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잔치

벚꽃 좋아하세요? 익숙해서 더 소중한 동네벚꽃들.

by 별썽

벚꽃을 좋아하세요라도 물어놓고, 벚꽃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나 생각해 본다. 연두색 새순이 나기 전, 아직 겨울인가? 봄은 언제 오나? 하는 사이 분홍색 벚꽃 잎이 터지며 소리 없이 요란하게 봄이 온다.

그 자리에 벚나무가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너 거기 있었구나. 너도 벚나무였구나. 나무마다 빼꼼빼꼼 존재감을 드러내는 벚꽃들이 피어난다.

아직 추운데, 봄인걸 어떻게 알고 피어나는 걸까.

달력도 없고, 스마트 폰도 없고, 가끔은 계절이 뒤죽박죽인 거 같은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어김없이 피어나는 벚꽃들이 신기하다.

해가 갈수록 꽃들의 신비로움에 마음이 한없이 여려진다. 꽃을 볼 때만 마음이 여려진다. 그래서 중년 엄마들의 사진첩은 다 꽃밭인 걸까.

꽃을 볼 때만은 마음이 ‘순한 맛’이라?

밤벚꽃. 동네산책.


날은 아직 추워도 벚꽃이 피는 순간, 마음으로 눈으로 봄을 맞는다. 마음이 바빠지는 계절.

짧고 화려한 벚꽃의 계절을 즐겨야 한다. 아침에는 운동삼아 걷고, 낮엔 아무 일이라도 만들어 나가 걸어야 하고, 저녁 후엔 산책을 해야 한다.

어쩌다 지천으로 벚꽃이 피는 동네에 살고 있으니 우리 동네 벚꽃도 보고, 옆동네 벚꽃도 보고, 서귀포 벚꽃도 봐야 하는 벚꽃주간. 1년 중 마음이 가장 바쁘고 달뜨는 계절.

이 계절에 나는 걷는 시간 중 반은 사진 찍는데 쓰는 것 같다. 이 벚나무도 예쁘고, 저 벚나무도 예쁘다.

고개 젖혀 하늘 높이 피어있는 아름드리 벚나무의 꽃도 예쁘고, 가지도 없이 나무 몸뚱이에 삐죽 나온 벚꽃도 예쁘다. 흰 벚꽃도 예쁘고, 딸기우유처럼 진한 벚꽃도 예쁘다.

밤에, 달빛이나 가게 조명을 받은 벚꽃은 꽃잎 하나하나가 꽃전구가 되어 빛난다.

밤벚꽃. 동네산책.




제주에 처음 왔을 때, 집에서 회사까지 버스로 출근하는 길에 구실잣밤나무 길이 있었다. 그게 구실잣밤나무인지도 몰랐고, 이름을 몇 번 알려줬는데 입에 붙지 않아 나 혼자 바오밥 닮은 나무 정도로 부르고 있었다. 사철 푸른 구실잣밤나무를 버스 위에서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며 출근하는 그 길이 좋아서, 출근의 고단함을 잠시 잊기도 했었다. 그러다 버스전용차로 시행사업으로 그 구실잣밤나무가 모두 베어졌다. 나무가 스스로 죽기 전 까진 그냥 그 길에 계속 있을 것 같았던 그 나무가 사라지던 다음날 휑하고 어수선한 도로풍경을 보면서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GD의 ‘삐딱하게’ 노래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동네사진을 찍게 된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익숙한 것들이 소중하다.

밤벚꽃. 동네산책.

아직 봄이 아닌 계절, 벚꽃길을 걸으며 벚꽃을 찍었다.

이 동네, 이 길, 이 벚꽃, 이 간판 아래에서 지금 예쁜 그 풍경을 그리고 싶어서 찍었다. 그리고 3월, 4월, 5월 세 달에 걸쳐 동네 벚꽃 야경을 그렸다.

벚꽃 그림을 보며 봄밤 벚꽃 산책을 생각한다.

제주푸른밤. 밤벚꽃



박인혜. <벚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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