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었던 대한민국 국민이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는 건 꽤 간단한 일이었다. 나는 ‘복지로’ 사이트에 내 정보를 입력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발급받은 의뢰서를 첨부 자료로 넣은 지 약 1주일 만에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서비스를 받을 자격은 얻었지만, 막상 상담을 신청하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렸다. 일단 상담을 받을 물리적인 시간이 없었다. 남편에게 동의도 얻어야 했다. 남편은 ‘상담’이라는 게 무겁게 느껴지는지 조금 당황해하는 것 같았지만, 매주 목요일 일찍 퇴근하여 아이 하원을 해 주는데 동의했다. 이제 그다음은 ‘어떤 상담센터에 가느냐?’였다.
아래 사이트에서 해당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지역별로 검색해 찾아볼 수 있다.
https://www.socialservice.or.kr:444/user/svcsrch/supply/supplyList.do
https://www.socialservice.or.kr:444/user/svcsrch/supply/supplyList.do
현란한 간판과 다양한 서비스, 그리고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상담센터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용한 나만의 ‘대나무숲’을 찾고 있었다. 맘에 드는 곳이면 시간이 맞지 않고,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상담을 받고 싶지 않아 그냥 하지 말까 생각하기도 했다. (해당 서비스는 신청이 완료된 후, 120일 안에 8회의 상담을 진행해야 하는 서비스 사용기한이 있다.)
그러나 날이 점차 더워지자 난 또다시 우울에 빠져들었고, 회사 근처 굉장히 오래된 오피스텔에 자리한 조그마한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네이버 톡톡으로. 첫날은 해당 서비스에 관한 계약서나 서류 등 작성할 것들이 많았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상담사님은 절차를 차분하게 안내한 후, 문장 완성 검사를 숙제로 내어 주었다.
그리고 잠깐의 적막, 나는 조금 낯을 가리는 중이었고 정말 처음 본 이 분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긴가민가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상담사님이 입을 떼었다.
그럼, 은호씨. 우리 무슨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나는 잠시 주저했지만, 우선은 이 서비스를 신청하게 된 계기와 해당 상담센터를 선택하게 된 이유 등을 뱉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빠가 돌아가신 일과 일을 새롭게 시작하게 된 일,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괴로운 요즘의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1시간 남짓, 그냥 마구 나의 상황과 사정을 토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고, 막바지에 간신히 상담사는 상담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나를 알고, 나만의 불안을 잠재우는 방법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그랬다. 나는 ‘내 그릇’의 사이즈를 명확히 알고,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싶다. 좀 더 못나게 말하자면, ‘남의 그릇 크기를 시샘하며 그보다 못하는 나를 제발 그만 미워했으면 좋겠다.’ 정도가 되겠다.
그녀는 나에게 TCI, MMPI 검사를 권했고, 나는 그렇게 1회기 상담을 마무리했다. 다시 거리로 나왔을 때, 난 조금 부끄러웠다. 처음 본 누군가에게 마구 내 감정을 쏟아냈다는 사실이 조금 이상하달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했다. 다음 주에 있을 검사 결과가 조금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