)에 가기 위해서는 세상의 끝이라는 나탈레스로 먼저 가서, 트레킹 준비를 한다. 나탈레스는 정말 시골과 같은 곳으로, 장비를 빌릴 수 있는 곳과 숙소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다고 보면 된다. 나탈레스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삭막한 마을 같았다. 비어져 있는 집도 보였고, 학교나 다른 시설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숙소를 따로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숙소로 보이는 곳 아무 곳이나 들어갔다. 다행히 두 자리가 남아있다고 한다. 다만 방이 달랐는데, 한 방은 12명이 함께 자는 혼용 방이고, 한 방은 4인실 혼용 방이었다. 지윤이랑 잠자리를 두고 가위바위보를 했고, 내가 졌다. 나는 결국 터덜터덜 11명과 함께 있는 방으로 갔다.
지윤이와 대여소에 가서 아이젠을 빌리고, 식사를 위해 장을 봤다. 나탈레스를 구경하고 장을 보는데 혁이가 나탈레스에 도착했다는 말이 들어왔다. 지윤이가 요리를 잘해서, 카레를 해서 셋이 같이 먹었다. 혁이는 삼일은 밥을 못 먹은 사람처럼 카레를 맛있게 먹었다. 그 모습을 보니 우리가 아끼고 아꼈던 컵라면을 뜯어줄 수밖에 없었다. 혁이도 토레스 델 파이네로 갈 예정이었는데, 우리와 다르게 출발지가 달랐다. 혁이는 그레이 빙하 쪽으로 갈 예정이라 걸어갔고, 우리는 삼봉 쪽을 볼 예정이었다. 혁이와 다시 인사하고, 잠을 청하러 갔다.
그날 밤에는 비가 정말 많이 왔는데, 이제 막 토레스 델파이네 트래킹을 모두 완수하고 온 외국인들이 방에 들어왔다.
엄청나게 젖어있는 그들의 모습과 진짜 죽을 뻔했다는 연탄 감탄사와 함께 방은 시끌벅적해졌고, 다른 이들은 날씨 괜찮았냐고 묻곤 했다. 아마 내려오는 길에 엄청난 비로 고생을 좀 한 것 같다.
다음 날, 조식을 먹기 위해 일어났을 땐, 지윤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알고 보니, 함께 방을 쓰는 외국인이 냄새가 너무 독해서 자는 내내 그 냄새가 도는 것이었다. 웃긴 대참사였다.
다음 날 6시에 기상하여 혁이와 택시를 타고, 혁이는 그레이 빙하 쪽으로 갈 예정이라 걸어갔고, 우리는 삼봉 쪽을 볼 예정이랑 매표소에서 헤어졌다. 그렇게, 토레스 델 파이네행 버스를 탔다.
토레스 델 파이네도 여러 입구가 있는데, 우리는 가장 유명한 삼봉을 보기 위해 삼봉 쪽 입구로 출발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행도 한 번당 2만 원 정도이다. 앞 칸에 젊은 한국 부부분이 함께 타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한 시간 정도 달려서 토레스 델 파이네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젯밤 폭우로 강이 불어나면서, 들어가는 입구가 막혀버린 것이다.
모든 토레스 델 파이네행 사람들은 입구를 바라보면서 충격을 금치 못했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토레스 델 파이네만 바라보고 칠레로 달려왔는데, 폭우로 인해 못 들어간다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
특히 우리는 한국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 내 캠핑장을 미리 예약하고 왔는데, 이건 또 어떻게 취소해야 하나 고민했다. (세계 유명 트래킹 장소다 보니 예약도 쉽지 않다.) 폭우로 인해 모든 일정이 망가질 것 같았다.
우린 결국 다시 버스를 탔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실 다음날 기상 상태를 보고 다시 출발하자는 얘기를 해봤지만, 숙소를 취소하면 숙소도 없을 거고 무엇보다 다음날 여길 다시 오려면 새벽 6시 버스를 한 번 더 타야 하고, 강이 여전히 막혀있으면, 다시 돌아와야 하며 푼타로 넘어가려면 저녁까지 기다려야 했다.
아쉬운 마음에 토델파 입구 사진만 찍었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쳤지만 별 수 없었다. 우선 다시 돌아가자 나탈레스로, 앞에서 봤던 젊은 부부분도 포기하고 함께 버스를 탔다.
서로 내일 다시 갈까 말까 고민을 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나탈레스로 돌아갔다. 젊은 부부는 돌아가는 길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상이에 대해서 얘기해줬는데, 그 친구도 못 들어가겠네 하며 걱정을 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서 우선 하루 연장을 했다. 다행히 방이 남아있어서 손쉽게 예약할 수 있었다.
숙소에 올라가니, 누가 봐도 아까 부부가 말했던 인상착의와 똑같은 친구가 우리 숙소에 있었다.
그렇게 갑자기 셋이 세상의 끝, 나탈레스 옆 바다에 도착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포기한 건 너무 슬펐지만, 잔잔한 물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갑자기 세상이 너무 우울하고 잔잔하고 평화로우면서 고요한 기분이었다. 어둡게 노을이 지는 광경과 저 멀리 보이는 빙하가 낯설면서도 아무렇지 않아서, 위를 바라보니 반짝거리는 별이 보이고 눈물이 나면서도 행복했다.
내일 한번 더 날씨를 확인하고, 기상 여부에 따라 토레스 델 파이네행 버스를 탈지, 푼타로 바로 넘어갈지 고민하자.
다음날 6시 기상한 후, 버스 매표소 직원이 공유해줬던 토레스 델 파이네 입구 관련 공지사항 웹 사이트에 들어갔다. 토델파 직원이 말해줬던 토델파 웹사이트에서 공지사항을 확인하는데, 스페인어로 적혀있어서 숙소 데스크 직원분에게 해석을 요청했다. 결론은 기상 악화, 입장 불가라 쓰여있었고, 그래도 혹시 모르는 마음에 숙소 데스크 직원분에게 관련 번호로 전화하여 입장이 불가한 지 한 번만 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선상으로도 진입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푼타행으로 넘어가기로 마음을 결정했다.
새벽 6시에 같이 만나기로 한 상이는 보이지 않아서 깨우러 들어갔고 우리는 토델파 행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상이는 그럼 자기는 세상의 끝에 있는 등대를 보기 위해 우수아니아로 가겠다고 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헤어졌고, 토델파는 가지 못했다는 울적한 마음으로 푼타행 버스를 타러 갔다.
그렇게 도착한 푼타는 칠레와 날씨가 완전히 달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