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셔닝 개념의 이해 02
자동차를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일까? 승차감, 안전, 디자인, 연비, 최신 기술, 한국인들에게만 통용된다는 하차감까지. 저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르다. 소비자들이 구매에 고려하는 몇 가지 요소들을 기준으로 세워 자동차 브랜드들의 포지셔닝 맵을 그려보자.
포지셔닝맵의 기준을 최신 기술과 하차감(프리미엄)으로 세워보았다. 성공의 상징인 메르세데스 벤츠가 가장 우측에 위치할 것이며, 자율 주행을 선보이는 테슬라는 최신 기술 잣대에서 최상단에 위치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세로축을 ‘안전’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안전의 대명사인 볼보가 세로축에서 최상단으로 올라오는 반면, 배터리 화재로 몇 번의 사고가 있었던 테슬라나 최근 큰 사고가 있었던 메르세데스 벤츠가 하단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두 축의 기준을 무엇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위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마케팅 종사자들은 자사 혹은 자신이 담당하는 고객사의 브랜드에게 유리한 두 가지 기준을 축으로 세워 우상향에 위치시키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내가 만약 MINI의 마케터라고 해보자. MINI는 어떤 잣대를 세워야 경쟁 브랜드들 대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세상에 똑같은 MINI는 단 한 대도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MINI의 오너들은 자신의 차량을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액세서리 종류가 가장 많은 브랜드도 MINI이며, 판매량도 가장 많은 편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축은 ‘개성’으로 두고 그 점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해도 좋을 것이다.
또 하나의 축은 ‘주행 재미’로 설정했다. MINI는 자신들의 승차감을 ‘카트를 운전하는 듯한 짜릿함(Go Kart Feeling)’이라고 이야기한다. 낮은 지상고와 무게 중심, 짧은 오버행이 만드는 핸들 반응 등으로 인해 마치 자동차가 아닌 경주용 카트를 운전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극악의 승차감을 주는 요소들이지만, 이런 주행의 재미를 즐기는 이들은 MINI를 지속해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MINI는 자신들의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렇게 두 가지 축을 세워 포지셔닝맵을 그리니 아까는 애매한 위치에 있던 MINI가 단 번에 우상향 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맵에서 다른 브랜드의 위치 역시 아까의 맵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 (Sheer Driving Pleasure)'을 브랜드 슬로건으로 내세운 BMW도 주행의 재미에서 높은 위치를 점유할 것이며, 안전을 강조하는 볼보나 자율주행 기술을 내세운 테슬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행의 재미 기준으로는 아래에 위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인식 상에 자기 브랜드가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는 잣대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강점이 될 수도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방향도 확 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