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바라보다 그린 구름
구름이 가득 찬 날, 베란다 창가에 앉아 책을 읽다 시선이 하늘에 머문다. 시간이 흘러 사라지 듯, 구름이 눈앞에서 흐르다 사라진다. 그리고 이내 새 구름이 온다. 새 구름도 구르는가 싶더니 이내 흩어지며 또 사라진다. 뭉쳐질 듯 흘러가다 이내 사라지는 구름들. 온전한 형태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구르다 만나서 형상이 되고 또 여백이 되고, 그렇게 흐르고 구르는 구름.
멍하니 구름을 바라보는 시간이 귀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모든 풍경은 순간이고, 내가 보고 있는 순간은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면서 그대로 흐르는 과거이다.
북쪽에서 바라보는 한라산과 한라산 모양으로 움직이는 구름을 그렸다.
이 그림을 그려놓고, 마음처럼 그려지지 않아서 마뜩지 않았다. 원하는 대로 그릴 수 있는 솜씨가 아니라, 그려지는 대로 그림으로 받아들이는 단계. 그림을 보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는 사람. 잘 못 그려진 그림을 보며 이게 원래 의도였을 거라며 나를 설득하는 사람.
나다.
좀 못 그러면 어떻나, 그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합리화를 넘어 자기 최면을 건다. 그런 내가 그린 한라산과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