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이란, 우울과 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으로 인해 심리상담이 필요한 국민에게 전문적인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이다. 나는 사실 이 서비스를 작년부터 알았는데, ‘지원대상 선정기준’을 살펴보곤 바로 포기했었다. 아래는 ‘복지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나랏일이 늘 그러하듯 다소 장황한데, 핵심은 ‘네가 우울한지 증명해 와! 그래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논리지만, 우울은 대개 무기력을 동반함으로 여러 절차를 거쳐 이 사업에 신청하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중간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받은 진단서나 소견서 항목을 읽었을 때, 병원에 가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나는 곧바로 포기하게 되었다.
‘전국민’에게 ‘우울’할 때 상담을 제공하겠다는 복지 서비스가 이렇게 팍팍하다니!
빠르게 좌절하던 차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마다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고, 그곳에서 간단한 검사로 ‘내가 우울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의뢰서를 발급받을 수가 있단다. 사느라 우리가 참으로 바빠서 그렇지,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참 많다.
나는 경기권에 거주하고 있어 집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조금 멀었지만, 그래도 있긴 있었다. 자살 충동이 일어날 때 ‘더 이상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며’ 전화를 할 수 있는 곳(자살예방상담전화 109)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런 기관이 지역 곳곳에 있다니! 실로 감사한 일이었다. 나라에서는 우리 국민의 정신 건강에도 관심이 있구나!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급하면 당일에도 방문할 수는 있는 모양인데, 그럼에도 미리 전화는 해야 한다고 한다. 100% 예약제인 격인데, 나는 주중엔 전혀 짬이 나지 않아 거진 한 달 전에 예약을 해 놓았다. 그날은 오전에 아이 유치원 참관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몇 달 만에 연차를 사용하는 날이었다. 오롯이 나를 위해 뭔가를 한다고 생각하니, 버스를 타고 센터를 찾아 방문하는 일이 조금 두근두근 거렸다.
‘우울증 선별검사’는 아주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을 체크하면 되는 간단한 자가테스트 같은 것이었는데, 수기로 작성하여 담당자에게 주면 되었다. 방문 전에 ‘전마투를 신청하기 위해 의뢰서를 발급받고 싶다.’고 말하면, 방문 날에 해당 검사를 준비해 주는 것 같았다. 인터넷에 치면 어렵지 않게 자가테스트도 가능하다.
https://www.gmhc.kr/selfCare.do?S=S01&M=0201010000&self_seq=1
센터의 담당자는 내 테스트 결과를 받아 들고, 몇 가지를 물어보는 면담을 진행했다. 나는 이 당시 남편에게 ‘힘들다.’는 내색 한번 하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참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설움이었는지 말하면서 자꾸 눈물이 나서 혼이 났다. 이 센터에 방문한 사실도 남편에게는 숨기고 있었는데, 이후에 진짜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을 땐 ‘나의 상태’를 이실직고하긴 했다.
방문 당일 센터에서 잠시 기다리면 의뢰서를 받을 수 있다. 나는 의뢰서를 받은 이후, 실제 상담을 시작하기까지 또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일단 총알은 마련해 둔 느낌이랄까. 다시 심하게 우울이 찾아오기까지 단단히 대비를 해 놓은 느낌이랄까. 진짜 상담 이야기는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