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망치를 드는 일

조용하지만 가장 단단한 힘에 대하여

by 벨루갓

사람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벽들.


세대 차이의 벽,

남녀라는 이름의 벽,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르는 벽,

성소수자와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 사이의 벽,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생기는 벽 등등.


이 벽들은 대부분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오래 살아남기 위해,

너무 안전하게 머물기 위해

조심스럽게, 아주 조용히 쌓여왔다.


그래서 이 벽은

분노로는 잘 부서지지 않는다.

정답을 들이밀어도 금만 갈 뿐이다.


이상하게도

이 벽을 가장 확실하게 무너뜨리는 건

전혀 다른 종류의 힘이다.


판단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설명하지 않아도 곁에 남아 있는 태도.

상대의 세계를 바꾸려 들지 않고

그 세계 안에 잠시 머물러 주는 선택.


그것은 공격이 아니다.

설득도 아니다.


나는 그걸

사랑의 망치라고 부르고 싶다.


사랑의 망치는

크게 휘두르지 않는다.

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벽은 가장 먼저 흔들린다.


예술을 함께 할 때,

같은 공간에서 숨을 고를 때,

말보다 침묵이 길어질 때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경험한다.


‘다르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그냥

같이 앉아 있는 사람으로 느껴지는 순간.


그때 알게 된다.

벽은 상대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세워 두었던 것이었구나 하고.


보이지 않는 벽을 깨부수는 일은

세상을 한 번에 바꾸는 일이 아니다.

오늘 만난 한 사람 앞에서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용감해지는 일이다.


사랑의 망치는

폭력이 없는 파괴다.

상처 없이 무너뜨리는 힘이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이 조용한 망치가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벽을

이미 충분히 부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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