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포지셔닝 소개
위의 이미지는 약 3년 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즘 30대들이 느끼는 기분’이라는 제목으로 많은 공감을 끌어냈던 짤이다.
나는 이 짤이야말로 일상 속 포지셔닝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이 ‘어떤 집단’에 속해있고, 그 ‘집단의 구성원이 누구냐’에 따라 자신의 상황과 역할, 심지어 기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사람이 다른 구성원들과 수많은 상호작용을 거쳐 서로를 구별하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조직을 이루어 자신의 역할을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른 구성원과 나를 구분하여 자신의 역할과 이미지를 찾고자 한다. 하지만 역할과 이미지를 찾는 과정은 온전히 내 마음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생각해 보자.
당신은 가족들 사이에서 어떤 사람인가?
회사에서, 학교에서는 어떤 사람인가?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동호회 안에선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그 각각의 관계에서 당신은 매번 똑같은 이미지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위의 질문에 그렇다고 이야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는 팀에서 막내이지만 친구들과의 모임에선 리더로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회사에선 팀을 이끄는 팀장이지만, 가정에선 아내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는 남편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조직의 상황과 성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입체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은 늘 조직과 관계, 특정 상황 내에서 타인과의 비교, 경쟁 등의 상호작용을 거치며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을 찾아가는 혹은 조직이 필요로 하는 포지션에 배치되는 포지셔닝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꼭 죽음을 목전에 둔 죽음의 수용소가 아니더라도 포지셔닝이 우리의 사사로운 일상에서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내가 굳이 피곤하게 포지셔닝을 생각하지 않아도, 내 말과 행동만 보고도 남들이 내가 원하는 이미지로 인식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종종 조직 내에서 다른 이들과 원하는 역할과 이미지가 겹치기도 하고, 그 이미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포지셔닝의 개념을 알고 있다면 내가 원하는 역할, 이미지를 먼저 선점하거나 주도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괜한 갈등을 피하고, 좀 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이끌어가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직장생활처럼 윗사람과 주변의 평가가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곳에서 이런 능동적인 선점, 대처는 더 많은 인정을 받기에도 용이하다.
꼭 타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포지셔닝을 생각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브랜드의 포지셔닝은 무수히 많은 브랜드들 사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경쟁의 관점이지만, 일상의 포지셔닝은 개개인이 강점을 가진 역할을 구분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조직을 더 원활하게 만드는 융합의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일상 속의 관계와 상황 속에서 포지셔닝하는 과정을 ‘생활 포지셔닝’으로 명명하려고 한다. 앞으로의 글들을 우리 주변에서 포지셔닝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내 일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