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오월 Nov 10. 2024

느려도 꾸준히, '그냥' 할 것!

30일 글쓰기 챌린지 Day 3 달리기

달리기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영향은, 매일이 아니어도 꾸준함은 못해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건, 2022년 10월 말이었다. 

시작은 별 거 없었다. 우연히 ‘런데이’라는 어플을 알게 된 이후였다.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러닝화도 없이 그냥 운동화를 신고 달린 것이 첫날이었다. 

처음에는 2분, 5분 이렇게 뛰는 것도 숨이 찼다. 인터벌이라 짧게 뛰었지만, 그래도 30분이 왜 그렇게 길어 보였는지. 매일 달린 것도 아니었다.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아서 내키는 날 뛰기도 하고, 힘들거나 미룰 때에는 며칠씩 쉬기도 했다. 그러다 또 겨울이 오는 바람에, 춥다는 핑계로 그 겨울은 한동안 쉬었다. 


그러다 작년 봄, 문득 달리기가 다시 하고 싶어졌다. 그때 러닝화를 샀다. 매일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런데이 30분 달리기 훈련에 도전했다. 그 해 봄에서 여름, 주로 아침 출근 전, 혹은 퇴근 후 석양을 배경으로 그렇게 달렸던 것 같다. 


여름날의 달리기는 나에게 ‘해방’이었다. 작년 여름은 직장 스트레스로 유난히 힘들었기 때문에 더 달렸던 것 같다. 아침의 달리기는 나의 주도성을 가져오기 위한 의식이었다. 6시 반쯤, 기상 후 밖으로 나가 마주한 아침은 희망이었다. 아침의 햇살을 받으면서 뛰는 것이 참 좋았다. 달릴 때, 폐로 들어오는 찬 공기가 정신을 맑게 했다. 반짝이는 아침 이슬을 보는 것도, 짹짹이는 참새 소리를 듣는 것도 아침을 즐겁게 했다. 


물론 저녁에 달린 날도 있었다. 석양의 붉은 하늘로 답답함과 무력감을 떨쳐내기 위한 자기 해방의 달리기였다. 땀을 흘리면서 뒤돌아봤을 때, 어두워지는 하늘, 그리고 켜지는 가로등은 무언가 내게도 새로운 빛이 켜질 것 같다는 무언의 희망으로, 꿈보다 해몽처럼 해석하기도 했다. 하루의 짧은 훈련을 끝내고 뒤돌아봤을 때, 내가 두 발로 뛰어온 거리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는 것도 큰 보람이었다. 


그렇게 달리면서 2023년 가을, 처음으로 7KM 마라톤에 나가봤다. 목표는 6’ 00’의 페이스로 뛰어서 42분으로 완주하는 것. 정확하게 딱 42분 걸렸다.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한 번의 쉼 없이, 출발부터 도착까지 달려 완주했다는 것이 나에게 큰 성취감을 안겨줬다.


물론 중간에 가장 큰 위기도 있었다. 작년 연말 발목 인대를 다친 것이다. 인대 파열로 인해서 5-6개월 정도를 쉬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번 쉬게 되니 잊힌 것처럼, 쉬게 된 것이다. 그러다 어느 정도 괜찮아졌을 때, 작년의 기록을 살펴봤다. 휴식이 아쉬워지고, 또다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 10월, 10km 마라톤에 도전했다. 사실 10km는 무언가, 초보 러너인 나에게 한계의 벽이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1시간 여를 뛰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주저하게 되었다. 

그래도 일단! 질렀다. 1시간 내 완주를 목표로. 

대회 당일, 아쉽게도 컨디션이 좋은 날이 아니었지만 나와의 약속대로 중간 휴식 없이 꾸준히 달려 58분으로 완주했다. 


이 글을 쓰려고 그동안의 달리기 기록을 찾아봤더니, 생각보다 많이 뛰지 않았다는 것에 당황하고, 또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이 아니어도, 중간에 휴식기가 있었더라도, 그래도 여전히 나는 '초보'이지만 그래도 하나 해냈구나. 10km 마라톤이 대단한 성취를 준 것은 아닐지라도, 효율을 따졌던 과거가 반성되는 순간이었다. 뭐든지 빨리, 혹은 매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있었는데, 매일이 아니어도, 혹은 중간에 쉬더라도 다시 시작하면 할 수 있다는 것. 나기다려주지 못하는 건, 그냥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핑계 없이 꾸준히 하는 것. 사실 그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지만, 그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5년에는 하프 마라톤에 도전해볼까 한다.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양립한다. 그러다 다시 떠올린다. 일단 하면, 못해낼 것도 없다는 것!

작가의 이전글 여행, 나의 세계관의 확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