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이라도 내일 죽는 것처럼 살아볼 수 있을까..?
세계여행을 가겠다. 이렇게 다짐한 것은 내게 곧 인생의 한 챕터를 마무리하겠다는 것과 같다. 오늘을 끝으로 나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세계여행이 내가 정말로 죽기 직전에 반드시 이뤄야할 꿈인 것처럼. 그렇게 마음을 먹겠다. 그렇게 가장 큰 간절한 마음을 먹겠다.
나는 나 자신을 평가하는 것에 익숙하다. 죽음 앞에 누구나 평등한 것을. 자꾸 나는 오늘의 수준을 오전에, 오후에, 저녁에 나눈다. 그렇게 오늘의 수준은 떨어진다. 잠은 오지 않는다. 밤이 되면 할 것을 찾아 서성인다. 그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오늘은 죽어간다. 죽어간 오늘을 상기하며, 내일을 살기를 기약한다. 그러나 내일이 없다면. 기약할 내일이 없다면. 오늘의 수준을 내가 평가할 수 있겠는가? 기약할 내일을 염두하여 오늘을 살아가겠는가?
꿈을 갖고 산다는 것은. 기약없이 오로지 꿈만으로 오늘을 살아가겠다는 의미이다. 세계여행이 내게 단지 인생의 징검다리 정도가 아니라, 한 챕터의 마무리라면 말이다. 내 삶이 얼마나 가치 있었는가 를 평가하는 시간조차도 아깝다. 이렇게 된 이상 내가 가장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내게 주어진 순간의 시간뿐이다. 그 순간의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내 마음 속의 진정한 꿈은 무엇인가?
세계여행이다. 세계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구하고 싶은가? 나 자신. 타인에 구애받지 않는 나 자신을 구하고 싶다. 그렇다고 영영 홀로 떠나버리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만약 정말 세계여행이 죽음이라면. 나는 그 죽음 직전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엄마, 아빠, 가족들, 친구들, 나의 글과 생각을 좋아해주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내가 이렇게 살았노라고. 당신들에게 지금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이런 삶 속에서 얻은 나의 지혜들이라고. 하루하루 전해주고 싶다.
아끼는 것이 가능한가? 죽음이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면 말이다. 더 나아가 내가 작정하고 내 삶의 한 챕터의 죽음을 미리 정해두었다면 말이다.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낌없이 마음을 낼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나 자신이 온전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믿어야 한다. 내 앞에 살 날이 수십년이 남았을 때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일과, 내 앞에 살 날이 1년도 남짓 남지 않았을 때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일은 너무 다르잖아. 내가 정말로, 꿈을 위해서, 세계여행을 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단 한 번이라도 죽기 직전의 나 처럼 한 번 살아보겠다고 다짐해야하는 것 아니겠어?
망하는게 뭐가두려워. 난 이미 망했는걸. 하지만 이 상태가 난 너무 행복한걸. 가장 최악이어봤자 지금이야. 그럼 반등하려 하지 말고 더 버텨서 이 삶의 끝장을 보려고 더 애를 써봐. 네가 여태껏 애써왔던 시간들을 더 믿어. 앞으로 애쓸 시간에 기대지 말고. 지금까지 애쓰며 얻은 것들을 오늘 하루 모두 토해내는거야. 더 이상 토해낼게 없을 때까지. 더 이상 내 존재 이외에는 내 쓸모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렇게 죽어서 다시 내 쓸모를 발견할 그 날까지 인생 단 한 번이라도 망하는 것은 죽음뿐이라고 생각하고 살아봐.
당연히 절대적으로 100% 망하는 것은 죽음뿐인 것처럼 사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아니 가능해. 내가 세계여행을 하면서 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했더라도. 그보다 더 마음을 좁혀서 세계여행을 끝내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글 쓰는 삶이 내 인생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생각하고 사는거야. 다른 건 의식하지 않는거야. 세계여행을 위한 돈을 벌더라도, 딱 세계여행을 갈 수 있을만큼의 돈만을 벌기를 간절히 바라는거야. 집을 짓고 싶다거나, 그 다음의 내 기회들을 만들만한 발판을 위해 돈을 벌 생각은 추호도 하지마. 그럴 에너지가 너에겐 지금 너무너무 아깝다는 걸 부디 알아야해.
세계여행이라는 꿈이 불러낸 너의 모든 것들을 오늘 하루에 다 쏟아내. 그 외의 것은 다른 사람의 인생처럼 무시해. 꿈을 산다는 건 그런거거든. 그 꿈이 이루어지는 것만으로도 너는 행복한거야. 너는 모든 것을 이룬거라고. 바로 그렇게 노력하며 살아봐. 시간을 길게 펼쳐놓고 인생의 목차를 정해두지 말고. 이번 챕터에서 나의 삶이 어떻게 끝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그렇게 사는거야. 어차피 챕터는 끝날테니까. 다 괜찮을거야. 아니 다 안괜찮을거야. 어차피 넌 죽는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한 번 살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