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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희 Oct 27. 2024

불확실해도 미워할 수 없다

   행사에 초대된 건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장소는 한 번에 갈 수도 없는 시골 중에 시골이었다. 기회를 받았는데 안 갈 수도 없고 어쩐담. 갈 일이 까마득했다. 얼마가 지나자 행사 측에서는 친절하게 교통편을 소개해 왔다. 알고 보니 심지어 그날이 빨간 날이기까지. 그들은 빨간 날이라 우리 마을로 오는 버스가 운행되지 않을 확률이 크니 사업체 버스회사의 버스를 이용하라고 했다. 친절하게 시간표에 노란 표시까지 쫙쫙 해 두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고정운행되는 시간표였는데 빨간 날이 제외된다는 내용은 없었다. 업체 홈페이지에 직접 들여다봐도 그런 말은 없었기에 믿었고, 행사에 부지런히 참석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일 캐리어를 끌고 만원 기차를 타고 버스가 온다던 도시에 내렸다. 뭔가 명확하게 표지 되어 있지 않은 간판에 기차역 창구에 가 물었더니 기차역 앞에서 탄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뭔가 기분이 찜찜한 건 기차역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뭔가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같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예감이 틀리지 않게도 제시간에 버스는 오지 않았다. (혹시 이럴 줄 알고 한 타임 일찍 왔지…) 워낙 변수가 많은 나라이기도했고 특히나 빨간 날 같은 경우는 더 했다. 예상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궁금했던 건 이런 것들이었다. 빨간 날이라 아예 운행을 안 하는 건지, 배차 시간이 달라진 건지, 아님 시간표가 있는데 차가 늦는 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마을로 가기 위해 다른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왜인지 여행객 같지 않고 지역주민 같으면서도 무례하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뭔가 버스를 기다릴지도 모를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사업체 버스 여기서 타는 거 맞나요?’ 아뿔싸 아무것도 모르는 아저씨였다.


   “버스 정류장은 저기 안으로 더 들어가야 해요. “

  나는 행사 측에서 보내준 시간표를 들이밀며 말씀드렸다.

   “그래요? 여기에 기차역에 온다고 적혀 있는데요?”

   아저씨는 그럼 여기에 오나 보다 하셨다. 그래서 기차역이면 여기서 기다리면 되냐고 물었더니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끼어들었다.

   “응 여기가 맞아. (영어) 어디에 가요?”

   갑자기 어설픈 영어를 던 지 신 아주머니. 목적지 마을 이름을 말하니 다시 어설픈 영어를 던지셨다.  무슨 말이지 말이 안 맞았지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고 싶은 거 같으셨다. 그래서 내가 되물었다.

  “웨얼알유프럼?  아임 프럼 코리아 , 싸우쓰코리아”

   내가 아주머니에게 당신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역질문 하곤 내가 내 나라 대답을 한 문장… 어쨌거나 의사소통엔 정확도가 답이 아닐 때도 많다. 다시, 한국에서 온 사람 길 찾아주기에 돌입한 아주머니는 그 도시 가는 버스 시간표를 알기 위해 게시판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미 그 게시판을 확인했었던 나는. 그 게시판에는 이 버스 회사 시간표가 나와있지 않다고 말씀드렸다. 다시 원점, 해결해내지 못한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모르겠어요.’라고 때워도 될 걸 회의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젊은 남녀가 우리 관경에 관심을 갖고 끼어들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 두 분이 오늘 빨간 날이라 운행 안 한다고 대화로 결론을 내리는 사이 그 젊은 남녀도 같이 공감을 했다. 젊은 남성은 젊은이답게 구글맵으로 경로를 알아봐 줬다. 기차를 타고 한 도시를 더 가서 공영 버스를 타라는 것, 행사 측에서 거의 없을 거라고 했던 그 버스를 안내한 거다. 불안해서 그 버스에 베팅하는 게 쉽지 않은 일. 그거까지 틀리면 정말 제시간에 도착도 못하는데 모험 앞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괜히 나를 도와주겠다고 둘러싸인 그들에게 토로했다. 행사 측에서 빨간 날이라 버스 없다고 여기서 이 버스 타라고 이렇게 시간표를 보내왔다는 내용, 그러니 구글 맵에 그 버스가 확실히 오긴 오는 거냐고 또 물었더니 그 젊은 남성은 우문현답을 했다. 

   "구글 맵 상으론 그래."

   맞는 말, 그들이라고 어떻게 알겠냐고. 어쨌든 알겠다고 다음 기차를 기다려야겠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들이 나와의 대화가 마무리된 순간 동시에 떠나는 게 아닌가. 알고 봤더니 그들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내 상황을 해결해 주기 위해 갈길을 멈추고 한참 동안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었던 거다. 그래, 이렇게 인간적이고 따스한 게 이 나라 매력이지 하고 밉던 마음을 살짝 접을 수 있었다. 



   방법이 없으니 다음 도시로 가기 위한 다음기차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방법이 없나 구글맵을 검색 또 검색하는데 또 한 번 좌절스러웠다. 그 젊은 남성과 같이 봤던 경로가 다음 날 오전 5:50 가량에 출발하는 경로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가장 빠른 경로가 내일 오전, 우리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구글맵에 뜨긴 뜬다 생각했던 거다. 결국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뿐이었다. 택시비도 비싼 나라에서 택시비라니. 1시간 거리였는데 택시 아저씨는 돌아올걸까지 생각해서 금액을 높게 불렀고, 인정할 수 없는 척 약간의 실랑이를 벌여 조정을 했지만, 사실 그 시골에서 손님을 태워 나올 확률은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세게 나갈 순 없었다. 어쨌거나 속상한 마음을 안고 비싼 택시비를 철철 쓰지만 편안하게 갈 수 있긴 했다. 알고 보니 자신도 어릴 때 그 마을에서 8-10년을 살았고, 자신의 친척들도 많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덕분에 그 마을의 가보기 좋은 장소도 소개받았다. 사실 동양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었고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행사만 하고 돌아올 뻔했는데 그 마을을 느낄 수 있게 된 거기도 했다. 또 아주 맛있는 젤라또 집도 소개해 주셔서 먹어보았는데 정말 정말 정말 맛있었다. 그래, 택시비에 이동 수단 및 약간의 가이드 비용 게다가 돈 주지 않으면 막상 이용하기 힘든 말하고 듣는 연습까지 포함되었다 생각하기로 했다. 



   토요일 저녁 일요일이면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돌아가야 하니 다시 구글맵을 통해 몇 시에 공영버스가 오는지 확인했다. 구글맵을 따르니 새벽 6시 5분에 출발하는 공영버스를 타는 게 가장 적합하다 생각했다. 공영버스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새벽 5-6시 그 언저리에만 운영이 되는 듯했고, 그 사업체 버스는 오후 5:30이 돼야 운행을 했는데 숙소의 체크 아웃이 오전 11시이니 차라리 오전에 출발하기로 한 거다. 새벽에 짐을 싸고 나와 케리어를 끌고 15분을 걸어 버스 정류 장에 도착했더니 왜인지 또 찝찝했다. 버스를 기다리기는커녕 버스정류장은 주차되어 있는 버스들 뿐 암흑이었다. 그래도 믿어야 했던 건 구글에 의하면 버스가 다른 곳에서부터 이곳을 지나간다고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요한 세상 속에 자동차 소리만 나도 고개가 절로 돌아가는 시간을 버스 도착 예정시간 10분이 지나도록 했지만 승용차뿐이었다. 역시 기분은 틀리지 않아. 자세히 보니 근처에 새벽부터 열려있는 구멍가게가 있어 들어가서 물어보니 오늘은 일요일이라 버스가 오지 않는단다. 또 속았네... 그래서 그 사업체 버스는 오느냐고 했더니 내가 확인한 것과 같이 오후 5:30분에 온다고 했다. 이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일단은 11시 체크아웃이니 캐리어를 끌고 다시 숙소로 가기로 했다. 좋게 생각하기로 한 건 버리고 온 재료를 활용해 아침을 먹으며 사둔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고픈 배도 채울 기회가 온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막상 시간이 없어서 못 가봤던 택시 아저씨한테 소개받았던 가볼 수 있게 되었다 생각했고, 젤라또 역시 기회를 얻었다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명확한 게 없고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마음 단련이 우선인 법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숙소 사장님께 혹시 체크아웃을 1시에 해도 되겠냐고 메시지를 남겼더니 흔쾌히 오케이 답장이 왔다. 점심까지 남은 재료로 해결하면 되겠다 생각했다. 결국 좋은 일이라 마음 단련했다. 그 사이 짐가방을 나 두고 못했던 마을 여행도 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1시가 되니 막막한 거다. 이 작은 마을에서 또 뭘 하며 버티나. 예상치 못한 택시비 지출에 밥까지 사 먹지 않겠다고 해먹은 내가 또 뭘 사 먹고 어디서 눈치를 보며 앉아 있나 생각했다. 보아하니 내일 예약이 없어서 1시 퇴실을 오케이 한 느낌인 거 같아 또다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장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혹시 제가 체크아웃을 오후 5시에 해도 될까요? 버스 시간을 잘못 알아서 제가 갈 곳을 일었어요. 오늘이 일요일이더라고요. 걱정 마세요. 만약 안된다 하시면 카페에 가 있으면 됩니다. 그냥 한번 물어보는 거예요.' 


   친절하고 따스한 사장님은 또 오케이 답장을 보내셨다. 역시 이 나라 사람들은 따스한 부분이 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많고, 교통 등 여러 생활적 문제들이 불규칙하고 변수가 많아 명확한 구석이 없고, 그래서 불안정하지만 그 불안정이 유연함이라면 나는 추가비용 하나 없이 체크아웃을 5시에 하는 해택을 받을 수 있었다. 출발부터 끝까지 혼란의 2박 3일, 하지만 따스함에서 제 갈길을 멈춰 서고 자신도 잘 모르는 일을 도와주겠다고 회의하고 끝까지 마음 써준 그 버스정류장 사람들과 자신의 동네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던 택시 아저씨 그리고 위기의 처한 고객의 무례한 부탁에 당연하다는 듯 오케이를 내린 에어비엔비 사장님 덕분에 마을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었고 불안정함 가운데 안전했으며 너무 많이 서럽지는 않았다. 모두가 팍팍하고 바쁜 현대사회에 이런 마음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이곳을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다는 거. 에어비엔비 사장님께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어 단 한 번도 남겨본 적 없는 후기를 최고점을 꽝꽝 박아 후기를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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