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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끄적이 엄마의 짧은 단상

소소한 일상이 모티브가 된 하루 일기.

by Gin Mar 20. 2025

코로나-3



2인 1실의 격리 생활이 시작되었다.

가족들이 있었던 격리 시설과는 달리, 집 근처에는 머무를 곳이 없었던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와 가까웠던 용인으로 이송되어 생활하게 되었다.


"응, 걱정 마요. 잘 도착했어."


짧은 통화를 마치고 생활 수칙에 따라 여러 차례의 검사와 더불어 셀프 체크를 배워야 했다.

머리가 아프든, 열이 오르든 어떤 증상이 생겼던지 간에 지급되는 약품은 동일하였다.


-타이레놀-


격리 시설 안에서의 만병 통치약이었다.


시설에서의 생활은 무료하기만 했다.

함께 방을 쓰는 이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는 각자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다.

의외로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매일 아침, 가족들과 짧게 통화를 나누는 것 외에는 외부와의 소통은 거의 없었음에도 

불편하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편안하다 느꼈다.


얼마 만에 가져보는 평온함이었는지.

얼마 만에 가져보는 홀가분함이었는지.

가족들과 회사에는 양심 없는 소리도 들릴 수 있었겠지만, 시설에서의 생활은 나름 바캉스 같았다.

남이 해주는 밥과 눈치 보지 않고 누워있을 수 있는 공간.

북적임 없이 고요한 시간 속, 마음껏 책을 읽고 원하는 만큼 잠들 수 있다는 사실이 기꺼웠다.


물론, 기숙사 생활 또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끝없이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친정에 얹혀사는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지 않은가. 합법적으로, 타의에 의해 격. 리 된 것이니 말이다!


입소한 지 사흘째, 격리 생활이 익숙해졌다.

룸메이트와도 어색함을 덜어내고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어쩌다 걸리셨나요?"였다.


확진자가 나왔다는 곳에는 가본 적도 없었을뿐더러, 가족 누구도 확진자와의 접촉 또한 없었기에 

아직까지도 우리 가족 사이에서는 전염의 시발점이 누구인 것인지 미스터리 한 사건이었다.

하나, 서로를 섣부르게 책망하지 않았다. 누가 원인이 되었든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으니 말이다.


토토로에게 걸려오는 안부 전화는 매일 같은 시간 이루어졌다.

아침 기상 시간, 점심시간, 토토로의 출근 시간, 저녁 소등 시간.

심심할 찰나에 걸려오는 전화는 언제나 반가웠고, 떨어져 있는 시간에 비례하게 애틋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해사하고 따듯한 미소가 보고 싶고, 시끄럽다 느꼈던 아이들의 복닥거림이 그리웠다.

홀로 있는 시간도 소중했지만, 가족들과 부대끼며 지냈던 순간들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입소해 있던 일주일 사이 몸무게가 벌써 8kg나 빠져버렸다.

입맛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남들과는 다르게 후유증도 미미했다.

빠져버린 몸무게만큼 외로움이 채워졌다. 점점 말수가 줄고, 식욕도 함께 사라져 갔다.

그렇게 퇴소 때까지 총 13kg가 빠지게 되었다.


코로나는 의도치 않은 다이어트 맛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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