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한 것 아닐까?
호흡을 한 번 더. 후우. 그리고 한 번 더. 후우우.. 처음가는 여행지에는 흡입력이라는 게 있다. 내가 굳이 나 자신을 내 마음 안으로 모으지 않아도. 여행지에 가볼만한 곳은 내 마음과 달라붙으려 나 자신을 불러모은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매일 매일 걷는 길도 내 발을 그 곳에 불러 모아 나를 흡입했다. 반가운 사람에게도 흡입력이 있다. 내가 굳이 호흡하려 하지 않아도, 노르웨이에서 만난 배쌤과 카탈루냐에서 다시 만난 베르타는 나와 함께 호흡해준다. 특별히 여행같지도 않게, 아니 정말 특별한 여행 같도록. 여행지의 유명한 장소보다 나에겐 반가운 사람들의 흡입력이 크다.
뚱뚜루뚱 뚱뚜루둥 둥 뚱두루둥 뚱뚱 둥 둥 둥 카카오톡 보이스톡이 울린다. 12월 20일 오늘은 한국에 가는 비행기를 타는 날이다. 호흡을 들이마시고, 호흡을 내쉬면. 그렇게 짧은 2초정도의 간격. 난 여행이라는 50일짜리 간격으로 나 자신을 느끼려 했다면. 그래서 이 여행이 끝나는 오늘 그리고 그 이후에 또 다른 긴긴날의 간격을 기다려야할까봐 두려운 감정을 2초 정도의 간격으로 메운다. 그래. 이렇게 2초 2초 2초 호흡 하다보면 여행과 일상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흐릿해질거야. 그렇게 호흡으로 이 곳과 한국의 거리를 이으려고 하는 순간 반가운 한국에 있는 친구의 전화가 왔다. 단숨에 한국에 와버린 기분이다. 한국에도 나를 위한 간격이 충분히 있다는 반가움을 느꼈다.
나는 뭐랄까 마치. 호흡할 곳을 내 몸 그리고 내 마음 안에 둔 것이 아니라 바깥 이 곳 저 곳에 흩으려 뜨려놓은 것 같아서. 한 번 숨을 쉬면 여기 갔다가도, 또 다시 숨을 쉬면 저기 갔다가도. 수면 아래 거품을 크게 만들어 놓고는 그 안에서 한 숨을 크게 쉬었다가. 다시 숨을 오래참고 또 참고. 작은 거품거품 하찮은 숨들을 들이쉬고 마시다가 다시 좋은 햇볕자리에서 큰 거품 한 숨을 내쉴 준비를 한다. 이 물 속을 잠영하는 나는, 그렇게 호흡할 곳들을 이 곳 저곳에 만들어 놓고는 뱁새가 찢어지듯, 줄다리기를 하듯, 갈팡질팡 호흡할 자리를 두리번 두리번 찾는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단 숨에 거품 거품을 옮겨다닌다는 생각. 내가 한 번 숨을 들이 쉴 때, 나는 더 유연하게 다른 곳에 가있을 수 있고. 내가 한 번 숨을 다시 내쉴 때, 기분 좋은 그 숨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는게 아닐까. 단 숨에 나는 한국과 유럽을 오갈 수 있고. 단 숨에 나는 이 곳과 저 곳을 이을 수 있다.
이 숨에서 저 숨으로. 지금의 평화와 지금의 즐거움을 유지하기 위해 이어쉰다.
이 숨에서 저 숨으로. 큰 한 숨이 되어 내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이어쉰다.
언제가 변화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이 숨의 변화가 저 숨에게도 쭉 이어지도록 말이다.
삶을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한 것 아닐까? 큰 한숨을 쉬면, 마치 다 끝날 것처럼. 큰 한 숨을 쉬면, 마치 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갈팡질팡. 그래봤자 쌓이는 건 긴 침묵과 긴 한 숨 뿐인데 말이다.
나는 계속 숨을 쉬고 싶다. 지금 이 자리에서 숨쉬는 것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숨쉬고 싶다.
나중에 그 자리에서 숨 쉬는 것이 무섭지 않을 정도로 숨쉬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하고나 같이 내가 살아가는 현실일 수 있도록. 그 숨이 단숨에 거리를 뛰어넘고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그 숨이 단지 저 숨까지 전진할 수 있도록. 그냥 한 번 더 후우. 한 번 더 후우우.
_2023년 1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