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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희 Jul 18. 2021

꽤 괜찮은 놀이

이해

   2019년 말부터 꿈틀거리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2020년 본격적으로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세계인들은 공포감과 함께 집에 갇혔다. 이러한 현실에 많은 사람들은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었던가? 그 와중에도 새로운 문화를 구축해 나갔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영화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달고나 커피 만들기 같은 꽤 비효율적 이어 보이는 행위가 재미처럼 유행했다. 그리고 SNS에서는 심리테스트 결과를 인증하는 게 대유행을 이끌었다. 테스트는 매일같이 새롭게 등장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과를 공유하며 테스트 정확도에 대해 평가를 해 댔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전 국민 심리 파헤치기의 정점을 찍은 것은 바로 MBTI였다. 연구 결과에 의한 테스트이며 심리 상담센터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큰 신뢰를 얻었다.     



   사실 인터넷 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MBTI 테스트는 상담센터에서 하고 있는 테스트지와 동일한 것이 아닌, 간편화 된 테스트에 불과하다. 즉, 너무 많이 신뢰하고 의존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TI는 코로나 시대와 상관없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유행을 하고, 여전히 대화의 한 화젯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어찌 되었든 다른 심리테스트들과는 달리 전문성이 투여되어서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꼭 MBTI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늘 인간의 성향을 분석하고 구분 짓는데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혈액형이나 띠에 따라 성격을 구분 지어 내거나 별자리에 따라 구분 지어 내는 꽤나 전통 깊은 믿거나 말거나 한 논리를 비롯해, 이런 테스트로 나를 분석해 낸다고? 싶도록 유치하고 말이 안 되지만 은근히 맞는 구석이 있어 믿고 싶게 만드는 귀여운 심리테스트들까지. 돌아보면 심리라는 주제는 꾸준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냈다.   


  

   인간의 성격이라는 건 몇 가지 테스트로 단순화시켜내는 게 우스울 만큼 다채롭고 복잡하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죽는 날까지 모든 사람의 성격을 심지어 스스로의 성격까지도 다 파악할 수 없는 거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제대로 해석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고, 누군가를 해석해내지 못하는 부분이 많으며, 이해받지 못하는 부분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기에, 오해를 당연시 받아들이며 살아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해받지 못함에 답답함과 갈증을 호소하며 이해받기를 갈구한다.     



   어쩌면 우리가 꾸준히 심리테스트에 관심을 가지는 건, 비록 믿거나 말거나 한 테스트이지만 이를 통해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또 그것을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자신이라는 존재가 조금 더 이해받아지기를 바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친구들과 인터넷에 떠도는 심리테스트를 재미로 하다 말고 폭풍눈물을 흘렸다는 그녀가 떠오른다. 유치하고 근거 없는 테스트들의 결과를 우스워하며 한참을 배꼽 잡고 웃다가 한 순간 왈칵 눈물이 나버렸다고 했다. ‘그래 맞아, 나 그래ㅠㅠ ’ 하면서 말이다. 그때 그녀의 심정은 아마 마음 한 구석에 답답하게 뭉쳐있던 어느 한 부분이 건드려졌기 때문 일지 모르겠다. 그 부분이 친구들과 자신의 눈앞에 ‘당신은 그런 사람이다.’라고 드러내니 감춰져 있던 감정이 요동쳤던 걸지도 모르겠다.



   심리테스트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이러한 존재라면 전문성이 부여된 MBTI의 결과는 신뢰와 함께 더욱 의존도가 높아진다. 나는 MBTI의 결과와 분석들을 찾아보며, 내가 결코 인간의 한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꽤나 독특한 면을 가진 나의 일부가 특이하고 남다르거나 이상한 것이 아닌 어떠한 유형이 가진 특성에 불과하다니. 이토록 안도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 속 시원하고 꽤나 흥미로운 결과에 푹 빠져 한 동안은 집착스럽게 나의 유형에 대한 분석 자료를 찾아 모으며 SNS에 올려댔다. (그런데 이러한 행동 또한 내가 가진 유형의 특성이라고 한다.) 신빙성이 높지 않지만 어쨌든 그 결과를 두고 의견을 나누며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이 또한 꽤 괜찮은 놀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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