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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궁은정 WiseFrame Nov 02. 2019

남편, 나의 사랑스러운 파트너

나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

책을 쓰게 되면, 한 번은 남편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남편은 키도 훤칠하고 인물도 좋은 사람이다. 외모도 그럴듯하지만 정말 나를 한결같이 응원해주고 지지해 주는 한 사람이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해 봐’라고 흔쾌히 말해준다. 현실적인 문제로, 나에 대한 의심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힘들 때에 등을 떠밀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작은 마중물 한 그릇이 나에게 힘을 주어 이후의 일을 해 나갈 수 있게 해 준다. 아내가 꿈을 가지고 유지해 나가려면 남편의 충분한 지지와 위로, 격려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남편을 보면서 느낀다. 단순히 말로만 ‘잘하고 있어.’ ‘열심히 해 봐’라고 동의하고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실질적인 도움이 아내가 꿈을 펼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결혼을 하고 나서 먹고 살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사실 나는 글을 쓰면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글을 쓴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 말을 꺼내는 것이 힘들었다. 그냥 나 자신에게 조차도 이 말은 금기어에 해당했다. ‘무슨 글이야? 너가 먹고 살 정도로 글을 쓸 수 있겠니?’, ‘지금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글을 써서 뭐해?’ 이런 말을 나 스스로에게 했다. 그러다보니 글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가치하게 느껴졌고,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정말로 내가 잉여인간이 되는 것 같아서 민망하고 쑥스럽고 부끄러웠다. 그런데 여러 번 나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책 읽고 글 쓰면서 사는 것이 나의 소망이었다. 


그러던 중에 남편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 본 적이 있다. 나는 그 당시 읽었던 책 날개에 적혀 있었던 작가의 삶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6개월은 동떨어진 곳에서 글을 쓰고, 6개월은 그걸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만나고 강연하면서 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당연히 이런 얘기를 하면, ‘그게 가능하겠냐?’ ‘너무 허무맹랑 한 거 아니냐?’라고 반응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남편이 아주 시원스럽게 ’그렇게 살아.’라고 했다. 내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한 술 더 떠서 그러한 라이프에 이름도 붙여줬다. ’66프로젝트’라고. 그 당시 둘이 살던 방-우리는 신혼초에 정말로 방에 살았었다-에 있던 화이트보드에 제목을 커다랗게 적고, 66프로젝트의 정의도 적고 구체적인 모습과 실현방안에 대해서도 적었다. 이 당시에 남편은 졸업 전이라 둘이 생활하기에는 너무 적은 월급을 받고 있었던 터라, 실제로 66프로젝트를 실현하지 못했다. 그 다음에는 아이가 생겼고 말이다. 그런데 어쩌면 이 조차도 생각의 한계에 부딪혀서 그런 지 모른다. 그런 조건 속에서도 66프로젝트를 실행하고자 했다면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중요한 것은 진짜 그 프로젝트를 실행했는지가 아니다. 남편이 나 스스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받아준 것이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졌다. 이후에 내가 어떤 일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죄책감이나 불안감을 덜어준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그리고 마음 속에서는 내가 ‘66프로젝트’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의 길에 대해 완벽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자신의 결정에 다들 한 번쯤은 회의를 품게 된다. 이것이 맞는 것인지 궁금해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고, 반응을 살펴보게 된다. 이때 가장 가까운 사람,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불확실하고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에게 크나큰 위안이 된다. 


나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에서 몰려드는 어려움과 불안함을 다스릴 수 있다. 그러한 사람을 남편으로 만난 건 정말 행운이다. 항상 나부끼고 흔들리는 나에게 한결같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남편 덕에 나는 계속 내 안에서 자유롭게 산책하며 아이를 키우고, 내면을 가꾸고, 미래의 일을 차근차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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