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에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건 가족이다. 어른 사이즈의 다섯 명이 복작거리고 살다 보니 매일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지만, 이곳 네덜란드에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위안이 된다.
그리고 엄청나게 먹어대는 두 아들과 아직도 고등학교를 2년이나 더 다녀야 하는 막내 딸램을 보면 정신이 바짝 든다. 식비와 학비가 장난이 아니다!
소중한 가족을 영순위에 두고, 그 외에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들을 모아봤다.
첫 번째, 독서와 글쓰기.
책 읽기를 좋아한다. 출근 가방 안에 항상 한 권, 내방 침대 주변에 서너 권을 두고 짬이 날 때마다 읽고 있다. (그런데 짬이 잘 안 난다 ㅠㅠ) 시작은 항상 영어로 된 원서인데 저자의 문체력과 어휘 수준을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때에는 얼른 알라딘에서 번역판 e-book을 다운로드하여 번갈아가면서 읽는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회사 일의 압박감을 견디기 힘들 때, 유튜버 돌돌콩님의 비디오를 보다가 혹해져 사 모은 책들이 한가득이다. 책을 사는 속도와 책을 읽는 속도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서 고민스럽다 정말.
한국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친한 선배 언니가 코로나가 한창일 때 네덜란드에 사는 지인들을 모아 북클럽을 열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들에 대해 무려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 모임이 Writer's Club 글쓰기 모임으로 발전했다. 위의 흑백 사진은 우리 예비 작가들이 향후 출간할 책에 넣기 위해 몹시도 미리 찍어둔 단체사진이다. 과연 언제 내가 출간 작가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결심이 일주일에 한편 정도 이렇게 소소하게나마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니 고맙고 소중하다.
두 번째는 K-FOOD 한국 음식!
한국 음식이 최고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 나는 탄수화물과 단짠 & 맵달의 노예다. 매년 여름의 일-이주일은 반드시 한국에서 보내는데, 이때 먹은 김떡순, 자장면(언제나 올림픽공원 앞 차이나린찐), 고기구이, 그리고 두 어머니의 집밥 (시어머니는 대장금, 친정엄마는 전주 사람)으로 남은 일 년을 네덜란드에서 꿋꿋이 버틴다.
사진의 장소는 지난해 여름에 남편과 막내와 함께 간 홍대 앞 또보겠지 떡볶이집이다. 인스타그램용 instagramable 사진을 제대로 찍을 줄 아는 딸애의 포즈와 이를 어설프고 촌스럽게 따라 하는 내 모습이 볼 때마다 우습다. 손과 손가락의 각도 차이는 무엇.
마지막으로 좋은 것들 보러 다니기.
앞의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어렸을 때부터 예쁜 것들을 보는 걸 좋아했다. 유럽에 살면서 너무 좋은 건 세계적 수준의 뮤지엄들이 가까이에 있다는 점. 게다가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네덜란드의 자랑인 국립 미술관 Rijks Museum의 창립사인 덕분에 모든 상설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올해 세계 미술계를 뜨겁게 달군 베르메르 (Vermer, 여기에선 '버미어') 특별전을 회사 덕분에 두 번 볼 수 있었다. 한 번은 온 가족을 위해 재빠르게 표를 구해서 봤고 (4개월 전시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 또 한 번은 회사 직원과 가족을 위한 이벤트에 운 좋게 당첨되어 남편과 도슨트샘과 오붓하게 전시를 즐겼다. 이럴 때마다 (혹은 이럴 때만?) 정말이지 애사심이 뿜어져 나온다.
좌: 램브란트 '야간순찰 night watch' 전시실에서 디너, 우: 베르메르 특별전 직원 행사 부스에서 '우유 따르는 하녀 milkmaid' 따라하기