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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점 Dec 24. 2020

모델 S에서 시작된 전기차 디자인 트렌드 변화

최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의 전기차 디자인 트렌드 변화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기차의 시작에 대해 알아보아야 한다.

전기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시작되었다. 

첫 순수한 전기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출시 후 몇 년 뒤에 나오게 된다.

우선 첫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이 출시되기 시작하던 90년대 후반의 차들을 살펴보자.


1997년 도요타가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차로 프리우스를 만들었다.

최초의 하이브리드차 치고는 꽤 평범하게 생겼다. 프리우스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단형 차체이다.


1세대 프리우스 1997




2003년에 2세대가 출시되었다.

1세대가 판매량에서 미미해 성공을 못 거두었고 

2세대부터 본격적으로 프리우스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판매량도 꽤 성공적이었다. 


2세대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 뒤가 높은 5도어 해치백 스타일로 디자인되었으며 당시엔 매우 낯선 디자인이었다. 이런 프리우스의 독특한 첫인상은 당시 사람들에게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종류의 차에 대해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프리우스 2세대 2003





혼다 인사이트는 혼다 최초의 하이브리드 차이며 1999년에 출시되었다. 프리우스와 마찬가지로 뒤가 높은 해치백 스타일이고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뒷바퀴가 반 정도 바디로 감싸져 있다. 기괴한 뒷모습은 공기 역학적으로는 우수한 디자인일지 모르겠으나 디자인적으로는 빈말으로라도 이쁘다 하긴 힘든 디자인이다.

   

1세대 혼다 인사이트 1999





그 뒤 2010년 쉐보레에서 볼트 하이브리드가 나왔고 

같은 해 닛산에서 세계 최초의 100% 순수 전기차 리프를 선보였다.


쉐보레 볼트 1세대 2010




세계 최초 순수 전기차 닛산 리프 1세대 2010




지금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전기차 디자인에 많이 익숙해 있지만 당시에 나온 하이브리드, 전기차들은 단정한 모범생 같던 기존의 내연기관 차들에 비하면 정말 독특한 외관을 자랑했다. 당시 전기차를 디자인했던 디자이너들은 전기차는 기존의 차와 비교해 뭔가 달라 보여야 하고 미래적인 느낌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2011년 컨셉으로 첫 선을 보인 BMW의 하이브리드차 i3, i8도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BMW의 i시리즈는 이전의 전기차들과는 다르게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자랑한다. 지금 도로에서 봐도 10년 전에 나온 디자인이라 믿기지 않는 미래적이고 멋진 디자인이다.


 

 BMW i3, i8



연달아 출시되는 개성 강한 디자인의 전기차들을 보며 사람들은 생각하기 시작한다.



..원래 전기차는 저렇게 튀면서 부담스럽게 생겨야 하나? 


새로워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기존 전기차 디자인을 처음으로 바꾼 차가 테슬라 모델 S이다.

테슬라는 첫차 로드스터에 이어 두 번째 모델로 2012년 테슬라 모델 S 출시한다. 



검은색이 페이스리프트 전, 흰색은 페이스리프트 후.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그릴까지 없앴다.



본격적인 대중적 전기차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한 모델 S의 성공으로 테슬라는 이후 급격히 전기차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다.  


나는 테슬라 모델 S 성공의 가장 큰 이유가 튀지 않는 디자인에 있다고 본다.

테슬라는 기존의 전기차와 다르게 '다르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일반 세단형 차체에 후륜 구동차처럼 후드와 대시 투 액슬이 긴 디자인은 우아한 느낌을 자아냈다.

막힌 그릴을 보지 않는다면 내연기관차인지 전기차인지 구분조차 힘들다. 그냥 일반 고급차로 보인다. 


사실 구매자 입장에선 전기차라고 해서 디자인이 독특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전기차를 사는 이유는 전기차라는 이유로 독특한 디자인을 원해서 라기보다

환경오염 문제, 연료비 절약, 강력한 토크, 전기 엔진의 조용함 등의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그저 멋지게 생기고 잘 달리는 차를 타고 싶어 한다. 

이점을 테슬라는 영리하게 잘 간파했다.


고급스러운 스타일링의 테슬라는 전기차를 구매를 고려했지만 기존 전기차의 조금은 서민스럽고 부담스러운 외형 때문에 망설였던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었고 이는 테슬라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물론 테슬라가 좀 더 비싸긴 하다.)



테슬라 모델 S의 성공을 지켜본 다른 자동차 브랜드은 그들의 전기차 디자인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다.



우선,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전기 수소 자동차 도요타 미라이의 사진이다.



난해하고 뚱뚱한 비율의 왼쪽의 1세대에 비해 이번에 새로 나온 2세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동차의 비울과 거의 동일하다.



다음은 최초의 전기차 닛산 리프 2세대의 디자인 변화이다.




왼쪽이 1세대 오른쪽이 2세대이다. 과감하게 튀어나온 리어와 독특한 리어 램프를 가진 1세대 리프에 비해 신형 리프는 평범하지만 스타일리시한 해치백 자동차 모습이다.



프리우스의 경우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프런트 디자인을 변경했는데 복잡한 디자인의 기존 모델(왼쪽 흰색 차)에 비해 신형(오른쪽)은 훨씬 무난하게 다듬어졌다. 





다음 사진들은 최근에 출시된 하이브리드, 전기차들의 모습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차 EQC


아우디의 e-tron


BMW의 iX3


닛산의 Ariya



공교롭게도 내가 찾아온 양산 전기차들은 모두 SUV들이다. 

아직 컨셉으로만 공개된 세단형 전기차들은 다음과 같다.


닛산의 IMs Concept


BMW의 i4 Concept



사진들을 보면 알겟지만 얼핏보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최근 나온 전기차들은 디자인이 무난하다. 물론 좀 더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주긴 하지만 말이다.

다만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많이 돋보인다.

구멍이 없는 그릴, 각이 진 차체의 코너, 최대한 면적을 넓힌 휠에서 그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어쟀거나 이전에 나왔던 하이브리드 전기차들에 비하면 전기차임이 휠씬 눈에 덜 띄고 깔끔한 바디와 작은 디테일들로 은근하게 전기차임을 드러내고 있다.



스테이크를 조리할 때 프라이팬으로만 구우면 캐러멜화로 고기의 풍미를 더 극대화할 수 있고

수비드로 조리하면 부드럽고 균일한 육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몇몇 미식가들은 그 차이를 따지겠지만 스테이크를 먹는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조리법을 따질까?

그보다 사람들이 신경 쓰는 것은 식당의 분위기, 스테이크 자체의 맛이 가장 클 것이다.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전기차가 특별하고 독특한 무언가가 아니라 스테이크가 수비드 조리냐 아니냐의 차이 정도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조리법이 생기든 간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특이한 조리법의 음식이 아닌 맛있는 음식이다. 전기차를 타는 것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던 시대는 지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동시에 미래의 전기차는 멋있고 잘 달려야 한다는 자동차의 본질에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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