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위기를 말하고 기후변화를 걱정하며 탄소발자국을 따질 때 비행기를 타는 것은 께름칙하다.
인스타 핫플 푸딩 집 앞에는 늘젊은여행객들의줄이 길다.심지어 태풍 북상으로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작은 매장 앞에는 몇몇의 여행객들이 대기 중이였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귀여움에 웃음이 나기도 하고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또 그들의 여행은 참 다르구나 진지해지기도 한다. 내게 여행은 미지의 세계, 다른 문화, 그 속의 사람들로 떠나는 모험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 속으로 떠나는 조금은 고되고 그리고 외로운 것
외로워서 작은 친절에 감동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착한 사람이라고 믿어버리는 것.
플로깅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을 때 배낭여행을 떠올렸다
매주 토요일 오후, 다양한 분야의 초대손님을 한 분 모시고 신청자들과 함께 플로깅 여행을 떠난다
초대손님에게 따로 시간이 할당되는 것도 아니다.
십수 년 전 배낭여행,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헤매듯
'오늘의 초대 손님은 게임 개발자입니다'라는 인사 후에는 그냥 걸으며 쓰레기를 찾아다닌다.
마을길을 걷거나 해안가를 걷거나
그러다 쓰레기 무덤을 만나면 별말 없이 쓰레기 무덤을 파헤쳐 마대자루를 채운다
쓰레기 이야기며 환경 이야기며 날씨 이야기 옛날이야기 그러다 아주 가끔 초대 손님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게 다다.
그렇게 만들어진 플로깅 여행에
"초대손님은 언제 이야기해요? "
"이렇게 쓰레기 없는 데 와서 여러 사람들 귀한 시간 헛되이 쓰게 하는 거는 좀 아닌 거 같아요."
이런 말을 듣기도 한다.
여행은 가끔 기가 막히게 딱딱 맞아떨어지기도 하지만 또 기가 막히게 헛다리이기도 하다.
바로 전날 사전 답사를 다하고 쓰레기 양까지 다 체크했는데 다음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보니 바닷가는 정말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기도 하다.
그래도 매번 플로깅 여행을 떠날 때면 오늘은 또 어떤 참가자들이 또 어떤 상황들이... 이러면서 기대가 된다.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이 그냥 그 길 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함께 쓰레기를 찾아 떠나는 플로깅 여행.
그렇게 매주 토요일 제주의 이 마을 저 마을을 헤매며 새롭게 만날 누군가를 기대하며
다다음주에는 정치평론가 유창선님이 초대손님으로 나오신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말하는 것부터 다시 배워야 했던 선생님. 난생처음 북콘서트 기획으로 들떴던 나.
선생님을 만나러 갔던 2년 전 서귀포의 어느 카페에서의 기억이 선명하다. 식도 입구 반사가 온전하지 못해서 기도로 음식이 들어가는 사레 걸림에 대한 우려로 음식물 섭취가 쉽지 않던 선생님이 이제는 과하다 싶게 드시는 모습을 본지 몇 달이 지났다. 제주 여행 일정을 알고 플로깅 여행 초대 손님 제안을 드렸다
'아! 나 쓰레기 줍는 거 잘해요. 여기서 공공근로로 쓰레기 주우러 다녔어요'
코로나로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례 1리 입구 버스 정류소에서 건천을 따라 쇠솟깍까지.
이런 기획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함께 눈인사하고 괜찮을 듯하면 가볍게 스트레칭도 하고 또 괜찮으면 자기소개도 하고 싶은 만큼 하고 그리고 쓰레기를 찾아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